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교회로 사순절 특별 새벽기도회를 다니면서
새벽예배 가는 기쁨을 되찾게 되었다.
그렇게 좋은 시간을 겨울 내내 게으르게 이불 속에만 꼼지락거리고 있었다니!
집 앞 교회는 5시 반에 시작이다. 시간도 딱 좋다.
5시 알람에 눈을 뜨면 잠시 이불 속에서 꼼지락거린다.
아늑하고 포근한 상태가 정말 좋은데 박차고 일어서야 하는 것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대신 5분 여의 시간 동안 눈을 깜박이며 그 시간을 누리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 때 떠오르는 하루의 계획.
기분이 좋으면 속옷차림으로 체중계에도 올라가보고
진중하니 앉아 혈압을 재어 기록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혈압약과 타목시펜(항호르몬제인데 이것이 요즘 나를 살찌게 하는 원흉이다)과 비타민을 먹고
가장 빠른 속도로 옷을 입고 현관문을 열면 상쾌한 공기와 함께 부지런한 어느 손길이 문앞에 갖다 놓은 신문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그것이 올라올 동안 11층에서 거의 언제나 교회를 내려다보게 된다.
두어 대의 차량이 주차장에 있고, 교회 이층의 작은 창문에 불이 켜져 있다.
몇 대의 차들이 길 양쪽에서 교회 앞으로 회전하기 위하여 깜빡이를 켜는 모습을 볼 때도 있다.
교회까지 5분 여의 시간을 종종 걸음으로 걷는다. 아직 날씨가 풀리지 않아 싸늘하다. 옷깃을 단단히 여미고 머플러로 감고 모자까지 눌러썼는데도 어딘가 한기가 스민다. 나는 생각한다. 단순하게.
그래도 조금 만 가면 따스하고 아늑하고 편안한 교회에 가니까. 오분만 참자.
그렇게 교회를 간다. 희망이 없는 사람들의 삶이 불행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 오분을 견디는 데도 오분 후의 장소를 희망하고 있지 않은가.
부활절 특별 새벽기도회에는 대 예배당에서 모였지만 이번 월요일부터는 다시 이층 소예배당에서 모인다. 그 교회 교인은 아니지만 이제 통박으로 다 알게 되는 사실이다.
작은 예배실의 문을 열면 어둠속에서 작은 기도소리가 들린다. 이 삼 십 명의 교인들이 기도하고 있는 것이다.
예배는 아무리 길어도 20분을 넘지 않는데 짧은 시간 메시지를 전해주시는 목사님의 말씀이 정말 달고 오묘하시다.
예배 후에는 또 얼마나 좋은 시간인지. 불을 끈 예배실에 앉아 있으면 조금은 크게 틀어놓은 찬송가가 들려온다. 그리고 간곡한 기도소리가 들려오는 것이다. 귀를 기울이면 기도의 내용도 들을 수도 있겠지만 나도 기도할 사람이 장난 아니게 많아서 타인의 기도에 귀를 기울일 틈이 없다.
다만, 찬송가는 종종 나의 기도를 멈추게 한다. 너무 좋기 때문이다. 남의 교회임에도 불구하고 찬송가를 혼자 부를 때도 있다. 물론 찬송가 소리에 묻혀서 나의 목소리가 들리지는 않겠지 하는 안도감으로 아주 편안하게 4절까지 부를 때도 있다.
가만히 아무 것도 안하고 그냥 앉아 있을 때도 있다. 그 시간은 너무도 편안하여 마치 하나님의 품속에 있는 것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두서없는 기도와 찬양과 묵상과 이런저런 잡념도 끼어들면서 이삼십분이 후딱 지난다. 문득 눈을 뜨고 주위를 살핀다. 맨 마지막까지 나 혼자 남게 되면 문을 잠그려고 누군가 기다리게 하는 실례를 범하기 때문에 신경 쓰는 부분이다. 어두운 예배실에 두어 사람이 남을 때 즈음 나는 일어선다.
다시 옷깃을 여미고 모자를 푹 눌러쓰고 신호를 기다리고 길을 건넌다. 교회 바로 앞에 내가 사는 아파트 동이 있다. 세상에. 이런 로또가 있나!
조금 춥지만 단 5분만 견디면 따스하고 아늑하고 편안한 집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그 희망으로 기분 좋게 길을 걷는다.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정말 가벼워지는.
힘이 들 때는 시간을 잘라서 생각하기로 했다.
오늘 치과에 들렀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의료장비에 둘러싸여 누우면서 생각했다. 길어야 몇 십분이겠지. 그 몇 십분만 견디면 끝이 나겠지. 그러면 고통이 사라지는 거야.
만남에서 사소한 트러블이 생겨도 마찬가지였다.
길어야 몇 시간만 같이 있으면 헤어질 텐데 조금만 더 참으면 된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대체로 좋지 않은 말이겠지) 참는다. 만약 이 사람을 더 이상 이 세상에서 볼 수 없게 된다면 나중에 후회할거야. 그러니 하지 말자.
그렇게 꾹 참고 돌아와서 말할 것을 그랬다고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새벽예배를 드리고 뻥 뚫린 상쾌하고도 상쾌한 마음으로 현관문을 열면 또다른 나의 천국이 있다.
이곳에 사는 것을 감사.
고른 숨소리를 내며 곤한 잠에 빠져 있는 사람에게도 감사.
커피 물을 올려놓으면서도 감사.
나의 앞으로의 생에서
이러한 새벽의 기쁨을 더이상 놓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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