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부 예배에서의 찬양 때문에 온종일 행복했다.
찬미 받으소서.
찬양곡의 원래 제목은 그것이 아니었겠지만.
사실, 그 찬양곡은 모짜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에 가사를 붙인 곡이었다.
메릴 스트립이 주연한 영화 아웃 어브 아프리카에서 잔잔한 감동을 주었던 그 곡 말이다.
스물 몇 명에 불과한 찬양대원이 내는 소리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만큼 장중했다. 미라클!
휴가 시즌이어서인지 다른 때보다 적은 인원의 찬양대였는데 그토록 웅장하고 은혜로운 찬양을 드릴 수 있다니.
그것은... 지휘자의 역량이었다.
나의 성가대 짬밥 20년(중고등부 시절 성가대까지 합치면 몇 년 더해야겠지)의 눈썰미로 진단한 것이다.
1부 찬양대원은 십년 전이나 이십년전이나 거의 변하지 않았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인데 지휘자가 바뀌면 소리가 달라진다.
오늘도 그랬다.
새로온 지휘자는 2007년 백주년 기념 음악회에서 잠깐 들러 파트 연습을 도와주던 젊은 청년이었는데 그 때부터 뛰어난 지휘 실력에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던 기억이 있다(그러고보니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있었던 그의 결혼식에도 갔었구나^^::) 독일 유학을 갔다온 후 믿음과 실력이 따따블로 성장하여 이토록 멋진 지휘자가 되었던 것이다.
2002 월드컵에서 모두 느낀 바겠지만 리더의 역량에 따라 축구이든 찬양대이든 엄청난 차이가 있다.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실력 그 다음은 그 팀을 이끌어갈 카리스마!
하지만 교회에서는 그 이외에도 믿음이 덧붙여져야 한다. 그리고 그 믿음 위에 사랑이 덮어져야 한다. 그 모임을 사랑하는 마음.
....그런데...
오늘의 예배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개신교에서는) 설교에서 나는 많은 실망을 해야 했다.
착하고 원칙적인 믿음(만) 충만하신 담임 목사님께서는 너무도 본론적인 설교를 늘어놓으셨다.
덕택에 그토록 집중하며 들었어도 가슴이 뻥 뚫려버렸다. 약간 허무했다.
모범생같은 목사님의 모범답안같은 설교. 세상에서 가장 지루한 사람, 모범생들!
교회에는 모범생들은 잘 오지 않는다. 모범생들은 죄를 잘 안지으니까 예수님도 별로 필요치 않은 것이다.
모범생들은 세상에서 아주 잘살고 있는데, 윤리 도덕, 죄에서 멀리 떨어져 성실하게 잘 살고 있는데
죄인을 부르는 예수님말씀이 귀에 들어오겠는가? 아무런 결핍이나 고통이나 슬픔이 없는데...
아주 잘 살고 있는 사람은 세상에서 놀고 죄많은 인간들은 두 손을 번쩍 들고 항복하면서 예수님께로 오는 것이다.
그 모임이 바로 교회 아닌가?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 슬픈 마음 있는 사람, 과부 고아 나그네, 죄인, 병자,.... 세상에서 버림받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우리 목사님은 너무 모범적인 분이라 좀 그렇다....
인생에서 다른 길을 가보지 못한 사람의 한계랄까...그런 것을 절감했다. 폭이 너무 좁다는 느낌?
그 믿음위에 물론 사랑도 덮어씌워졌겠지만 요즘의 모습을 보면 어쩐지 티미해 보이기도 하고.
천명이 넘는 교인들을 다 아우르기에는 이해력과 포용력이 좀 부족하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고.
무엇보다, 설교에 있어서 '펄펄 뛰고 살아있는 생동감'있는 그런 것이... 부족했다. 그냥 내 생각이다.
설교도 결국 문자로 씌어진 것이고 보면, 같은 내용이라도 표현능력에 따라 접근성(그걸 교회에서는 은혜받는다고 하겠지)이 떨어질 수도 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목회자가 문학 수업을 받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내 눈에도 빤히 보이는 진부함을 벗어날 도리가 없어보인다.
시도 수사학이 관건이라고 하지만 설교도 결국 전달 방법의 문제인 것 같다.
(물론 목회자가 올바른 설교를 한다는 전제하에서)
그런 것도 실력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예화 하나를 잘 들어도 교인들의 마음에 파고 들수도 있을 것이고
문장 하나, 아니 단어 하나를 잘 구사해도 은혜의 도가니로 이끌어갈 수 있지 않을까.
찬양대가 몇 달 전 지휘자가 바뀜으로 해서 누가 봐도 인정할만큼 (갑자기) 놀라운 실력의 찬양대가 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다보니
올해 들어 내내 정통적인 설교에 집중하고 계시는 담임 목사님의 설교를 비교하게 되었다.
내 말은 설교자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설교의 질을 좀 더 높일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움...? 그 정도.
요즘 많은 설교를 들으면서 내 귀가 밝아졌는지, 혹은 내 눈이 밝아졌는지 모르지만
이전보다 많은 것들이 들리고 보인다.
시야게의 달인인 내가(ㅋㅋ) 어떻게 도울 방법은 없을까....?
'유다의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여름 밤의 꿈 ㅡ다리원 (0) | 2012.08.14 |
---|---|
유남규의 "주님 감사합니다!" (0) | 2012.08.07 |
올빼미족 (0) | 2012.08.04 |
내 눈을 눈물에서 건지셨나이다 (0) | 2012.08.02 |
쌓여만 간다... (0) | 2012.08.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