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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의 신앙칼럼

하나님의 몰래카메라

by 이숙경(2011canna@hanmail.net) 2011. 6. 24.

하나님의 몰래 카메라

 

이번 주일 오전 열시 반. 교육관 이층의 작은 방에서 목격한 일이다.

새신자 양육을 위하여 다른 날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나는 조용히 문을 열었다. 그곳에서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청년이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사내아이들 서너 명과 함께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중이었다. 정말 간절한 기도였다. 분반 공부 중인 모양이었다. 가슴이 쩌르르해진 나는 얼른 다시 문을 닫았다. 그렇게 한참이나 문밖에서 기다리는데 어디서 맛있는 피자 냄새가? 다시 살그머니 문을 열고 엿보았다. 그래서 보았다. 천국파티 장면을!

 

분반 공부가 끝난 후, 청년 선생은 아이들에게 피자 한 판을 쏜 모양이었다. 아이들이 하니씩 들고 있는 피자위에 핫소스인지 치즈가루인지를 정성스레 뿌려주고 있는 젊은 청년 선생. 어찌나 열심히, 세심하게 뿌려주는지 마치 성경 필사라도 하는 듯 경건해 보이기까지 했다. 입안 가득 피자를 베어 문 한 아이가 청년에게 물었다.

“선생님, 선생님은 결혼하셨어요?”

청년 선생은 허걱, 하는 표정이었다.

“아니, 아직 결혼 안했지!!”

아이들은 신나게 먹으면서 이것저것 쓸데없는 질문만 골라하는데도 일일이 성심성의껏 답해주는 청년! 자신은 한 조각도 입에 대지 않고 아이들이 먹는 모습을 지켜보던 청년 선생은 화장실로 가더니 휴지를 둘둘 말아왔다. 그러더니 아이들의 손을 일일이 닦아주는 것이 아닌가!

아아, 나는 왜 이럴 때 같은 청년 시대를 사는 우리 아들이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어제 밤 3차까지 뺑뺑이를 도느라 휴대폰까지 잃어버리고 제정신이 아닌 채 귀가하신 우리 아드님은 대체 언제 저렇게 멋진 믿음의 청년이 될 것인가...

 

아이들과 청년 선생은 빈 피자판과 함께 사라지고, 새가족 양육 받으실 부부가 들어오셨다. 나는 방금 목격한 장면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주일학교 아이들과 초점이 맞지도 않는 이야기를 성실하게 나누고, 혼자 쓰기에도 모자랄 용돈으로 아이들에게 피자를 시켜주고...그 친구라고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 나누면서 즐겁게 놀고 싶은 마음이 없겠어요?”

코흘리개 아이들의 손을 일일이 닦어주는 젊은 청년의 아름다움에 우리는 모두 감동했다.

다른 젊은이 같으면 늘어지게 늦잠을 자거나 부스스한 모습으로 컴퓨터나 TV 앞에서 빈둥거릴 일요일 아침을 그렇게 맞이하는 청년이 있었다.

여덟 번 째 양육을 받고 있는 새 신자 부부가 말했다.

“금방 내 앞을 지나쳐 간 그 멋진 청년 말입니까? 이름이라도 물어 볼 것을...”

 

보이지 않는 곳에 더욱 아름다운 모습이 있다는 것을 하나님은 아신다. 머리카락 하나까지 세시는 하나님의 몰래 카메라가 아름다운 저 모습을 확실하게 찍으셨을 것이다. 그런데 하나님. 저에게 이름이라도 좀 알려주세요. 사십년 교회 다닌 권사인 나보다도 더 믿음이 좋아 보이는 저 청년을 위하여 중보기도라도 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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