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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쁜 2019년!

맥빠지는 대심방

by 이숙경(2011canna@hanmail.net) 2019. 3. 17.

어제, 대심방이었다.

집집마다 다니는 심방인데 부목사님께서 방문하셨다.

예전에는 구역장, 전도사님 등등 함께 오셨는데 혼자 오셨다.

올해부터 바뀌었다고 한다.


자꾸 옛날 생각하면 안되는데

화려했던 지난날의 대심방이 떠올랐다.

속도원 모두가 모여 머리를 짜내어 순서를 정했다.

대접하는 것도 누구네는 커피, 누구네는 과일, 누구네는 다과 등으로 차별을 만들었다.

점심은 온 속도들이 모여(대심방하는 순서를 기다리다가 모인다)

목사님과 함께 식당에서 식사를 하거나 어느 집에 모였다.


어느 해이던가 대 심방때였다.

지금은 돌아가신 나이 드신 노권사님께서 다른 집으로 이동하려고 봉고를 타는데

무엇인가 쥐어주신다. 봉투였다.

깜짝 놀라 보니 2만원이 들어있다.

(자녀들 없이 임대아파트에서 홀로 사시는 그 권사님은 동사무소에서 알선하는 노인취로사업에 나가시는 분이었다.)

돈 뿐 아니라 카드도 들어있다.

(심방다니느라 애쓰시는 인도자님 감사합니다.)

극구 만류했지만 권사님의 강권에 어쩔 수 없이 봉투를 받았다.

나중에 말씀하신다.

얼마나 귀한 시간인가! 목사님과 함께 동행하면서 심방 따라다니는 게 얼마나 힘든가!

젊은(그때는 젊었다 ㅋ) 인도자님 너무너무 수고 하신다....

노 권사님은 어리디어린 나에게(딸보다도 훨씬 어린 나에게) 꼭 존댓말을 하셨다.

속회 인도를 할 때는 눈도 깜빡이지 않고 경청을 하셨다.

(다른 노 권사님께서 내 말을 가로채 자신의 일을 떠벌이면 야단을 치셨다. 말씀 중간에 자른다고^^)


옛날 대심방은 축제의 날이었다.

모두 마음을 다해 준비하고 목사님과 심방 다닐때는 예상시간까지 적어놓을 정도였다.

다른 집으로 이동할 때는 나중집에서는 전화를 기다리느라 신경을 곤두세웠다.

지금 출발합니다. 몇 십분 후에 도착합니다. 이런 메시지를 받으려고.


우리 속도는 명목상으로는 6명인데

한 사람은 아예 교회에 나오지도 않고 (다른 교회-구원파-로 간지 석달이 넘었다)

한 사람은 몇 년전 이사하면서 다른 교회에 이적해갔다. 가서 신앙생활 잘 하지만

속회 예배에는 나온다. (강권에 의하여)

한 사람은 집이 너무 좁다고 하여 한번도 집에 가본 적이 없다.

한 사람은 장로님이라 너무 바빠서 대심방을 같이 받은 적이 별로 없다.

대심방을 받은 가정은 그 외 한 사람과 나, 이렇게 두 가정이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목사님이 말씀하셨다.

대심방을 집에서 받아준것만도 너무 감사합니다.

요즘에는 집을 공개하기를 꺼려 심방 안 받는 가정도 적지 않습니다.

절대 오지 말라고 하는 가정도 있습니다.

집에는 오지 말고 교회에서 심방 받는 가정도 있습니다.


시대가 변했나보다.


어쨌든 우리 부부는 목사님과 셋이 오봇하게 대심방 예배를 드렸다.

그런데 왜 허전한 마음이 드는 거지?

산처럼 쌓아올린 싱싱 탱글 딸기와 바나나, 접시에 하나 가득한 견과류, 그리고

5인분 헤이즐넛 커피는

누가 다 먹어야 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