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일 오후에 110주년 음악회 평가회를 하는데 실황 녹음하여 제작한 CD와 함께 짧은 소감문들을 곁들여 배포한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짧은 감상문 하나 보탰다. 추석연휴까지 마감한다고 해서 뒤늦게 는적거리면서.... 이곳에 쓴 글을 적절하게 짜집기 한 글이지만 ㅋㅋ)
이제 무슨 재미로 사나 /소프라노 이숙경
올해 가장 행복하고 황홀하고 멋진 날을 꼽으라면 당연히 9월 16일 110주년 기념 음악회였다. 보석처럼 아름다운 성가대원 130명, 오케스트라 40명이 영혼으로 찬양했다.
분명 우리의 입술을 통하여, 악기를 통하여 음악이 흘러나왔지만 나는 영혼으로 부르는 찬양이었다고 믿는다. 사실이 그러했다.
5월 말에 시작하여 9월까지 이어진 매주 토요일 저녁의 합창 연습은 행복했고 감사했다. 그런데 가만 눈치를 보니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모인 모든 사람들의 마음가짐이 그러했던 것 같다.
한국에서의 삶은 얼마나 바쁘고 고된가 말이다. 그럼에도 백여 명이 넘는 찬양대원들은 끔찍한 폭염에도 불구하고, 남들 다 떠나는 휴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황금 같은 시간인 토요일저녁에 모였다. 오래 전부터 우리 교회 관행이었던 <용두동 타임>이 사라진 것도 놀라웠다. 거의 모든 분들이 지각은커녕 제 시간보다 일찍 와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연습하는 분들로 꽉 차 있는 예배당을 볼 때마다 가슴 어디께인지 뻐근해지며 감사의 눈물이 솟았다. 아니, 이 빛나고 아름다운 보석 같은 분들이 우리 교회 곳곳에 숨어계셨구나!
뿐인가, 소리 없이 봉사하는 손길과 눈빛으로, 마음으로, 환한 미소로 전해지는 백 여 명의 마음을 서로 나누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모두 감사한 분들이다.
이제는 제주 삼다수 물병만 보아도 그분의 사랑을, 초콜릿만 보아도 그분의 사랑을, 제육볶음만 보아도 그분의 사랑을 떠올리게 되었다.
13년 전 뇌경색으로 쓰러져 지금도 몸이 불편한 남편 이정남 권사는 누가 권하기도 전에 찬양대원 모집에 거의 일등으로 지원했다. 내가 외출하면 노트북을 켜놓고 혼자서 열심히 파트 연습을 했다. 형광펜 자국으로 가득한 악보는 너덜너덜해졌다. 연습할 때마다 은혜로웠던 가사를 어느 날 나는 무릎을 꿇는 기분으로 모두 필사했다. 그 가사 하나하나는 온전히 나의 신앙 고백이 되었다.
남편의 손을 꼭 잡고 연습하러 가고 오는 토요일 연습시간도 정말 행복했다. 연습 후에는 언제나 창동에 사는 이선혜 권사가 카풀로 의정부까지 멀리 돌아가면서까지 데려다주었는데 늘 음악과 함께 하는 환상의 드라이브였다.
음악회가 끝난 후 남편이 말했다.
"이제 무슨 재미로 사나"
십 원 한 장 불우이웃 돕기를 한 것도 아니고 교회 주방 설거지를 한 것도 아니고 전도대 팻말 들고 노방전도 나간 것도 아니고 성경공부 한 것도 아니고 예배드린 것도 아니고 단지 모여서 (지네들끼리 그냥 좋아서)그 어려운 멘델스존 롭게상을 리듬 익히고 음정 익히고 화음 맞추느라 진땀을 흘린 것이 하나님께 무슨 영광이 되느냐!, 고 누군가 말씀하신다면 그냥 입 다물고 가만히 있어야지. 하지만 내 마음은, 내 영혼은 소리친다.
호흡이 있는 자 찬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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