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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유배지에서 한 달13

5- 아침 산책 아침. 이틀 동안 마치 잠자는 공주처럼 깊은 잠 속에 빠져 있던 나는 비로소 기지개를 켜고 일어났다. 잠은 말끔하게 사라졌다. 무엇인가 생동감으로 꿈틀거리는 몸의 상태를 느낄 수 있었다. 쾌적함. 오랜만에 커튼을 활짝 젖히고 나날이 푸르러가는 수풀을 바라보았다. -좋은 아침. 아무.. 2012. 6. 28.
4-데오빌로 각하에게 제 1서신 데오빌로 각하. 며칠 전 독실한 구교 신자이며 시인인 구상의 수상집을 읽었습니다. 진심과 도덕이 가득한 글은 왜 그렇게 읽기에 거북한지 모르겠습니다. 성실하라, 최선을 다하라, 진실하여라, 사랑하라... 내용은 성경에 버금가리만큼 순결하였습니다만 어디인지 배배 꼬여있는 것이 .. 2012. 6. 28.
3-복있는 사람은 나는 모든 것을 잊고 싶었고, 모든 것을 놓고 싶었다. 내가 알던 모든 것을 떠나고 싶었고,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나를 잊기를 원했다. 지난날의 희열과 기쁨과 환희와 고통과 슬픔과 아픔 같은 감정의 편린들을 기억에서 지우고 싶었고, 그런 감정을 불러일으켰던 사람들과 사건, 사고.. 2012. 6. 28.
2-잠을 주시는도다 한 달을 머물 수 있는 방의 문 앞에 서자 가슴이 떨렸다. 마치 천국의 열쇠처럼 느껴지는 작은 열쇠를 만지작거리다 기어이 문을 열었다. 제법 너른 방이 보였다. 정면의 커다란 창문으로 창밖의 녹음이 고스란히 눈으로 들어왔다. 사람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 2012. 6.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