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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라 60

미안해요 나만 자유와 평안을 누려서

by 이숙경(2011canna@hanmail.net) 2017. 3. 31.

어제 저녁의 수필 모임이 길었다.

11시가 넘어서야 자리에서 일어섰으니.

우리집 바로 앞 레스토랑에서 (다 먹고 마시고 나오는데 보니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와, 대박집이었군) 해도 지지 않은 5시에 만난 우리들은 이름도 기묘한 이딸리안 음식을 먹고 역시 이름도 기묘한 수입 맥주까지 한 잔 하시고 레스토랑 옆의 커피 카페로 진출.

세상에 장장 여섯 시간 동안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참 좋았다. 주로 책과 연관된 이야기였지만 도저히 말할 수 없는 속내도 술술 나왔다.

즐겁고 충만하고 행복했던 시간을 온전히 누리고 귀가하심.

 

이어 <백년손님>을 고대하고 있던 남편 옆에 찰싹 달라붙어

죽도록 웃으면서- 세상에- 자정이 넘도록 시청하셨다.

 

그리고는 오늘 새벽 5시.

눈을 떴다.

하나님께 초스피드로 감사기도.

일어날까 말까. 이런 자유로운 생각을 하면서 누워 빈둥거리다가

거의 한 달만에 새벽예배 땡땡이 치기로 결심함.

포근한 이불에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시체놀이하다가 깜빡 잠이 들어서

여섯 시 넘어서 느지막히 일어나심.

 

내친김에 성경읽기도 땡치고 사순절 묵상집만 읽었다. 좋았다.

그리고 독서.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2권 중에서 첫번째 대목 "진리"를

밑줄 치면서 읽음. 이렇게 얕은 지식을 모르고 있었으니 나는 스프접시보다도 얄팍한 뇌용량이었구나 하는 자각과 함께.

케냐 커피 죽여주지, 세음 다시듣기 죽여주지, 책 내용 죽여주지, 이 즐거움을 어찌하면 좋을까

하고 하나님께 마구마구 감사의 뽀뽀를 날리는데

 

지금 뒤늦게 일어나신 남편님이 나를 부르신다.

TV에서 <슬픈 대한민국 역사>라는 꼭지를 단 신문 1면을 보여준다.

내가 자유와 평안을 누리던 새벽에 이런 일이!

구치소에 수감된

박근혜 언니보다 새끼손톱만큼도 나을 것이 없는 나는

새삼 미안해졌다.

미안해요, 나만 좋은 거 누리고 있어서.....

 

지금 내 옆에 근혜 언니가 있다면

"나 어느 곳에 있든지 늘 맘이 편하다"

찬송가 가르쳐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