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장례식장에서 노권사님을 만났다.
여든이 훨씬 넘으신 권사님은 교회까지 오려면 장장 두 시간이 걸리는 곳에 살고 계시다.
나만 보면 삼십년이 넘도록 '아이고 이쁘다'를 연발하시는 분이시다.
이쁘다고 하신 것은 물론 나의 어처구니없는 외모가 아니라 마음을 뜻하시는 것이리라.
내 생각에 그 권사님은 교회에서 만나는 수많은 어린(자신보다 어린^^)성도들에게 똑같은 말씀을 하실 것 같다. 나는 수십년 권사님을 보아왔는데 단 한번도 이상한 말씀이나 흉보는 말씀을 하시는 것을 못봤다. 늘 칭찬하시고 늘 안아주시며 어깨를 토닥이신다. 참 이쁘다! 하시면서.
넉넉지 않으신 분이신데 작년인가 내가 미얀마 선교 간다는 것을 알고는 봉투에 신사임당 두 장을 넣어주신 분이다. 그때 정말 놀라고 감격했다.
그 날도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보기에도 이렇게 이쁜데 하나님이 보시면 얼마나 이쁘겠어!
정말 그 말을 듣노라니 너무 부끄러운 것이었다.
권사님. 권사님 마음이 깨끗하시니까 남들도 그렇게 보아주시는 거죠. 저는 속이 완전 새카매요! (차마 이렇게 고백하지는 못하고)
몇 십년을 한결같이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권사님은...'오남리'라는 서울에서 좀 떨어진 외곽에서 오래동안 살고 계신데 교회에 가면 언제나 마주친다. 그만큼 교회에 자주 오시는 듯.
-요즘 수요예배는 못 오시죠?
하고 내가 물었더니 권사님 말씀인즉 빠진 적이 없으시단다!
오는 시간 두 시간, 예배드리고 가는 시간 두 시간.
그러면 한밤중에 집에 들어가시겠네!
-그런데...그 시간이 참 좋아. 오며 가며 생각도 하고 기도도 하고.
...나도 예전에는 권사님처럼 살았는데... 일주일에 서너 번 교회를 가면서 거의 두 시간 걸리는 그 시간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고 만나는 사람마다 자랑했는데...
갑자기 교회에서 살고 싶어진다. 예전처럼 즐겁고 기쁘게.
새벽기도회도 첫 전철을 타고 달려가고 수요예배도 가고 금요철야도 가고
오고가는 길 기도도 하고 생각도 하면서...
엊그제는 교회가기 싫다고 투정부렸는데 오늘은 또 마음이 바뀌었네.
사랑이 가득하신 권사님을 만나더니만...
'기쁜 2019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나님의 트렁크 이후 (0) | 2019.06.18 |
---|---|
친구의 변심^^ (0) | 2019.06.11 |
毒이 꽃으로! (0) | 2019.06.07 |
지삐몰라 (0) | 2019.05.29 |
수련회 이후 남편이 좀 변한 거 같다...^^ (0) | 2019.05.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