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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람데오, 유다

당신은 모른다-2

by 이숙경(2011canna@hanmail.net) 2012. 7. 16.

지금, 교회에 대하여 생각한다.

건물로서의 교회, 그리스도인들의 모임으로서의 교회.

주기도문에서도 나와 있듯 하나님은 '우리'의 하나님이다. 구원은 분명 하나님과의 단독자로서 이루어지지만 그 구원의 완성으로 가려면 '우리'안에서의 교제와 섬김과 나눔이 필요하다. 하나님은 우리를 홀로 세상을 살게 내버려두시지 않으셨고, 홀로 세상을 살 수도 없다. 눈을 뜨면 마주치는 가족에서부터 집을 나서면서부터 마주치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우리를 풀어놓으시고,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라고 하신다.

어제 읽은 책에서 가장 하나님이 바라는 교회는 가정 교회라는 구절을 읽었다. 아멘. 가정은 혈육으로 이루어진 공동체이지만 교회는 예수님의 보혈로 이루어진 공동체이다. 어쩌면 그곳에는 혈육으로 이루어진 것보다 더 한 끈끈한 유대관계가 형성되는 곳일지도 모른다. 살도 피도 섞이지 않았지만 예수님을 머리로 하여 각 지체로서 존재하는 공동체, 얼마나 멋진가!

하나님이 주신 분복에 따라, 하나님이 주신 역량에 따라,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에 따라 조화롭게 이루어지는 교회 공동체는 성경에서 입이 닳도록 말하는 사랑과 용서가 실현되는 장이며, 우리에게 섬김과 나눔을 배우게 하는 교육의 장이기도 할 것이다. 이웃을 내몸처럼 사랑하라는 하나님의 지상명령을 갖가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넘어지고 깨어지면서 기어서라도 이루어가는 과정이 교회 공동체 안에 담겨 있을 것이다.

아름답다, 교회여.

 

밀레니엄도 한참 지난 지금, 한국에서 이천 년전 초대 교회의 실상을 재현시키기는 쉽지 않다. 성경을 꼼꼼이 읽어보면 모든 것을 나누고 내것 네것 없이 통용되던 초대 교회는 아주 짧은 기간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도행전 이후의 복음서에 등장하는 교회의 모습에서 이미 초대교회 정신이 붕괴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라는 가장 큰 틀일 것이다. 그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모든 일들은 하나님의 사랑을 체득한 그리스도인들이 예수님을 따라가는 삶을 살아감으로서 이웃에 대한 사랑을 연습하는 장이라는 것, 그 연습을 세상에서 실전으로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교회나 세상을 구분하지 않고 '자신의 삶으로 하나님 사랑과 사람 사랑을 증명하는 사람이 바로 그리스도인'이라는 어제 어느 목사님의 설교로 귀결될 수 있겠다.

 

그리스도인들의 모임인 교회가 건물로서의 교회(정확하게 말한다면 예배당)보다 우선한다는 것은 당연하지만, 한국교회의 실정으로 본다면 이 두가지 교회를 조화롭게 만들어가야 한다는 당위성이 요구된다. 어쨌든 이미 건물로서의 교회는 존재하고 그곳을 통해 만나는 각 지체인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예수님의 뜻을 따라 가야 하는가, 어떻게 하나님의 뜻에 맞는 삶을 살 것인가, 어떻게 각자의 삶 속에서 사랑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하여 깊게 천착할 필요가 있다.

 

나 역시 어느 그리스도인의 권유로 교회에 출석하게 되었고, 그 교회의 여러 모임을 통해 나의 신앙이 조금씩 자라갔으며(물론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방황하면서도 어쨌든), 교회에서 만난 수많은 그리스도인의 모습을 보고, 예배와 봉사를 통하여, 어느 땐 크고 작은 시험의 불구덩이를 통과하면서 옛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 를 믿고 또 믿으면서 지금도 교회를 끊지(?)않고 잘 다니고 있다. 감사한 일이다.

교회가 없었더라면 하나님을 알 수 없었을 테니까 말이다.

교회 속에서 좌충우돌하면서 실전을 통해 하나님과의 교제를 계속했다. 그 또한 감사한 일이다. '우리'안에 들어감으로서 나의 연약함과 나의 부족함을 상대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것도 정말 감사한 일이었다. 우리속에는 나와 다른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있어서 그들과의 차이와 공통점을 구별할 수 있게 되었고, 성격의 차이, 능력의 차이, 남녀노소 빈부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하다못해 정치적 성향의 차이까지) 서로를 이해하고 관용하며 섬길 수 있는 것은 오직 성령이 각 사람에게 임하셨기 때문이 아닐까. 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저 인간도 분명 사랑하고 계시다는 것을 알면 그만 할 말이 없어지고 마는 것이다.

나는 분명히 알고 있다. 나는 언제나 올바르려고 노력하지만 언제나 올바르지는 않다는 것을.

또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것은, 내가 어느 때에는 올바르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어느 순간에 와서는 올바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수도 있다는 것. 내가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어느 순간에 와서는 맹렬하게 하나님의 반대편에 서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을 때는 정말 힘들었다.

그래서 초대교회에서 집사를 선출할 때 지혜와 성령이 충만한 자를 뽑았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앎은, 나의 지식은, 나의 사랑은, 나의 주장은, 나의 잣대는 절대 올바르지 않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고 있다면, 섣불리 다른 사람들에 대하여 판단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성경에서는 그토록 열심히 '제발 판단하지 말라."고 도배를 했겠지...

 

(저녁 식사를 주문하시는 남편에 순종하기 위해(ㅋㅋ) 일단 여기까지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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