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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의 하루

간증을 복습한다

by 이숙경(2011canna@hanmail.net) 2013. 3. 15.

(2011. 11. 14. 유다의 생각)

 

강연이나 간증을 많이 다니는 인간의 특징 중 하나는 말이 굉장히 빠르다는 것이다.

똑같은 말을 수십번 수백번 되풀이다하보니 그렇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말을 되풀이한다는 것이 고욕임에는 틀림없는 거 같다.

나 역시 5년동안 같은 커리큘럼으로 열 몇 번을 되풀이하다보니 듣는 사람보다 말하는 내가 더 끔찍해졌었다.

단순히 내 입장이긴 하지만, 같은 소리 또 듣는 사람보다 같은 소리 또 되풀이하는 사람이 더 고통스럽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전철에서 간혹 듣는 안내방송 멘트도 나른하고도 재빠른 목소리가 지겹도록 밍밍한 톤으로 좌악 쏟아내고

피자헛이나 빕스, 아웃백같은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주문을 받는 알바의 목소리도 웃음을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혓바닥 짧은 소리를 하이톤으로 속사포처럼 쏟아낸다. 지금 생각해도 넘 웃기는.

어제 교회에 간증하러 오신 모모 교수님은 정말 압권이었다. 보통 사람들보다는 적어도 5배속 빠르기로, 간증하던 다른 사람들보다는 한 3배속 정도의 빠르기로, 세 시간은 족히 걸릴 자전적 은혜의 간증을 한시간짜리 압축파일로 던져주셨는데 나처럼 듣기에 능한 사람도 얼마쯤은 (그 귀한 말씀을)놓치고야 말았다.

열정적으로 정말 최선을 다해 하나님을 전하려는 그 모습에는 한없는 존경을 보낸다. 그리하여  몇 년 동안의 새생명 축제에 초청된 강사 중에서 주저없이 베스트로 선정해버렸다.

 

나는 간증 듣기를 좋아한다. 두 가지 면에서 간증은 칸나에게 풍성함을 선사한다.

첫째, 저 사람은 하나님과 어떻게 뒹굴며 살았나

둘째, 저 사람이 하나님과 만난 은혜를 어떤 방법으로 대중들에게 표현하나

첫째는 가슴을 뜨겁게 달구면서 듣고 둘째는 머릿속을 무한회전하면서 듣는다. 이성과 감정을 아주 적절하게 이용하는 몇 안되는 상황 중의 하나^^;;

아무리 가진 바 은혜가 충만해도 제대로 전하지 못하고, 제대로 쓰지 못하는 인간이 대부분인 고로 간증자에게는 어느 정도의 말솜씨도 필요하고 대중을 휘어잡는 파워풀한 (성령의 역사를 동반한)카리스마도 필요하다.

그 기본에 문학이 있다. 논리의 전개, 감동의 증폭을 아우를 흥미로운 진행, 지루하지 않을 (대중에게 어필할) 적절한 표현력, 등등.

사람은 감정에 휩쓸리는 경향이 있어서 한군데 몰아넣고 어제처럼 정열적이고 믿음의 확신이 끝내주는 강사가 쏟아내는 말에, 너무 빠르므로 완전 집중하여, 깊숙하게 빠져들다보면, 이내 감동의 도가니에 빠지게 된다.

오늘 교회사람들을 만나 어제 간증자에 대한 평을 대강 들어보았더니 "영양가 만점"이었다는 평.

예수님의 사랑을 행하는 손은 조막만해도 말씀 듣는 귀는 코끼리만한 신자들이 태반인 우리 교인들인데, 일년에도 몇 번씩 수많은 유명한 간증자(그 유명한 탈렌트, 배우, 가수, 정치인을 망라한)의 간증을 거의 다 섭렵한 늙은 닭(교회에서 오래된 교인들에게 흔히 쓰는 기분 찜찜한 별명이다)에게도 씨알이 먹혀들어갔다는 거, 그 분의 정략이 성공했다는 증거?^^ 대체 무엇이 그들을 그토록 사로잡았나, 지금 칸나는 분석중.

간증을 들은 나의 갠적인 감상문을 말하라면,

"아, 저 분은 나를 위하여 하나님이 보내주셨구나! 오늘 새생명축제는 완전 나 하나만을 위해 하나님이 준비하셨구나!" 이렇게 대단히 바람직한 결론을 맺게 되었다. 쫌 까칠한 칸나까지 휘어잡았다면 대단~ 하다고 봐야겠징.

근데 참 이상한 것은, 아무리 좋은 간증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간직하는 기간이 매우 짧다는 것이다. 칸나 생각으로는 대개의 경우 일주일을 못 넘기는 거 같다. 그래서 나도 기록차원으로 이곳에 한 바닥 쓰는 것이겠지? ㅎㅎ

아무리 느낌이 강렬한 이야기라 하더라도 일단 그 이야기가 자신의 테두리에서 벗어난 것이면,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간증에 대해서는 할 말이 적어지고, 나중에 이르러서는 걍 "참 좋았다"로 귀결되게 마련이다. 뭐가 좋았어? 하면 몇 마디도 덧붙이기 힘든 상황. ㅋㅋ

 

지금 인터넷을 찾아보았는데 그 분의 간증이 여기저기 떠 나닌다.

나도 어제의 감동을 다시 되새기기 위하여 복습 좀 하려고...

한 번 들은 것은 금세 잊지만 두 번 들은 것은 쫌 길게 기억난다고 하니까...

어제 나에게 새로운 다짐을 준 그 분께 감사드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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