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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같은 주일에!

by 이숙경(2011canna@hanmail.net) 2014. 8. 3.

소설접기 블로그(네이버에 있는 나의 또다른 블로그이다)을 열어놓고 랜덤으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이곳을 방문한다. 마치 손님처럼^^

그런데 하필, 스콜피언스의 할러데이가 흘러나오니까 문득 오늘이 주일이 아니라 휴일같은... 비기독교인들은 전혀 느끼지 못하는 델리케이트한 변별성이 나를 살짝 업시킨다. 그 미묘한 일탈이 나를 즐겁게 하는군.

다른 말을 좀 덧붙이자면 수많은 가수들이 부른 할러데이 중에서 스콜피언스의 할러데이를 가장 좋아한다. 다른 인간들은 비지스의 할러데이라고 하지만(그것은 분명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의 너무도 유명해진 명장면에 비지스의 할러데이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라고 나는 단정짓고 있다. 누가 뭐래도!)...

 

이곳의 방문 목적은(ㅋㅋ) 휴일같은 주일을 휴일처럼 보낸 것이 아니라 본의 아니게 주일 예배를 두 번이나 드리게 된 경위를 설명코자 함이다^^

어제 저녁, 우리 부부를 차로 교회에 모시는 미션을 수행할 아들이 짧은 여행을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나는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음...그렇다면....

요즘 이빨 때문에 고통당하는 남편은 냅두고 나 혼자 동네 교회를 가든지(그 교회도 두 개 중에 골라야 한다. 하나는 작년에 이사해서 수요예배도 몇 번 성실히 나가고 주일 예배, 크리스마스 예배까지 드린 중형 교회, 다른 하나는 요즘 몇 달째 새벽기도를 드리고 있는, 내가 일하는 집의 권사님이 다니시는 교회), 아니면 두 교회 사이에 끼어있는 성당에 나가 간만에 내탓이요 가슴을 치면서 미사를 드리든지, 아니면 완전 쌩까고 방에 틀어박혀 라이브 예배로 퉁치든지!

아침에 눈을 뜨니 변함없이 6시도 채 안된 이른 시각이었다. 아무리 늦게 일어나려 해도 아침형 인간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한참 머리를 굴리다가 동네에 있는 중형 교회의 1부 예배를 가기로 맘 먹었다. 그곳은 옆에서 사람들이 들러붙어서(죄송하다) 이사오셨어요, 처음 오세요 등등의 작업을 걸지 않아서 좋았다. 인터넷으로 교회를 검색해서 1부 예배가 7시 반에 시작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대강이나마 꽃단장을 하고 (검정색 원피스에 검정색 가디건을 입었다. 충분히 거므스레해서 눈에 뜨이지 않게^^)설렁설렁 작은 지갑만 들고 수퍼가듯 교회를 갔다.

그 교회는 갈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교인들이 전부 <와, 교회에서 생활하는 것이 이토록 즐겁다닛! 하나님 믿는 것이 이토록 행복하다닛!> 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 인위적인 모습이 아니라 진정이 느껴지는 행복감이 충만해 보이더라는 것.

오늘도 그랬다. 많은 교인들이 신이 난 표정으로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보기 좋았다. 이 교회는 사람들을 들볶지 않나보다. 아니면 용의주도하게 자발적 봉사를 하게 하거나. 난 단순하게 그렇게 생각했다.

예배당 입구에서 전도사 급으로 보이는 분이 다정하게 말을 건넸다. 이사오셨어요? 처음 오셨지요?

나는 어어. 바보같은 웃음을 지으며 얼버부리고는 황급하게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른 아침인데도 칼라풀한 의상(성가대 가운이 아니라 합창단처럼 블라우스 스커트 이렇게 쫙 빼입었다)을 갖추어입고 앉아있는 중년여성들로 이루어진 찬양대의 모습이 참 은혜로웠다.

목사님 말씀 간단명료하면서 직설적이어서 알아듣기 쉬웠고, 아멘이 저절로 나왔다.

헌금송을 부른 씽씽한 청년 둘은 기어이 나를 울렸다. 괴로울 때 주님의 얼굴 보라... 티슈 두 장 날아갔다. 낮에 필히 피아노 뚜껑을 열고 저 가스펠을 치면서 노래하리라, 마음먹었다. 요즘 옆방 사내때문에 1월 이후 피아노를 거의 치지 못했지만 이번만큼은 양보할 수 없었다.

회개의 기도문을 읽는 목사님 음성도 좋았고 내용도 좋았다. 주보를 보니 그 내용이 고스란히 적혀 있다. 주보를 고이 모셔옴.

예배가 끝난 후에도 잠시 앉아 있었다. 교회 교인들이 다 나간후에 조용히 일어설 생각이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마음이 평화로웠다.

요즘 며칠 동안 글빨이 안올라 자학모드로 갈뻔한 마음이 제자리를 찾아왔고 무조건 감사하다는 결론이 아주 쉽게 내려졌다.

역시 교회는 집에서 가까워야 한다. 성당처럼 구역제도가 있으면 좋으련만...

 

집에 왔더니 그제서야 부시시 눈을 뜬 남편이 어디갔다 왔느냐고 묻는다. 교회갔었지.

나도 가려고 했는데... -남편의 말.

남편은 이곳에 이사와서 단 한번도 동네교회에서 주일 예배를 드린 적이 없었다. 그러므로 당연히 열외였는데...

예배가 좋았다고 하니까 남편은 부리나케 씻고 옷을 입는다. 그러더니...나에게 하는 말.

같이 교회가자.

나? 아까 갔다왔는데? 7시 반 1부 예배 드렸는데?

그래도 같이 가자.

또? 내가 왜 또 가야해?

입이 저절로 튀어나오는데 남편이 마구 손을 잡아끌었다. 혼자 가는 것은 절대 못하는 마마보이처럼.

에구에구...

하는수없이.

아침에 손을 잡던 전도사님이 알아보지 못하게 산발모드로 풀어헤쳤던 머리는 단정하게 뒤로 틀어올리고

깜장 패션에서 새하얀 가디건에 하야스름한 원피스에 하얀 레깅스로 완전 변신하고 남편 뒤에 붙어서 살금살금 교회문을 들어서는데

아까 그 전도사님

1부예배에 오셨지요? 아까 뵙던 분이죠? 하면서 반색을 한다.

어머나, 눈도 정말 좋으셔~~~

결국 남편과 함께 나란히 앉아 11시에 시작하는 대예배를 드렸다. 같은 설교지만 좀 더 풍성해진 말씀으로 다시 은혜받고.

이중창을 하던 청년들이 다시 헌금송을 부르는데 또 다시 티슈 두 장을 적시고.

남편은 졸지도 않고 매우 열심히 즐거운 표정으로 예배를 드렸다. 그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남편은 앞으로 수요저녁예배를 가겠다고 했다. 엄청 은혜받은 모양이다)

하지만 뭐야  이 휴일같은 주일에 동네 교회를 두 번이나 가야했다니 하나님은 정말 내가 신나게 노는 꼴은 못보시는갑다....

하나님은 이 기막힌 휴가철에 놀지도 못하게 하시넹!! 이것은 투정아닌 투정.

지금 창문으로 아들의 차가 들어오는 순간을 포착했다. 잘 놀다왔느냐, 아들아?

오후에 다시 뭉칠것을 약속하는 아들. 이럴 줄 알고 엊그제 고스톱 판으로 사용하는 얇은 패딩요를 하얗게 빨아놓았징^^

 

(지난 금요일 남편 틀니때문에 치과에 가서 남편은 고통당하는 동안 치과 로비에서 셀카놀이한 사진으로 대문사진을 바꾸고 혼자 좋아하고 있다.  자뻑은 정신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자학보다 훨 낫다는군! 어쨌든 사람이나 블로그나 일신우일신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