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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쁜 2019년!

선물

by 이숙경(2011canna@hanmail.net) 2019. 12. 15.

어제 독서회에 갔다.

언제나처럼 존경하고 사랑하는 우리 선생님께 12월 감사카드를 (이번에는 자필로) 써가지고 갔다.

독서회를 이끄는 패밀리에게도 감사카드를 (아무도 부탁하지 않았는데 내 마음에 동하여) 써갖고 가서 읽어드렸다.

글 쓰는 재주를 이렇게나마 재능기부한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ㅋ


그런데..한참 특강을 하시던 선생님께서 갑자기 나를 지목하신다. 그러시더니만 하시는 말씀인즉슨...

"여기, 이숙경이는 예전에는 가난해서 하나님과 가까이 있었지만 지금은 살 만 한가봐. 이렇게 멋진 목도리도 하고...그래서 숙경이는 변한 거야. 형편이 좋아지면 하나님과는 멀어지게 되어 있어."

나는이게 무슨 소린가 하다가...

"선생님 걱정 붙들어 매세요. 다행히도 아직까지 여전히 가난하니까요. 그리고 이 머플러는, 여기 오다가 하도 추워서 지하철 상가에서 9900원 주고 산 거예요. 그렇게 비싸 보였나요?" 했다.

독서회원들은 9900원짜리 머플러라는 소리에 모두 깜놀. 우리 선생님은 그랬냐? 하시면서 얼른 지갑을 여시고는 만원을 주신다.

"내가 오해했으니 그 목도리 내가 사준 거다!"

나는 꾸벅 하고 두 손으로 만원을 받았다.

"고맙습니다!!!!"


독서회 끝나고 선생님께서 책을 한 권 사주시겠다며 고르라고 하신다.

(독서회를 하는 곳은 선릉역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북세즈. 공부도 하고 회의도 하고 강연도 하고 책도 보고, 책도 사고, 그리고 커피와 진짜 맛있는 빵을 직접 만들어 판다. 넓은 공간이 정말 쾌적하고 기분좋은 장소이다)

나는 무엇을 고를까 여기저기 기웃거리는데 책도사 선생님이 책을 한 권 쳐들어 보이셨다.

"이거 읽어봤냐?"

보니, 2018노벨상 수상자인 올가의 <방랑자들>이다. 2018년에는 시상식이 없어서 몇 달 전에 2018년, 2019년을 모두발표했는데

2019년 수상자인 피터 한트케의 작품은 많이 읽었지만 올가의 작품은 <태고의 시간들>을 반 쯤 읽다가 진도가 안나가 그냥 덮어둔 채 있었다. 나는 신이 났다.

"아, 읽고 싶었던 책이어요."

선생님은 미소를 지으시며 거금 16000원을 지불하시고 나에게 또 책 선물을 해주셨다.

그 몇 십분 전에 독서회 끝날 무렵에도 "계속 가난하게 살려면 이런 책도 옆에 두고 읽어야 한다'면서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을 주셨는데!

결국 선생님은 어제 나에게 머플러도 선물해주시고, 읽고 싶었던 올가의 책도 선물해주시고 그리고 헬렌니어링의 책까지 선물해주셨다.


선물은 언제 받아도 행복하고 즐겁다.

우리 선생님, 오래오래 사셔서 어제로 87회 맞이한 독서회 100회까지 꼭 진행하시기를...


(나도 누구에겐가 선물하고 싶은데...그것이 꼭 돈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닌데...요즘 마음이...

올해가 가기 전에 산뜻한 기쁨과 충만한 행복을 꼭 되찾아야 할 텐데...)



그렇게 오늘 주일을 맞이하여 24킬로 떨어진 교회를 가려고 했는데 모처럼 아침을 차려주고 싶은 아들이 도무지 일어날 기미가 없어서 하는 수 없이 이번 주도 동네 교회를 갔다.

급하게 햄과 팽이버섯과 청량고추를 넣은 전을 만들고 성경김을 잘라서 가지고 갔더니 모두 맛있게 드신다.

점심에 나누어 먹을 반찬을 만들어 가는 것도 선물이라면 선물이겠지?

즐거운 환담의 시간. 지난 주에 이어 오늘도 남편과 함께 교회에 갔더니 목사님 부부가 너무도 좋아하셨다.


돌아오는 길에 "오늘 말씀은 (예전과 달리) 참 좋던데!"

하고 내가 말하니 남편이 깜짝 놀란다. "나도 그 말을 하려고 했는데!"

오늘은 정말 마음 편하게 설교 말씀을 들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2020년에는 목사님께서 더욱 좋은 설교 하실 수 있게 되기를...


2020년에는 나도 선물을 시시때때로 나누어 주고 싶다. 내 곁에 계신 아름다운 분들께...

하나님, 그렇게 해주실 거죠? 나의 마음과 형편의 여건을??




          선생님 감사합니다. 열심히 읽고 영혼을 살찌울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