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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고의 순간, 2020년 3월

by 이숙경(2011canna@hanmail.net) 2020. 3. 15.

결국 미츠코 우치다까지 갔다.

11시 반에 시작하는 3부 예배를 (커피를 마시면서) 관람하고.
내가 무척 좋아하는 반주자 익덕이의 특별 연주(성가대가 없으니)를 듣고
마악 말씀을 시작하려는 순간, 이장우목사님으로 돌려 (남편과 함께)중반 이후의 말씀을 듣고,
다시 3부 예배로 돌리니까 목사님께서 설교 마침기도를 하고 계셨다.
오늘 예배는 그렇게 이상하게 끝났다.

그러다가 다시 연주곡에 빠졌다.
슈베르트 슈베르트 그러다가 미츠코 우치다의 베토벤과 모짤트...
그리고 지금 다시 슈베르트.
아름다운 봄날과 너무도 어울리는 슈베르트
(Franz Schubert: Arppegione Sonata in A minor, D.821 - I. Allegro moderato | Frankie Carr & Kevin Loh)
더구나 첼로와 기타의 협연은 감미롭고 나른하며 다소 쓸쓸하며 아름답다.
식은 커피를 몇 잔째 홀짝이며 귀호강을 누리고 있자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네!

어제 누군가와 통화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걱정 근심 1도 없이 평화로운 나날들. 내 인생에서 가장 안정적인 나날들. 2020년 3월.
원래 낙천적이고 둔해서 코로나 때문에 걱정해 본 적도 없다.
민폐 끼치지 않으려고 시커먼 면마스크 -일주일 넘게 그거 딱 하나- 쓰고 산책한다.
외출할 일이 없고, 불러내는 사람도 없고, 약속도 없으니 오롯이 책만 읽고 노래 듣고 한량처럼 살고 있다.
기쁘다. ㅋ

하나님이 나 편하게 해주시려고 동네교회 목사님을 논산까지 보내버리시고
하나님이 나 그냥 실컷 집에서 놀라고 코로나까지 준비해놓으셨나??

게다가!
남편이 모아놓은 용돈을 아낌없이 헌납하시어서 난생 처음 침대를 들여놓고부터
날마다 늦잠이다. (침대를 들인 지난 화요일부터 닷새째!)
아침에 눈을 뜨면 포근하고 아늑하고 기분좋은 느낌이 너무도 좋아 온종일 누워있고 싶을 정도.
남편은 침대가 온 날부터 이렇게 기쁨을 표현한다.
"우리 호텔비가 너무 많이 나와서 어쩔까 모르겠네."
나의 기쁨의 표현은 이렇다.
"하마터면 침대에서 자보지도 못하고 죽을 뻔 했네!"
내가 여행을 싫어하지 않는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호텔의 침대에서 잠이 들고 깨어나는 것이라고 언제 말한 적이 있나 모르겠군.

어제는 모처럼 낮에 침대에 누워 빈둥거리면서 한 시간 반짜리 동영상강의를 듣는데
그 시간은... 진짜 감미로웠다.
시각거리는 이불과 부드러운 침대 매트의 감촉을 만끽하면서
나의 말년(ㅋㅋ)에야 겨우 침대를 허락하신 하나님께 투정섞인 감사기도를 드렸다.
(아니, 왜 이제야 이런 즐거움을 누리게 해주시나. 진작 좀 주시지.........
하마터면 모르고 죽을 뻔 했잖아욧)

3월말까지 2번째 책 원고를 마감해야 하는데
아직 무슨 내용의 어떤 원고를 보내야할지 정하지도 않고
이렇게 마냥 누리고만 있다.



https://youtu.be/OR45fS8KiUY



실컷
듣고 산책하면서 이장우목사님 설교 전반부부터 다시 들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