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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의 하루

냉커피가 식은 것처럼...

by 이숙경(2011canna@hanmail.net) 2013. 7. 9.

미지근한 냉커피의 마지막 몇 모금을 원샷했다.

시원했으면 좀 좋아?

차지도 덥지도 않아 책망받았던 라오디게아 교회가 바로 이 맛이었겠지?

터키 여행 중에 들른 라오디게아..에서 석양을 보았다.

가이드의 집요한 설명을 뒤로하고 나는 지는 해가 혼이 뺏겨 정신이 나갔다.

그 곳에서 나의 뒷모습을 좀 찍어달라고 성지순례팀 중에서 제일 편한 어르신께 부탁했었지.

냉커피가 식은 것처럼 헬렐레한 맛으로 살면 안되는디...

 

<6. 25 전쟁의 재인식>이란 복잡다단한 논문 열 편 정도를 합체한 두꺼운 책을 겨우 몇 장 남겨놓고

밀쳐놓았다. 끝을 내버려야 하는데 다 귀찮다...

온종일 이 책 저 책 요 책 조 책 찔끔찔끔 맛을 보면서 지냈다.

빗속을 뚫고 달려온 성실 학생에게 수필 몇 편을 교습하는 알바도 성실하게 수행하고 (무려 3시간 이상을!)

일단 방학을 선언했다.

할 일 많다고 둘러댔다.

다 귀찮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용기가 없었다 ㅠ.ㅠ

기중 다행인 것은...

멋들어지게 퍼붓는 장맛비 때문에 운무가 가득한 가슴이 쪼금은 개운해지긴 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잡소리를 명언으로 알고 기어이 책으로 내려는 과욕을 부린다.

그 살짝 미침은 많은 사람들에게 그리고 울창한 나무에게도 해가 된다는 것을 알고도 모르쇠하면서 걍 밀고 나간다.

교인들은 또 어떤가.

자신의 편파적인 확신을 예수님의 말씀으로 코팅하여 모든 악의 세력(누가 대체 악이란 말인가)에 가장 용감한 포즈로 대항한다.

굳이 교인이라 말한 것은 교인이 그리스도인과 동일어라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교회 다니는 사람들 중에 물론 나도 끼어있기는 하지만

냉커피가 식은 것처럼 밍숭한 사람들과

양 극단에 서서 혈기와 투지와 오기만 남아서 삿대질을 하는 사람들과

목소리 큰 사람들과

힘센 사람들과

그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지성인 측 사람들이 몽땅 한 자리에 모여 있는 곳이 바로

바로 교회라는 사실을, 그러므로 똘레랑스가 가장 필요한 집단이 바로 교회라는 사실을

아무도 인지하지 않으려는 것 같다.

어쩐지 모두들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고 싶은 말이야 많지만, 까발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이

나의 손을 이쯤에서 멈추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잠이 오면 자야지, 했는데

잠은 안오고...

비도 안오고...

바라는 것들은 다 오지 않고, 오지 않으므로

이 밤 나는 지랄이다!

 

(맨 끝 단어에 혹 놀라시는 분이 계시다면 매우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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