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는 교회는 110년이 넘은 오래된 교회다.
내가 태어난 곳에서 200미터 정도의 직선거리에 있던 교회는 구불구불한 골목을 돌아가는 길도 있고, 작은 쪽문 -허리를 숙여 들어갈 정도의 -을 통해 가면 거리가 1/3 로 줄어든다.
초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에 여름성경학교에 한번 가고 잊었는데 중학교 2학년 겨울 방학에 친구의 권유로 나가게 되었다. 그러니 얼마나 오래 다녔는지...
50년이 되어 간다고 하면 나의 연식이 드러나 쫌 그렇지만 하여튼^^
지난 주일에는 제주도 여행을 가는 바람에 서귀포시 성화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렸다. 올해부터 주일에는 꼭 교회에 가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오늘도 어김없이 나홀로 한 시간 반 동안 버스타고 전철타고 갔다.
승용차로 갈 때 보니 딱 24킬로의 거리였다. 그 거리를 혹시 걸어간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죽기 전에 한번은 집에서 교회까지 걸어가보고 싶다. 걸어가면서 나의 지나온 인생을 더듬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오고 가면서 그 긴 시간동안 유튜브 동영상으로 타교회 목사님의 성경 강해를 들었다. 너무 흥미로워서 정신없이 듣다 보니 교회였고, 끝나고 정신없이 듣다보니 집에 왔다.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게 푹 빠지게 되는 강해였다.
우리 교회는 오래된 만큼 교인들도 오래된 사람이 많다.
11시 반에 시작하는 3부 예배는 가장 큰 본 예배라고 할 수 있는데 나는 그 성가대를 이십년 이상 했던 것 같다. 성가대원으로 찬양연습하고 찬양하는 그 기쁨은 말로 형용 못한다. 중학교 때부터 학생 성가대를 했고, 고등부, 청년부에도 성가대를 했으니 정말이지 안해 본 성가가 없을 정도이다.
오늘도 성가대는 오케스트라와 함께 찬양을 하는데 모두 마스크를 썼음에도 어찌나 은혜롭게 찬양을 하는지...
성가대에 앉아있는 분들은 거의 모두 내가 아는 분들이다.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부터, 청년부 때부터 성가대를 하던 분들이 환갑 진갑 넘어서도 계속 앉아 계시다. 언뜻 보기에도 평균 연령은 60대가 넘어 보인다.
저 분들 다 돌아가시면 성가대가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다.
하지만.
교회에 다니지 않은 분들은 이해할 수 없겠지만, 저 자리에 수십년 앉아 있으면서 누리는 기쁨, 행복, 감사, 은혜는 그분들의 일생을 주님이 주시는 평안과 평화로 이끌어 주신 것을 확신한다.
오늘도 예배당 앞자리에 앉아 성가대석에 앉아 계신 분들을 한 분 한 분 보는데 참 아름다웠다. 저 분들은 일생의 반 이상을 교회에서 보냈다. 저 분들의 인생의 반 이상을 교회 생활로 보냈다는 것은 남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분들이 꽃길만 걸었을까... 하나님이 인도하신 길이 꽃길만이었을까.
성가대를 하면서 그렇게 충성을 다했는데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분도 계시고, 어이없는 사고사로 돌아가신 분도 계시고, 말도 안되는 사건사고로 고통당하는 분도 계시고, 한순간에 사업이 나락으로 떨어진 분도 계시고, 금쪽같은 대학생 딸을 잃은 분도 계시다. 깊은 병에 걸린 분도 계시고, 장애아를 둔 분도 계시고 돌이킬 수 없는 상처 속에 살아가는 분도 계시다.
그럼에도 찬양을 멈추지 않는 분들을 오늘도 가만히 지켜보면서 그분들을 위하여 기도했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생의 어려운 순간마다 하나님께 더 나아가는 그분들을 하나님의 은혜안에서 풍성한 기쁨으로 살아가기를 기도드렸다.
오래된 분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우리 교회 참 좋다.
오늘 오후, 미얀마 단기 선교 워크샵을 하면서 (결국 코로나19 때문에 7월 24일부터 칠박팔일로 예정되어 있던 선교는 취소되었다. 비행기값은 1월에 이미 지불했는데... ) 내가 존경하는 37년생 장로님께 사인을 해서 그 며느님한테 드리면서 전해달라고 부탁드렸다. 우리 교회에서 내가 책을 드린 분은 목사님들 빼고는 처음인 것 같다. 그 장로님은 정말 내가 존경하는 분으로 읽지 않으신다고 하더라도 드리고 싶어서 미리 준비해가지고 갔다.
오래된 교회에서 좋은 점은 신앙의 본이 되시는 어르신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영이시라 보이지 않고, 예수님도 만나기 힘든데(^^) 교회에서 모범이 되시는 어르신을 뵈니 얼마나 좋은가 말이다. 함께 생활하면서 어르신이 하시는 말씀, 태도, 행동들을 본받을 수 있다는 것이 기가 막힌 축복이라는 것을 안다. 내 소울메이트가 부러워하는 부분도 바로 그것이다. 교회에 어르신이 많다는 것.
나도, 누군가에게 신앙의 본이 되는 모습으로 비춰져야 할 터인데...
신앙의 본은커녕 내가 예수님께 다가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걸림돌이 되지 않기만 해도 좋으리...
새삼 우리 교회에 오래동안 함께 하는 교인들이 너무도 고마워 한 글자 썼다.
즐거운 주일이 가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