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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무술생의 아름다운 무술년

하나님의 뜻대로

by 이숙경(2011canna@hanmail.net) 2018. 9. 17.

고등학교 시절 유행하던 세 권의 책이 있다.

막스 뮐러의 <독일인의 사랑>

생땍쥐베리의 <어린 왕자>

리차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

모두 짧은 양의 단행본이다. 심지어 사진이나 그림까지 있다.

갈매기의 꿈에서는 사진들이, 어린 왕자에서는 작가 자신이 그린 그림들이...

독일인의 사랑에도 몇 개의 삽화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확실하진 않다.

모두 그리운 책이어서 얼마전에는 독일인의 사랑을 팟캐스트에서 낭독으로 다시 들었다.

약간 생소하면서도 좋았다.

명작은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달라지는 것 같다. 그러므로 명작들은 나이가 들어서 읽어야 비로소 그 진가를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지금 기억속에서 다시 끄집어내는 책은 <독일인의 사랑>. 당시의 나는 아는 척 하느라고 굳이 <도이취 리베>라고 말하고 다녔다. 아, 창피....^^;;

그것은 헤르만 헤세의 <지와 사랑-왜 그땐 그렇게 번역했을까!!>을 <나르치스 운트 골드문트>라고 말하고 다닌 것과 같은 이유이다. 갓 이스트 토트. 이건 입에 달고 다녔지. ㅋ

 

그 책 독일인의 사랑에서 나의 기억(왜곡이 있을지도 모른다) 남아있는 한 마디 말. 마리아가 나에게 반지를 주는데 그 반지에 써있었는지 반지를 주면서 마리아가 말했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그 말인즉슨

"하나님의 뜻대로"

 

달달한 연애이야기인 줄 알고 읽었는데 웬 하수상한 철학, 종교이야기로 도배되어 있어서 처음 읽을 때는 무척 실망했던 기억도 나는군. 관념적인 사랑이야기였다 ㅋ

 

어쨌든 사춘기 시절의 독서는 참으로 뇌리에 박히는 것이어서 그후로 종종 어떤 일이 생길 때, 마리아가 말했던 <하나님의 뜻대로>라는 말이 자주 떠올랐다. 아, 이것이 바로 독서의 순기능이라는 것이겠지?

 

지금.

1월에 단편 두 편 쓰느라 휘몰아쳐서 2월 창작기금 받고 좋아하다가 3월이 채 오기도 전인 2월 말, 전기집 집필 의뢰를 받은 후, 강원도로 가족여행, 이어서 제주도로 가족여행 다녀온 후 어영부영하면서 7월까지 집필에 매달리다가(매달리는 척만 했는지 양심이 말하려고 하는군. 아몰랑)8월에 미얀마 선교, 그리고 9월 남편과 신혼여행같은 다낭여행 다녀왔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일년이 후딱 지나가는 구나.

 

오늘 아침 일상으로 돌아와서 다시 새벽 산책(날이 너무 어두워서 성경 읽으면서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능)을 나서면서 올해 말까지 무엇을 하여야 좋을지 기도했다.

도대체 나의 앞길을 내가 알 수 없으니 어떡할 도리가 없었다. 내가 믿느니 하나님 뿐이다.

돈 한 푼 없이 새해을 맞이했는데 돈벼락을 맞게 해주시질 않나, 아무튼 나의 예상과는 늘 다르게 흘러가는 나의 인생을 이제는 나의 인생이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

 

하나님 뜻대로.

 

이것이 내 인생의 결론이다.

더 멋지게 말한다면 인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