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 친구부부와 근처 드라이브를 가면서 나눈 이야기 중에서.
친구가 불현듯 나에게 물었다.
-휴거라고 알아?
-휴거, 알지!
-아니, 그런 휴거 말고
-그럼 어떤 휴거?
-나도 딸내미(서른 세살 미혼 직장녀)한테 들었는데 왜 요즘 주택공사에서 지은 서민 아파트를
휴먼시아라고 부르잖아. 요즘 초등생들은 휴먼시아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가난하다고
'휴먼시아에 사는 거지'를 줄인 말로 휴거라고 한다네.
(여기까지 썼는데 남편이 방문을 열고 들어와서 테니스 선수 정현이 아무개를 꺾었는데 아무개는 세계랭킹 1위였다고 감동에 찬 목소리로 말하였는바, 나는 이 글을 잇는 생각을 하느라 미처 뒤도 돌아보지 못하고 귓등으로 응, 응, 대답만 하였던 바, 나의 성의없는 반응에 문을 닫고 그냥 나가버리는 남편님. 글 쓸 때 문 열지 마시면 좋겠는데, 글 쓸 때 말 걸지 마시면 좋겠는데.... 이제 이 글 다 쓰고 나가면 쌔~~할 것 같으다....)
-(나, 허걱)그게 그런 말이었다고?
_그래서 그곳에 사는 아이들이 창피해한다네
-(나, 더욱 놀라서)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그렇게 쾌적하고 아름다운 아파트, 조경 끝내주고 편리하기 이를데 없는 아파트를,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을 '거지'라고 말하게 조장한 어른들과 부모들과 공교육과,
휴거라고, 가난한 사람들을 그렇게 거리낌없이 무시하는 말을 하는 아이들의 (순수하기 짝이 없다는)마음을
생각하면서,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억 소리가 절로 나왔다.
마치, 박종철이 고문받을 때처럼 나의 어딘가가 무지하게 아팠다.
그것은 슬픔이었을까
분노였을까
오래전(1980년) <어둠의 자식들>을 쓴 황석영은 그 르뽀에 가까운 소설의 서문에서
그 글의 내용을 제공해준 실화인물 이동철(나중에 국회위원까지 된 장애인)의 자식과
자기 자식이 아무 편견없이 티없이 서로 어울려노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는데
그때가 아직도 오지 않았단 말인가
그때가 대체 언제란 말인가...
(그러고보니, 재작년 만난 우리 막내이모의 말이 떠오른다. 국민임대 아파트에 살면 사람들이 무시해서 자기 친구가 입주했다가 도로 나왔다고 하는...
아니 세상에 그곳에 산다고 무시하는 인간은 또 무엇이며
무시한다고, 창피하다고 도로 나오는 인간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대체 왜들 그러는 거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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