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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현장에서 붙잡힌 여인이 가로되

아름다운 새벽

by 이숙경(2011canna@hanmail.net) 2016. 3. 19.

오늘도 새벽예배 가려고 두꺼운 파카 입고 현관문을 나섰는데 이게 뭥미?

11층 아파트 복도에서 내려다본 집앞 교회에 불이 꺼져 있었다. 쎄~ 하다.

2주 동안 특새라고 했는데 이 교회는 금요 철야를 토요 새벽예배로 대체하는 모양이었다.

이번 주는 새벽에 교회가는 재미로 살았는데...

다시 집으로 들어왔다. 그래서 오늘은 내 방에서 새벽예배를 드렸다.

들릴락말락하게 음악 틀어놓고

블랙커피 한 잔 타놓고

60여 명의 중보기도자 명단을 힐끗거리면서

사순절 묵상하고

메시지 성경 읽고

살짝 눈을 감았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맴돌았다.

가슴을 적셔오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평화, 평안.

이렇게 감미로운 시간이라니 정말 놀라울 따름이었다.

 

감사하고

감사하고

다시 감사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이렇게 평안하게, 이렇게 행복을 누리는 것이 꿈 같았다.

물론 내 병은 낫지 않았고(나을 기미가 없는 암이라는 병이다)

당장 내일의 양식이 간당간당하고

남편은 십수년 째 아프고

노동 착취에 가까운 직장에 다니는 아들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여 내일 때려치겠다, 다시 내일 때려치겠다고 하지만.

통장의 잔고는 빈약한 동그라미 숫자로 버티고 있지만. 실은 그것도 남편의 연금에서 대출을 받아 놓은 것이지만. (그래도 나의 (거의 60년)인생에서 가장 많은 돈이 통장에 쟁여져 있다는 사실. 그 금액이라는 것이... 글쎄 임플란트 몇 개 할 정도?)

교통카드 충전할 때 작년처럼 오만원어치 해주세요하고 호기롭게 말하지 못하고 요즘에는 만원만 해 주세요, 만원만 해주세요를 몇 번씩 되풀이하면서 한 달을 보내지만.

저소득층 월세지원을 받기 위하여 동사무소의 복지과 직원에게 온갖 시시콜콜한 사정을 전부 고해 바치며 한 시간 넘게 서류를 작성했지만.(세상에 처리기간이 2달이 넘는다는군).

요즘 하도 몸무게가 늘어서 뭔가 이상하여 검색을 해보았더니 항호르몬제 타목시펜의 부작용으로 일년 사이 2킬로에서 7킬로까지 살이 찐다는 검색결과가 나왔다. 깜놀. 어쩐지 갈수록 통통해지더라니.

어제야 비로소 이유를 알았으니 이제부터는 산책을 열심히 할 결심. 그러면서, 다시 마음이 즐거워졌다. 이렇게 아침이 오고 있구나.

 

토요일은 성경모임 가는 날.

어제부터 기대하고 있다. 오늘은 어떤 말씀으로 나를 충만하게 만드실까, 나의 하나님이?

몇 자 쓰다보니 아름다운 새벽이 가버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