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교회 목사님께서 논산으로 가신 후, 한번도 그 교회에 가지 않았다.
코로나는 핑계이고 이제는 동네교회에 발목잡히고 싶지 않기 때문.
남편이 먼저 발을 들이미는 바람에 가게 된 동네 개척교회.
덕분에 2년 동안 수요예배를 거의 빼먹지 못하고 갔다. 정말이지 어느 수요일은 서울에 사는 친구들이 일박이일로
놀러왔는데 놀기 전에 교회에 데리고 가서 수요예배에 참석한 이후부터 놀아야했다.
착한 친구들이어서 말을 잘들어서 그렇지... 참...
열성적으로 가던 남편이 심사기 뒤틀려서 안간다고 뻗댄 마지막 반 년도 나 혼자 갔다.
은혜 1도 없는데 목사님 부부와 찬양 인도하러 오시는 (우리처럼 타교회 교인인) 부부 때문에.
주일 예배도 한달에 한번은 꼭 갔고, 어느땐 두 번 어느땐 세번도 갔다.
목사님과 가깝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나처럼 사적인 만남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더구나 사적인 대화는 더더욱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예배 후의 커피 타임에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너무너무 별로였다.
물론 대화의 내용이 내 마음에 들었다면 그렇게까지 싫지는 않았겠지만, 동네 아줌마들끼리 앉아서 하는
이야기와 별반 다르지 않은 대화를 한 시간이상 듣고 있노라면
나중에는 짜증까지 나려고 했다.
동네 교회가, 동네 교회 목사님이 은혜가 되는 게 아니라 부담이 된다는 것이 슬펐지만.
2년 동안 목사님(과 사모님) 마음을 편하게(혹은 기쁘게, 혹은 즐겁게, 혹은 보람있게) 해드리기 위하여 수요예배를 참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동네에 교회가 그렇게도 많은데 정작 갈 교회, 가고 싶은 교회가 없다는 이상하고도 어이없고도 서글픈 상황을
개척교회 목사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목사님은 가셨고, 다른 목사님이 오셨는데(한 번 뵈었다. 가시기 전에 무슨 회의를 한다고 해서 오신 감리사님이다. 감리교는 감리사 제도가 있어서 큰 일이 있으면 오셔서 회의를 주관하신다)
나는 발을 절대 들이지 않기로 아예 작심을 했는데 기저질환자로 분류되어 본교회에 가지 못하는 우리 남편이
두어 번 주일 예배에 참석하더니... 다녀와서 목사님이 참 좋으신 분이라고 하는데...(목사님이 좋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나는 귓등으로도 안들었다. 또 나를 꼬드겨서 같이 교회에 가게 만들고 또 어느순간 심사가 뒤틀리면 나혼자 억지로 교회가는 짓꺼리를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으므로.
얼마 전부터는 목사님께서 심방해도 되겠느냐고 묻는다는데도 나는 반응을 하지 않고 있었는데
(도무지 귀찮기만 한 나의 마음을 어쩌란 말인가)
결국 어제 남편이 전화를 받았다. 오늘 심방을 오시겠다는 것이다. 산책길에 소식을 들은 나는 남편이 부탁한 대로 과일을 한보따리 사들고 왔다.
정말 너무 부담스러워 밤새 심방오시는 꿈을 꾸고 오늘은 새벽 5시에 일어났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부담스럽기만 한 이 마음을 어떡하면 좋을까.
심방 오신다니 참 좋다, 오셔서 무슨 말씀을 주고 가실까, 이런 마음은 왜 안 생기는지 나도 모르겠네...
난 너무 솔직해서 문제지만 솔직하게 털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