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동안 네권의 책을 비교적 빠른 템포로 읽었다. 모두 신앙, 신학 관련 책이었다. 특히 한국 기독교(개신교)에 대한 점검이 많았다. 그만큼 다급했으리라. 한국교회의 현실에 대하여 쫌 정리해 오너라, 하시는 싸부님의 미션이기도 했지만 이제는 나의 신앙과 교회에 대한 정리, 한국 기독교에 대한 정리 등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되도록 여러 책을 참고했다.
덧붙여 말한다면 내가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건가 하는 문제의 추인(!)을 받고 싶기도 했다.
결론. 추인 받았다.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잘잘못은 공존하므로 순수성에 대해서는 주장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적어도, 길은 알고 있다는 결론이었다.
오래전부터 나의 내면에서 무럭무럭 키워왔던, 버린 자식같았던 의문들이, 이제야 비로소 정당한 질문이었고 반드시 해야 할 질문이었으며 그런 질문이 없는 신앙생활이야말로 위험한 것이라는 것도 알게되었다.
기뻤다. 기뻤지만 마음이 찢어지도록 아팠다.
이제 한국 기독교, 한국 교회는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명약관화한 현실이 보였기 때문이다.
우리의 후손들이 온전히, 평안을 누리면서 신앙생활하기는 글렀다는 자각이 내 가슴을 쳤기 때문이었다.
'날마다 믿음이 자란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하나님을 향하여 가므로 한 발짝 뗄 때마다 믿음이 자란다. 실수가 있고 실패가 있고 좌절이 있고 유혹이 있고 시험이 있고 자학과 자멸이 있고 애통이 있고 시기와 질투와 욕망이 넘쳐나는 삶속에서 어떡하든 하나님을 향하여 가려고 하는, 애닲은 사랑이 있다.
오, 하나님 저를 기억해 주세요. 저의 연약함을 아시는 주님께서 손 내밀어 주세요....
믿음이 자란다는 것이 반드시 온전하여 진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어떤 힘든 순간에도, 세상의 모든 것을(목숨을 위시하여) 내려놓고 싶은 그 순간에도, 하나님은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잃지 않는 것이 믿음이라면 나의 변별된 행위와는 그닥 관련이 없는 것이리라.
약할 때 강함 되시는 주님을 생각한다.
하나님이 약한 나를 강하게 만들어주시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나와 함께 하시는 주님의 그 강함으로 약한 나를 끌어안으시는 것을 느낀다. 감사하다.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듯 우리 가족을 우리 교회를 한국교회를 그리스도인들을 사랑하겠지.
뻔히 눈에 보이는 멸망을 향해 가는 한국교회를 굳세게 다니고 있는 나는 작게는 교회를 위해 크게는 하나님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책 읽는 거 좋아하니 이런 저런 책을 읽으면서 방향을 잡아 볼 것이고
나는 글 쓰는 거 좋아하니 나의 내심을, 나의 악착같은 하나님 붙잡기를, 어이없는 상황에서 손끝으로 나를 건져올리시는 그 은혜를 내 깜냥껏 쓸 것이고
그 무엇보다
나이가 들수록 더더욱 꼴통의 버라이어티를 보여주시는 남편을 사랑할 것이며, 가족과 나와 마주치는 인간들과 생각하는 인간들을 이를 악물고라도 사랑할 것이며
하나님이 주시는 하루하루를 감격과 감사와 감탄으로 온전히 누릴 것이며
지금
저 멋진 심포니를 듣게 해주시고 얼음 넣은 홍초를 마시게 해주시고 좀 탔을망정 맛은 있는 돼지갈비를 점심으로 뜯게 해주시며 기똥찬 가을 하늘을 환희에 차서 보게 하시며 토요일의 정오를 가장 편안하게 누리게 하여 주신 나의 하나님을 열정적으로 찬양할 것이다.
눈에 뜨이는 이상스런 기독교인이나 무지막지한 세상 사람들을 향해서는 가끔 튀어나올 것같은 욕설을 목구멍 깊숙히 감추고 대신 기도하고, 세치 혀로 죄를 짓는 잘못은 최소한으로 줄여야 하겠으므로, 대신 정제된 글로 모든 생각을 표현할 것이므로.
그러므로 침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