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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의 하루

딱 31일만 더 살아볼까?

by 이숙경(2011canna@hanmail.net) 2012. 8. 1.

<딱 90일만 더 살아볼까> 라는 닉 혼비의 소설이 있다.

셋인가 넷인가의 인간이 자살하기 위하여 각각 옥상에 올라갔다가 우연히 만나 나누는 이야기인데 꽤 재미있었다.

8월의 첫날, 갑자기 그 소설의 제목이 떠올랐다.

미스테리한 내일이 나에게 주어진다는 확신이 없으므로 미스테리한 한 달 후에 내가 어떻게 될지는 나도 모르는 것이고,

그러니까 그냥 '열심히'라도 살아야겠지.

 

이른 아침 산책을 하면, 같은 사람을 늘 마주치게 된다. 그들의 눈에도 내가 매일 산책하는 부지런한 년으로 비치겠지?^^

세수도 안하고 이빨도 안닦은 부시시한 몰골로 안면 가리개용 선글래스를 끼고 별로 빠를 것도 없는 보폭으로 어슬렁거리는 나의 등짝으로 햇님의 열정적인 뜨거움이 다가올 때쯤 되면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러면서 느끼는 것. 사람들은 참 열심히도 살고 있구나.

돈벌러 나가는 인간들에게 무한한 경의를 표하고 싶다. 새벽을 가르며 일터로 뛰어가는 인간들의 가슴속에 부디 기쁨만 존재하기를 바라기도 한다. (착하기도 하지^^)

IMF 때는 새벽부터 천변에 앉아 깡소주를 들이키는 중년 남자도 두엇 만날 수 있었는데 그 모습을 힐끗거리는 내가 다 머리가 돌 지경이었다. 너무 가슴 아파서 말이다. 그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것들을 하나님이 좀 가볍게 해주시면 좀 좋아?

지금 내 어깨를 은근짜하게 짓누르는 것도 없지는 않다. (발소리를 죽이고 슬며시 다가오는 그 검은 그림자땜에 가끔 정신이 아찔해진다)

그래도 어쩔 것인가.

옛날 어느 똑똑한 인간이 이렇게 저렇게 잘라놓은 시간이 8월을 가리키고, 그 첫날이 바로 오늘이라니 다시 마음을 잡고 차분하게, 그리고 '열심히' 내가 해야 할 일을 할 수밖에.

 

딱 31일만 더 살면 무슨 일이 생길른지 나는 모르지만, 욥기가 주는 위로에 힘입어 또 다시 시작한다.

근데...아침부터 너무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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