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0일, 오늘로써 4개월에 걸친 뉴딜 알바 (공공근로)를 끝마쳤다.
참 놀라운 시간이었다.
비로소 사람을 제대로 만난 느낌?
그리고 비로소 제대로 자연을 만난 느낌?
4개월 동안 하루 4시간, 5시간을 길 위에서 보냈다.
비가 오면 정류장 의자에 앉아 쉬고
땡볕과 바람과 가을 하늘과 함께
짙푸르렀던 자연의 색이 거무튀튀하게 변해 갈 때까지
내 발치에 알밤이 떨어져 구르고
내 팔꿈치에 탱자 열매가 떨어지고
산사열매는 한 바구니 따고
도토리는 줍고
들깻잎은 땄다.
그것뿐이 아니지만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다.
어제 오후에는 길가의 페퍼민트(박하라고 하나?) 이파리를 한 움큼 따서
어제 오늘 뜨거운 물을 부어 마시고 있다.
아, 진짜 그 향이 그윽하다.
나와 같이 한 팀원들은 대개
거의 모든 대화는 슈퍼의 물가로 시작해서 슈퍼로 끝났는데
알바가 끝나면 모두 슈퍼로 달려가서
싼 상추, 싼 나물, 싼 고추 등을 한아름 안고 집으로 갔다.
십원 단위까지 가격을 외우고 동네의 서너 마켓을 돌아다니는데
나는 졸졸 그 뒤를 따라다니면서 놀라고 놀라고 또 놀랐다.
그 많은 음식을 만드는 법이라니.
세세하고 정교하고 레시피 몇 장이 넘어갈 만큼 치밀한 요리법을 전해들으면서
(마음속으로)
이렇게 세세히 타인의 마음을 엿본적이 있을까,
아니,
이렇게 세밀하게 자신의 마음을 가늠한 적이 있을까,
에
대단히 회의적인 마음이 들었다.
조금은 아쉬운 부분(실은 대단히 슬펐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알게 된 인간 살이, 인간의 삶, 인간의 보편적인 하루하루를
엿볼 수 있게 되어서 참 감사했다.
그렇게 11월이 가고
이제 자유로운, 나의 시간으로 꽉찬 12월을 곧 맞이한다.
잘 살아야지...
매일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길 위에서 보냈는데
그 시간만큼은 정말 최선을 다한 시간으로 만들고 싶다.
제대로 되려나 모르지만.
그냥 마음이라도 다잡고 싶으다...
그리고 하나님께 무한감사드린다.
하나님.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을 주셔서 감사해요.
그것만으로도 앞으로 평생 감사하며 살게요.
이제 저처럼
꿀잠 주무세요, 나의 하나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