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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의 하루

터키 이틀째 순례

by 이숙경(2011canna@hanmail.net) 2012. 1. 9.

작년 2월 성지 순례 갔던 메모를 정리하고 있다.

하나님이 나에게 아직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손이 놀고 있는 것이 너무 부끄러워서 정리 차원이다.

하지만. 글이 계속 길어지고 있다.

노트북을 들고 가서 버스안에서, 호텔 방에서 짬짬이 쓴 글 150매 정도의 글을 토대로

기억을 더듬어 가는데 거의 다큐 수준이다.

원래 이런 글을 쓰려던 것은 아니었지만 베이스 차원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누구나 쓰는 천편일률적인 글 모양새여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이렇게라도 정리해 놓지 않으면 작년 기적과도 같은 여행이 그냥 사라질 것 같은 심정이 들어서...

기억을 더듬으면서 쓰다보니 새삼 그 때가 그리워진다.

집을 떠나서 더구나 바울의 발자취를 따라 가다보니 많은 순간, 내가 처해 있는 삶과 신앙, 그리고

이천년 전의 바울을 자꾸 비교해 보게 되면서 나도 모르게 옷깃을 여미게 된다.

 

같은 교회 교인들과 함께 한 여행이라 담배도 마음대로 못 피우고, 술은 생각도 못하는 여행이었지만

같은 그리스도인들을 엿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무엇을 보았냐고?

<착한 사람들>을 보았다. 그것은 결론이기도 하다.

착한 사람들 틈에 끼인 착하지 않은 나는 그들의 대책없는 착함이 부럽기도 했다.

 

어쨌든.

오늘까지 사흘을 붙들고 있었는데 아직까지도 여행 이틀째에 머물고 있다.

아직도 열흘의 여행기록을 써야 하는데 대체 언제 끝날지 모르겠네...

그래도 하루 속히 완성하고 싶다. 다 쓰고 나면 하나님이 이제는 무엇을 써라, 하고 사인을 보내주실지

혹시 알아?

(내심 그것을 기대하지만...)

 

오늘은 오전과 오후 약간씩 집중해서 35장을 썼다.

이런 글은... 그다지 고통스럽지 않게 술술 써지니까 그야말로 글쓰는 즐거움을 누리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겠네...

좀 더 부지런하다면 더 많은 양의 글을 쓸 수도 있으련만, 중간에 책도 읽고, 음악도 듣고, 남편과 같이 앉아

TV도 보아야 하니까 느슨하게 글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 아쉽기는 하다.

나도 만약 고시생처럼, 아니 그냥 평범한 고등학생처럼, 아니면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처럼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아무 것도 안하고 오로지 글쓰기에만 집중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

나는 너무 게을러서 안되는 것일까?

 

지금 저녁 식사 후 커피 한 잔 앞에 놓고 느긋한 휴식을 즐기는 중이다.

교회 홈피는 여전히 시끄럽다.

좋은 글이 몇 개 올라와 있어서 신중하게 읽고 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해 주는 것이 그렇게도 어려운 일인지 몰랐다.

철면피한 사람과 맹목적인 그리스도인과 참 많이 닮아있다는 민영진 박사님의 글이 떠오른다.

철면피와 맹목이 비슷한 말이었나...? 하지만 너무도 공감되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예수를 닮으려면 멀었다,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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