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임 가는 날^^
부엌을 개판으로 만들어 놓고 돼지고기 튀김을 만들었다. 뒷처리는 영원한 나의 시다바리인 남편님.
워낙 실수를 잘하는 나는, 혹시 튀김기름에 데이지 않을까 진땀을 흘리면서 가장 긴 나무 젓가락으로 튀김 남비에서 거의 일미터는 떨어진 거리에서 원격으로 요리했다. 기름은 온도가 높아 혹시라도 화상을 입을까봐 늘 진땀을 흘린다. 겁쟁이!
그렇게라도 조심하지 않으면 워낙 잡생각이 많은 내가 어느 순간, 기름 그릇을 엎을지, 흘릴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말하자면 '폭탄'이다.
세 근에 만원짜리 싸구려 돼지고기를 시장에서 샀다. 동남아 시장처럼 커다란 덩어리를 좌판에 내놓고 소리지르며 호객행위를 하는 곳에서 말이다. 네 근에 만원짜리 돼지고기를 사려고 했지만 다 떨어졌다나. 대형마트에 가면 아무리 싼 곳을 찾아도 한 근에 만원짜리도 보기 힘든데 시장이 과연 싸기는 쌌다. 100% 국내산이라고 써놓았지만 물론 그 말은 믿지 않는다. 아무려나, 고기는 고기일 테니까.
하여튼, 부들부들 떨면서 녹말가루 튀김가루 묻힌 돼지고기를 잘 튀겨내는데 성공했다. 뿌듯~한 마음.
어찌나 진땀을 뺐던지 욕실로 달려가 5분 샤워를 했다. 그냥 물 한 번 몸에 끼얹은 것이다^^
그리고는 10분 화장(바쁠때는 5분 화장으로 신속하게 마무리하기도 하지만), 그리고 9900원짜리 그 원피스를 얌전하게 입고 앉아있는 중이다. 누가 얼마짜리냐고 묻는다면 특가품으로 99000원에 좋은 것 건졌다고 말해도 믿을 껄? ㅋㅋ
낮에는 검은콩을 불려서 절묘한 타이밍으로 한소끔 끓여서 믹서기에 잘 갈아서, 그 사이 국수를 또한 절묘한 타이밍으로 잘 삶아서 건져서, 어휴....정말 집에서 만들기에는 너무 힘든 콩국수를 만들어 먹으셨다. 남편과 둘이 마주 앉아서 '이렇게 기가 막힌 콩국수는 분명 6000원은 할꺼야, 아니야 7000원은 할껄? 이런 소리를 주고 받으면서, 그리고 서로에게 수고했다고 덕담을 주고받으면서 즐겁게 먹었다. 고운 말이 와야 고운말이 간다는 진실을 또 깨닫는 순간이다....
6시쯤 집을 나서려는데 이십분쯤 시간이 남았길래 이곳에 들어와 한수다 늘어놓고 나간다.
시 공부에 필받고 와서 멋들어진 시 한 편 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