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함께 다낭 삼박오일 다녀왔다. 효도관광이랄까.
내가 남편에게 하는 착한 짓들을 효도라고 말해도 되는지 모르지만.
다낭여행은 비수기여서 -내가 생각하기로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헐한 가격이었다.
우리는 내내 손잡고 다니면서 생각날 때마다 말했다.
-어떻게 그 가격으로 5성급 호텔에, 때마다 호화로운 만찬에, 럭셔리 버스를 탈 수 있는거지?
별로 여행을 해본 적이 없는 우리로서는 그것부터 놀라웠다.
검색을 해보니 9월의 다낭여행은 우기이고 너무도 뜨거운 날씨라고 했다.
하지만 비를 맞은 적은 거의 없었고, 날은 살짝 뜨거웠지만
여름 내내 한국에서 일찌감치 체험했던 터라 견딜만 했다.
내가 가장 즐거워했던 것은 호텔 방에서의 시간이었다.
으리번쩍한 실내, 럭셔리한 장식들, 커다란 책상까지! 게다가 그, 그, 그, 편한 침대!
트윈이어서 남편 손 한번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잠들었지만 오, 이렇게 편할 수가!
다리가 불편한 남편은 앉고 일어서기가 너무 수훨하단다.
평생 침대를 가져본 적이 없는 우리 부부는 가끔 여행을 할 때마다 침대를 보면
감격하곤 하는데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내가 좋아하는 실내등, 램프, 간접조명이 수십군데 켜져 있는데, 전기료 걱정 안하고
에어컨을 은근하게 시원하게 만들어놓고 단잠을 잤다.
건축을 전공한 남편은 실내장식을 유심히 살펴보더니 이렇게 방을 꾸며도 좋을 것이라고... 나는 무엇보다 널찍한 책상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두번째 좋았던 것은 호텔 아침 조식.
오죽하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호텔 조식이라고 십몇년째 떠벌리고 다닐까나.
새하얀 죽(동남아에서는 스프가 없다. 이상한 일이다)과 에그프라이, 바싹 구운 베이컨과 레드빈. 가끔 우유 한 잔도.
자동 토스터에 식빵 두쪽을 넣고 일분만 기다리면 바삭하게 구워져 나오는 식빵에
땅콩잼과 딸기잼, 그리고 버터를 쳐바른다(거의 1센티 두께로!!)
과일은 단 하나도 손대지 않고 웨이터가 와서 따라주는 커피와 함께 먹는다.
다른 여행객들은 절대 나처럼 먹지 않는다. 수많은 야채와 과일과 샐러드로 도배를 한다.
내가 먹는 것은 집에서도 별 힘 들이지 않고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식재료들이지만
나는 호텔의 식탁에 앉아서 통유리창으로 보이는 정원이나 야외 풀을 바라보며 먹는 것이
좋다.
버스에서의 시간도 참 좋았다.
쾌적한 실내에서 스쳐지나는 풍경을 바라보는데, 그 시간이 아까워서 거의 잠을 자지 않았던 것 같다. 그것은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원래 차만 타면 졸기 십상이었는데 눈이 말똥말똥해서 신기해 하니까 남편 왈, 내가 언제 이 풍경들을 다시 보겠어? 실컷 구경해야지, 한다. 약간 가슴이 섬뜩해지면서 애잔한 마음이...
늘 언제나처럼 손을 꼭잡고(1. 남편이 혹시 발을 헛디뎌 넘어질까봐. 2. 관광행렬에 너무 뒤쳐지기 않게 살짝 당기려고 3. 습관으로 4. 손을 안잡으면 허전해서) 다니니까 다른 여행객들이 너무 보기 좋다고 한마디씩 했다. 그제서야 우리는 손을 놓지 않고 다닌 것을 알게 되었다. (전기가 안 일어나는데도 손을 꼭잡는 것은 아주 좋은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ㅋ)
결론은 침대.
방이 너무 좁아 들여놓을 곳도 마땅치 않지만(아들이 아파트로 이사하면 또 모를까... 아, 일년 반이나 지나야 하는데... 그날을 기약해야 하는 것일까) 남편이 너무 아프기 전에 침대에 누워 편안해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이것은 여행 후일담이다 ㅋㅋ
돈이 얼마나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보암직도 한 것에 마음을 뺏기는 것도 순간이리라.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 호텔방에 들어설때마다 이야호! 하면서 환희가 가득찬 비명을 지르게 하는 시간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면서^^
오, 이 아름다운 책상. 나는 솔직히 침대보다 이 책상이 더 마음에 들었다. 이런 책상에 앉으면 글이 줄줄 쏟아질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겠지? ㅋ 더 크고 멋진 책상(정말 내 마음에 쏙 드는)을 어느 관광지에서인가 보았는데 우리 남편이 너무도 사주고 싶어해서 오히려 내가 마음이 아팠다능....
이번 여행을 위하여 여행 전날 롯데아울렛에 가서 게스 청바지를 하나 사주어 입혔더니 얼마나 이쁘던지! ㅋ 저 선글래스는 내 것이지만 남편에게 훨 잘 어울리므로 내가 양보해서 남편에게 헌납하심. 역시 제주인을 만난 선글래스가 우리 남편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군. 누구 남편인지 너무 멋지자나!! ㅋ
한국말 너무너무 잘하는 베트남 가이드 때문에 더욱 즐거웠던 궁전 관람 시작 전이다. 소나기가 오니까 '황순원의 소나기처럼 소나기가 오네요!'라고 말해서 나를 기절시켰던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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