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주년 기념 음악회 연습을 두번째 했다.
그날까지 참석한 대원은 133명!
소프라노 42명, 알토 35명, 테너 30명 베이스 26명.
앞으로도 더 많은 분들이 오리라고 예상하면 인원은...?
명단을 보니 대략 이십여명은 모르는 이름인데 얼굴을 보면 아항 저분이구나 할 분도
계실 것 같다...
한교회를 50년 가까이 다니다보니 아무리 자폐증환자인 나라도 저절로 알게 마련인 거 같다.
또 교회가 오래되다 보니 어릴때 만났던 사람들이 거의 다이다.
그러니까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생활이 바뀌어도 대다수의 교인들은
가깝거나 멀거나 그냥 묵묵히 자신이 다니던 교회를 고집하고 있는 거다.
기독교인이 해야 할 일은 전도 봉사 충성 십일조 주일성수 뭐 그런 것 보다는
하나님께 대한 감사와 찬양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므로
이번 110주년 기념 찬양연습은 너무도 뜻깊다.
같이 참석하는 다른 대원들의 면면을 보면 은혜되는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가장 눈에 뜨이는 것은
하나님에 대한 열심. 그것을 사랑이라는 단어로 대체해도 상관없을지는 모르겠으나.
아닌말로 교회에서 내노라 하며 봉사하는 거의 모든 분들이 성가연습에 참여하고 있는 듯하다.
보기좋았다.
순진하게 생각하면 100명이 넘은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목소리를 맞추어
연습에 골몰하는 그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했다.
한국에서의 삶은 얼마나 바쁘고 고된가 말이다. 그럼에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토요일 저녁에 모여서 (거의 모든 분들이 지각은커녕 제 시간보다 일찍 와서 기다리고 있다.
오, 놀라워라) 소소하게 담소를 나누며 간략한 식사를 하고 서둘러 예배당으로 들어간다.
예배당이외에는 백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일 공간이 교회에는 없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과 눈인사도 하고, 웃음인사도 나누면서 자리에 앉으면 행복....이 밀려온다.
세상에.
하나님은 어찌하여 나를 이자리로 불러주셨을까!
잘한짓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나에게 이런 환희의 시간을 허락해주시다닛!
요즘 하나님은 개과천선하신것은 분명하시다 ㅋㅋ
집으로 돌아가는 길, 차가 없는 우리를 찾아 헤매는 카풀 권사님.
같은 구역에 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챙기고 계셨다.
감사한 마음으로 뒤좌석에 앉았는데, 시동을 켜자마자 울려퍼지는 우리의 찬양곡,
멘델스존의 찬양의 노래, 멘델스존 제 2번 교향곡 교향칸타타가 울려퍼진다.
귀에 익히려고 오며가며 들으시는 모양이다. 감격.
사람 사는 게 별거인가.
엊그제 다니엘 말씀을 듣는데 어떤 교인의 예화를 들어주셨다.
식당을 하시는 분인데 점심장사만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저녁 장사는 하지 않고 두분이
수요일 저녁에 교회나오셔서 말씀 듣고 계셨다. 들으면서도 감격했다. 그래, 바로 저거야!
우리는 정말 풍족하다. 그것을 깨닫지 못할 뿐이다.
나라에서 가난하다고 의료급여도 주고 주거급여도 주는 우리집도 돌아다보면 세상에,
부자도 이런 부자가 없다.
그래서일까? 지난 독서회에서 우리집 이사했다고 광고하면서 "SUPER RICH" 라고 나를 소개했다.
검색해보니 금융자산이 10억 이상인 사람을 SUPER RICH라고 한다넹?
헐, 나를 겨우 금융자산 10억인 사람에게 비유하다닛!
하나님도 계시고, 예수님도 계시고, 영생도 있는데!
이렇게 음악도 있고(국악의 향기가 내 영혼을 찌르고 있군), 커피도 있고, 책도 있고(신구약 중간사 정말 흥미진진하다!), 말씀도 있고(어제부터 다니엘을 다시 처음부터 듣고 있다. 디따 좋다!)
지금 내 옆을 지키고 있는 저 아름다운 찬양의 노래 악보.
그것을 연습할 때의 기쁨은 10억에 비유할까!
아침마다 나에게 새로운 감성을 선물하는 황지우의 시집 필사하는 기쁨을 10억에 비유할까.
남편과 마주 앉아 단란한 아침식사를 하는 그 시간을 10억에 비유할까!!
그러므로 나는 찬양할 것이다.
9월 110주년 창립 음악회때까지가 아니라 죽을 때까지!
이 찬양곡의 주제는 멘델스존이 이렇게 설명했다.
시편 150편 호흡이 있는 자들아. 여호와를 찬양하라.
이 말씀은 음악 전반에 걸쳐 되풀이 되고 있다. 나도 소리쳐 외치고 싶네.
호흡이 있는 자들아. 여호와를 찬양하라!
이제 겨우 두번 연습했는데 벌써 악보가 나달나달해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