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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붙잡힌 여인이 가로되

밤에 용서라는 말을 들었다.

by 이숙경(2011canna@hanmail.net) 2015. 1. 1.

하나님,  어제 밤 저에게 말씀하셨죠.

나는 용서한다.

우와. 심중에는 그럴 줄 알았지만 뭐 그렇게 도장찍고 복사까징!

그리하여 행복한 2015년의 새날을 맞이하게 하여주신 나의 하나님께 또 뽀뽀해드림다.

 

먼저, 십수 년 전 비오는 밤 강남을 헤매면서 우산 밑에서 소곤거렸던 55년생 선배 시인 이진명의 시 하나 올려드림다.

저의 마음이 담뿍 담겨 있네요

 

                

 

               밤에 용서라는 말을 들었다 / 이진명

 

 

  나는 나무에 묶여있었다. 숲은 검고 짐승의 울음 뜨거웠다. 마을은

불빛 한 점 내비치지 않았다. 어서 빠져나가야 한다. 몸을 뒤틀며

나무를 밀어냈지만, 세상 모르고 잠들었던 새 떨어져내려 어쩔줄

몰라 퍼드득인다. 발등에 깃털이 떨어진다. 오, 놀라워라. 보드랍고

따뜻해. 가여워라. 내가 그랬구나. 어서 다시 잠들거라. 착한아기.

나는 나를 나무에 묶어놓은 자가 누구인지 생각지 않으련다.

작은새 놀란 숨소리 가라앉는 것 지키며 나도 잠들고 싶구나.

 

  누구였을까. 낮고도 느린 목소리. 은은한 향내에 싸여. 고요하게

사라지는 흰 옷자락. 부드러운 노래 남기는. 누구였을까.

이 한밤중에

 

  새는 잠들었구나. 나는 방금 어디에서 놓여 난듯하다. 어디를

갔다 온 것일까. 한기까지 더해 이렇게 묶여있는데, 꿈을 꿨을까.

그 눈동자 맑은 샘물은, 샘물에 엎드려 막 한 모금 떠 마셨을때,

그 이상한 전언. 용서. 아, 그럼. 내가 그 말을 선명히 기억해 내는

순간 나는 나무 기둥에서 천천히 풀려지고 있었다. 새들이 잠에서

깨며 깃을 치기 시작했다. 숲은 새벽빛을 깨닫고 일어설 채비를

하고 있었다.

 

  얼굴 없던 분노여. 사자처럼 포요하던 분노여. 산맥을 넘어

질주하던 증오여. 세상에서 가장 큰 눈을한 공포여. 강물도

목을 죄던 어둠이여. 허옇고 허옇다던 절망이여. 내 너에게로

가노라. 질기고도 억센 밧줄을 풀고. 발등에 깃털을 얹고

꽃을 들고. 돌아가거라. 부드러이 가라 앉거라. 풀밭을 눕히는

순결한 바람이 되어. 바람을 물들이는 하늘 빛 오랜 영혼이

되어.

 

하나님, 어떻슴까 저 시?

이진명 시인은요 엊그제는요

눈물 머금은 신이 우리를 바라보신다, 는 가슴치는 제목의 가슴치는 시를 써서

나의 눈물깨나 쏟게 만든 장본인이기도 한데요, 그 '눈물 머금은 신'이라는 어구를 그만 훔쳐왔지 뭡니까.

제 생각인데 이진명 시인은 기독교인인 것 같아요...

 

어쨌든 나의 하나님이여, 다시금 하나님의 용서의 선언을 듣고 나니

새날을 맞이하는 이 마음이 깃털처럼 가벼워 날아갈 듯 하나이다.

저의 예감인데요, 새해는 새처럼 훨훨 날아다닐 것 같고요~~

푸른 초장에서 마음껏 뛰어놀 것 같아염~~

2015년의 마지막 날이 기대되는군요.

아름다웠던 해였다고, 기가 막힌 한 해였다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은 이 행복한 예감.

그래서

오늘 새해 첫날 미리미리 감사드림다, 나의 하나님.

지금 마시고 있는 향기로운 허브차처럼 향기가 넘치는 일년이 되기를 소망하면서

새해 인사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