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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 간의 뉴딜 알바를 끝내고

by 이숙경(2011canna@hanmail.net) 2020. 11. 30.

11월 30일, 오늘로써 4개월에 걸친 뉴딜 알바 (공공근로)를 끝마쳤다.

참 놀라운 시간이었다.

비로소 사람을 제대로 만난 느낌?

그리고 비로소 제대로 자연을 만난 느낌?

 

4개월 동안 하루 4시간, 5시간을 길 위에서 보냈다.

비가 오면 정류장 의자에 앉아 쉬고

땡볕과 바람과 가을 하늘과 함께

짙푸르렀던 자연의 색이 거무튀튀하게 변해 갈 때까지

 

내 발치에 알밤이 떨어져 구르고

내 팔꿈치에 탱자 열매가 떨어지고

산사열매는 한 바구니 따고

도토리는 줍고

들깻잎은 땄다.

그것뿐이 아니지만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다.

 

어제 오후에는 길가의 페퍼민트(박하라고 하나?) 이파리를 한 움큼 따서 

어제 오늘 뜨거운 물을 부어 마시고 있다.

아, 진짜 그 향이 그윽하다.

 

나와 같이 한 팀원들은 대개 

거의 모든 대화는 슈퍼의 물가로 시작해서 슈퍼로 끝났는데

알바가 끝나면 모두 슈퍼로 달려가서 

싼 상추, 싼 나물, 싼 고추 등을 한아름 안고 집으로 갔다.

십원 단위까지 가격을 외우고 동네의 서너 마켓을 돌아다니는데

나는 졸졸 그 뒤를  따라다니면서 놀라고 놀라고 또 놀랐다.

 

그 많은 음식을 만드는 법이라니.

세세하고 정교하고 레시피 몇 장이 넘어갈 만큼 치밀한 요리법을 전해들으면서

(마음속으로)

이렇게 세세히 타인의 마음을 엿본적이 있을까,

아니, 

이렇게 세밀하게 자신의 마음을 가늠한 적이 있을까,

대단히 회의적인 마음이 들었다.

 

조금은 아쉬운 부분(실은 대단히 슬펐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알게 된 인간 살이, 인간의 삶, 인간의 보편적인 하루하루를

엿볼 수 있게 되어서 참 감사했다.

 

그렇게 11월이 가고 

이제 자유로운, 나의 시간으로 꽉찬 12월을 곧 맞이한다.

잘 살아야지...

 

매일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길 위에서 보냈는데

그 시간만큼은 정말 최선을 다한 시간으로 만들고 싶다.

제대로 되려나 모르지만.

 

그냥 마음이라도 다잡고 싶으다...

 

그리고 하나님께 무한감사드린다.

하나님.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을 주셔서 감사해요.

그것만으로도 앞으로 평생 감사하며 살게요.

 

이제 저처럼 

꿀잠 주무세요, 나의 하나님^^

 

 

 

길위에서의 휴식은 주로 놀이터였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바람이 차가워져서 뜨거운 커피를 마시는 이 시간이 참 좋았다... 아, 벤치의 기억...잊지 못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