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의 슬로우건은 주 5일 반나절 근무체계였다.
단순하고 쉬워 보였다.
작년의 일을 더듬어 보면서 무엇인가 (나에게)일이 주어지면 나름 열심히는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에게 숙제가 있다면 열심히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책을 내기 위한 타인의 글 퇴고해주기, 번역물 최종 수정해주기, 그런 일이 주어지면 꽤 열심히, 그리고 재미있게 한다는 것도 알았다.
일하는데 즐거우면서도 수입이 된다면 참 좋겠다는 단순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나에게 일이 주어진다면 좋겠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숙제가 주어지면 좋겠다...
속으로 생각만 했는데 하나님이 어찌 아시고 숙제를 내주시기 시작하셨다.
약간의 부담도 있었지만 대체로 내가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것이 수익과 연결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작년 가을부터 고심하고 있던 즐겁고 가벼운 글쓰기는 자꾸 뒤로 미루어졌다. 내 스타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직은 아닌 모양이었다. 처음엔 이런 저런 연구도 하면서 노력했지만 어쩐 일인지 스타트가 너무 느렸다.
(그래서 아직 시작도 하지 못하고 주렁주렁 글의 씨앗들만 매달려 있다)
아니면 말고요.
난 또 쿨하게 승복하고 나의 예상과 달리 들어오는 (새로운)숙제들에게 골몰하기 시작했다. 쉬운 것 같으면서도 쉽지 않은 일들 때문에 아리송한 시간을 보내던 차에 전혀 예상밖으로 병원 순례를 하게 되었다.
내 생애에 이런 시간이 오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두 달 여 동안 (달력을 보니 1월 부터 드문드문) 꼼짝없이 이 병원 저 병원에 다니느라 주 5일 반나절 근무체계가 완전히 무너졌다.
3월 들어서서는 병원에 들러 집에 오면 들어눕기가 다반사였다. 난 잘 몰랐는데 몸이 휘진다는 그런 느낌? 낭랑하고 또렷하던 목소리에 힘이 쪽 빠지고 의욕상실의 기간이 꽤 오래 진행되었다. 에구에구, 하면서 틈만 나면 낮이고 밤이고 저녁이고 오후고 할 것 없이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그렇게 긴 시간 잠을 잘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놀라웠다.
생각해 보니 그동안 난 참 규칙적으로 신이 나게 잘 살아왔던 것 같다. 요즘의 2월과 3월의 나와 비교해보니 그렇다는 말이다.
아주 쉽게 생각했던 주 5일 반나절 근무체계는 그래서 완전히 무너졌다.
그렇게 3월의 마지막 날인 오늘, 아침 먹고 난 직후부터 두 시 가까이까지 땀을 뻘뻘 흘리면서 누워서 자다깨다를 반복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아무리 쉬운 결심도 하나님이 함께 해주시지 않으면 손톱만큼도 못움직이는구낭~~~
원래 낙천적이라고 소문난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60년이나 살아온 몸이 좀 쉬고 싶었던가보다. 그래서 두어 달 확실하게 쉬었구나! 내 생애에 정말 기이한 경험이었다!
정신이 번쩍 나서 일단 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를 주문했다. 벌써 몇 번째 사는 건지 모르겠다. 책장을 아무리 뒤져도 없는 걸 보면 또 누군가에게 주어버린 것이다.... 이제는 마지막 주문이다. 다시는 누구에게 주지 말고 시나페홀로 루이스강의를 처음부터 확실하게 다시 들으면서 완전정복할 결심이다!!
그리고 시나페홀로 청년이 선물로 보내준 자신의 인문학 제본 책 <데우스 엑스 마키나> 25강을 작심하고 열공해서 완전 독파해버릴 참이다.
그렇게 해서 내 허접하고 부실한 영혼에 신학과 철학으로 단단하게 부목을 해서 양쪽에 단단히 잡아맬 작정이다. 아 즐거웡~~~
아무튼 1.9평에 오토마니 계신 분도 계신데 나는 그 분의 고통을 생각해서라도 잘 살아야지 하는 결심이..........
일단 세수나 하자....^^;;
커튼도 없는 창문에 떡하니 액자를 올려놓고 고 밑에
저렇게 써 놓으며 새해 첫날 얼마나 좋아했던고!
노트북 정면에 가장 크게 적혀 있는 저 슬로우건. 근데
월급받을 일은.....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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