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일어났다. 3시 20분.
너무 일찍 일어난 이유는 너무 일찍 잠들었기 때문이었다.
어제 밤 탄핵 구경하느라 정신을 너무 쏟아서 힘들었다.
타인이 벌 받는 거 보는 것이 왜 그렇게 재미있는지 모르겠다.
그 양반이 제일 잘못하는 것은 잘못한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 양반의 그런 행적을 보면서 '나는 잘못하면 즉시 잘못했다고 하나님께 말할 꺼야'하고 다짐했다.
그런데 하나님은 나를 자꾸 예민하게 만드셔서 예전에는 죄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까지
양심에 찔리게 만드시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시고, 나의 이전생각을 뒤엎으시며,
기어이 잘못했어요, 고백하게 하신다. 하나님 미웡.
어제의 개안은
남편의 대한 것이다.
며칠 전 지난 화요일. 예총 송년의 밤에 갔다가 몇몇 문우들과 뒤풀이를 가서 (호프집도 아니고 그냥 투썸플레이스에서 케이크랑 아메리카노 앞에 놓고 진지하게 대화만 나누었던 것인데도) 10시가 넘어가자 남편님께서 전화를 몇 통 하셨는데 주변이 너무 시끄러워서 받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대화에 홀딱 빠져서 (이 지독한 집중력) 남편의 존재를 아예 망각하신 것은 사실이다.
11시 6분(지금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길거리에서 마악 헤어지려하는데 남편의 전화를 받았다.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남편님.
이후 집에 들어가서 무려 40여분 동안 야단맞았다. 남편님에 의한다면 나는 이중인격자이며 밥맛없는 인간이며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중죄인이며 정신머리 없는 인간이며 삶의 가치를 모르는 인간이며.... 남편님의 나에 대한 증언을 조합한다면 나는 극악무도하고 패역하며 정신이상자이고 가정파탄자이고 한심한 인간이었다... 더 많이 했는데 잊어버렸다...
한참 듣다가 휴대폰으로 살그머니 녹음을 했는데 21분 24초였다. 나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내가 잘못한 것은 조금 늦겠다고 전화 한 통 안해준 거밖에 없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내가 이러려고 결혼했나...
비참한 심정으로 야단을 맞는데 중간쯤 가서 슬며시 웃음이 나오는 것이었다. 끝까지 잘못했다는 말은 안했지만 대거리를 하지 않고 끝이 났다.
그리고 그 다음날. 아무일도 없었던 것같은 하루가 시작되었다. 나는 그 엄청난 욕을 다 잊어버렸다. 참 감사한 아침이라고 생각했다.
여보야 밥먹자. 맛있는 김치찌개 앞에서 남편 입이 헤벌어졌다. 와 너무 맛있군그래!
어제. 남편님께서 사랑이 가득한 눈길로 이뻐 죽겠다고 한다. 사흘전과는 완전 딴판이다.
나도 그런 남편이 너무 좋았다. 견딤과 인내가 전혀 필요없는 사랑이 마구 솟았다. 아이뻐 내남편!
나는 다시 결심했다. 다음에는 늦으면 꼭 전화해야지. 내 머릿속에서 남편의 존재를 가장 중심에 놓아야지.
그러면서 오늘 새벽에 박영선 목사님의 11월 13일자 이사야 에필로그를 듣는데 엄허나!
바로 그 말씀이 흘러나온다. 기쁜 마음으로 항복하는 것!!
이제 더 이상 회개하지 말아랏! 공포의 반댓말은 사랑!!
으악.
눈물이 핑 돌았다. 너무 감격했다. 코를 팽 풀고 눈물을 닦았다.
하나님. 우리 남편을 사랑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남편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미션을 쉽게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염없이 감사합니다.
이 글은 반성문이 아니고 하나님께 드리는 감사의 편지다.
(모두모두 꼭 들어보세요. 남포교회 박영선 목사님 2016년 11월 13일자 이사야 에필로그. 실은 이 말씀은 나의 소울메이트가 어제 톡을 해서 꼭 들어보라고 권유했던 것이다. 어제 탄핵때문에 정신없이 지내다가 오늘 새벽에 들어본 것. 친구야 정말 고마웡, 그대는 과연 나의 소울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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