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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선생이다

by 이숙경(2011canna@hanmail.net) 2015. 5. 15.

 

 

업어온 책 이미지가 너무 작군. 황현상 선생님의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이다.

 

무식하기 짝이 없는 나는 작년에야 황현상 선생님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이전에 그의 글을 접했을 때, 그냥 글만 디립따 좋아했던 것이다. 그는 짧은 동영상에서 충격을 주었다.

그의 진중함, 진실함... 그의 깊음은 누구나 존경할 것이다.

이후, 팟캐스트에서의 대담에서 알게 된, 나직하고 장엄(반드시 이 단어를 써야겠다)한 목소리가 나를 다시

충격에 빠지게 했다.

하지만, 어느 결에 손에 들었던 저 책 <밤이 선생이다>는 지명도에 비하여 나의 마음을 흡족시키지는 못했다.

저 책으로 말한다면 제목이 나에게는 8할이다.

 

스승의 날.

시퍼렇게 살아계시거나 유명을 달리하신 하여튼 나의 스승을 생각하고 나를 스승으로 생각하는 인간(몇 안되지만)도 생각하면서 나를 키운 것들(인간을 포함한 모든 물질, 사상 같은 것 모두)을 떠올린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밤>

밤에 주로 인간의 역사가 창조되기는 하지만(이것은 19금^^), 감성 이빠이가 되어 순수 결정체로 뒹구는 시간은 아무래도 밤이 가장 깊고 넓다. 글은 밤이면 두 세 배는 더 많이, 더 빨리, 더 깊게 앞으로 나아간다.

밤에 읽는 모든 글들은 자기 힘으로 헤엄쳐 인간의 바다로 가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이 블로그는 이런 글이 어울릴 것 같지 않군.

스승의 날, 감사하는 글을 한 줄 더 남기고 싶어 이곳을 클릭했는데 방정맞은 손과 더 방정맞은 마음은 덜커덕, 밤이 선생이다, 하는 선생의 책을 물어 내 가슴에 내려놓았으니 나는 그냥 가슴을 열어보일 수밖에....

 

나에게도 밤이 선생이다.

밤의 수많은 기도, 수많은 독서, 수많은 편지, 수많은 눈물, 노래, 신음, 매일 쓰고 매일 버리는 이상스런 창작물...그 모든 것들은 이미 소각장에 들어간 지 오래지만 뇌에서는 꼬물꼬물 기어다니는 잔재들이 분명 있다. 그것들이 다시 부화하고 그렇게 부활하여 나의 손끝에서 튀어나온다면, 그것이 나에게는 창조적인 창작물이 되는 것이겠지.

이런 아침도 감사하지만, 깊은 밤이 주는 절망도 사랑한다. 언젠가 이곳에도 쓴 것 같은데 그것도 '즐거운 절망'의 하나라면 말이다.

더 쓰고 싶지만 더 쓰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갑자기 엄습해오는 바람에 오늘은 이만.

 

(밤이 선생이므로 밤에 이곳을 찾아와 더  이어갈지 그것은 장담하기 어려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