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속장으로 있는 속회는 약간 삐딱한 면이 없지 않다.
몇 년 째 길거리에서 만난다.
속도원으로 있는 나의 오래된 친구가 음식점을 하면 그곳이 매달 속회 장소가 된다.
그 친구의 가게는 계속 망해가면서 업종을 바꾸었는데 해물찜집에서 사우나 매점식당에서 빈대떡집까지 하다가 요즘은 아예 접고 알바를 뛰고 있다. 식당의 야간 설거지 뭐 그런 거를 한다.
그 친구로 말한다면 동네친구, 초등동창, 교회친구인데
세상적으로 잘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춘천 어귀에 모타보트까지 있는 천여 평이 넘는 너른 별장으로 매년 여름 오랜 친구들을 초대해서 (오, 그녀가 기르던 덩치 큰 개들이 떠오르는군. 그 중 폴이라는 이름의 개는 너무도 인상적이어서 나의 소설에 조연으로 등장시키기도 했다. 그 별장의 기억으로 나는 소설 '타르'를 썼다. 작가는 모든 경험한 것을 놓치지 않는다 푸하하) 삐까번쩍한 그녀의 벤츠를 타고 룰루랄라 한여름의 강가를 휘젓고 다녔다.
요즘은 드문, 숙식하며 일하는 아주머니가 서포트 해주는 인생이어서 평생 밥 한 번 제대로 해보지 않던 그녀는, 어느 날 홀연히 인생이 뒤죽박죽이 되어 치킨칩 주방아주머니로 취직을 하여 닭을 튀겨내어 손님으로 찾아온 우리 앞에 떡하니 내놓아 우리를 놀래키곤 했다.
그 친구가 가게를 접으면 우리는 미아롯데에서 만난다. 길거리 속회이다.
우리는 길바닥에서 인사를 주고 받다가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고 커피집으로 가서 수다를 떨거나 (꼰대 장로언니는 막간을 이용해서라도 속회 책을 뒤적이며 한 말씀이라도 전하려고 하지만 그것 역시 10분 이내로 끝낸다) 장로언니가 심방 때문에 자리를 뜨면
내가 아우성을 쳐서 맥주를 파는 곳으로 끌고가서 기어이 치맥을 시킨다. (그래봤자 500이지만)
또 재미있는 것은 친구는 점점 망해갈 수록 하나님께 한발짝씩 가깝게 가고 있다는 것.
그것이 너무 신기하고 감사하여 우리 믿음의 늙은 닭(예전 우리교회 담임목사님은 오래된 신앙인들을, 골수분자들을, 몇 대째 내려오는 믿음의 가정들을 이렇게 표현해주셨다. 참 표현력이 장난아니셨던.)은 영계처럼 야들야들하고 식감 좋은 최고의 순수를 자랑하는 그녀의 믿음의 행로에 박수를 치고 있는 중이다.
원래 속회(장로교에서는 구역회라고 하던데)는 말씀 위주가 아니라 친교 위주라고 속장 교육에서 누누히 강조하던 바, 그렇다면 우리 속회는 아주아주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 내가 속장 열라 할때는 속회 공과를 거의 달달 외우고, 말씀에 집중하느라 친교에는 소홀했던 감이 없지 않았다. 세월이 변한 것이다. 그리고 신앙에 대한 것도 조금은 변하지 않았나 싶다.
오, 내가 일주일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은 금요일 속회 예배 인도하고 난 이후의 식사 시간이라고 이십년 동안 줄기차게 말해왔다. 정말 최선을 다하여 공부하고 최선을 다하여 예배 말씀을 인도했다.
지금은?
이른바 직장속회라고 하여 한 달에 한 번 겨우 모인다.
그것도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속회를 하지 않고 그냥 그 파란만장한 친구의 가게이거나 길바닥에서 이루어진다.
내 생각에 믿음에 관한 이야기와 일상에 대한 이야기는 반씩 섞여 있는 것 같다.
엊그제 토요일 모임에서는 모처럼 믿음에 관한 이야기 일색으로 서너 시간을 보냈다. 좋은 시간이었다.
세상적으로 보면, 식당에서 알바 뛰는 내 친구, 완전 인생이 망쪼난 것처럼 생각하겠지만
천만에 만만에 말씀이다. 내가 보기에 그녀는 이제서야 제대로 된 기쁨을 알게 된 것 같다.
그것은 감사와 인내이다. 평화는 조금씩 맛보는 것 같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성공적인 삶이란 말인가.
하나님은 이처럼 우리를 전복시켜서 하나님이 주시고자 하는 진짜 평안과 위로 사랑 기쁨을 주신다.
친구여, 많이 힘들지만 그 힘든 가운데 주님의 음성 듣고 온 세상이 천국이 되는 그곳으로 뛰어들어가버리자!
쓰다보니 이상하게 글이 흘러갔지만, (지금 퇴고 알바때문에 마음이 바빠서 ㅋ)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두 가지.
첫째, 요즘 속회는 이전과 다르게 바뀌었다. 좋은 조짐이다.
둘째, 세상에서 망하는 것은 하나님께 가는 지름길이다.
셋째, 세상이 주는 기쁨과 하나님이 주는 기쁨은 격이 다르다. 그 맛을 아무도 모른다.
하나님이 감추어두신 비밀이니까.
비밀이 많으면 부자라고 장정일이 말하던데 나는야 드뎌 재벌의 반열에....
굿모닝.
(이른 아침(새벽이라고 하고 싶지만 날이 너무 환해서^^;;)에 커피를 마시면서 베란다 창으로 밖을 내다보았는데, 오, 이처럼 아름다운 정경이 보이더라능.... 하나님 마음처럼 맑고 파란 하늘(그것을 내마음같다고 말하고 싶지만 꾹 참고 ㅋ), 예수님 말씀처럼 정결한 도로(이것도 내마음같다고 말하고 싶지만 역시 참고), 성령님처럼 짙푸르고 늘 싱싱한 풀, 나무들(이것도 역시....ㅋㅋㅋ)을 바라보면서 대체 내가 재벌이 아니면 누가 재벌이냐고 가슴을 쫙 폈다는... 아름다운 삶의 자리를 마련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옵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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