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12일의 유다 생각)
김현승의 눈물이라는 시의 한 구절을
박완서는 긴글로 다시 만들어냈고
손숙은 모노드라마로 표현했다고 하는데...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시, 긴글, 연극의 내용은 차치하고라도 정말 나에게 있어서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은 무엇일까, 생각한다. 이 아침에.
마지막까지 소유하게 되는 것이 과연 있을까, 이런 슬픈 생각도 들지만
나의 영혼과 육신의 껍데기를 제외한 그 어떤 것을 내가 지닐 수 있을까, 그런 생각도 들긴 하지만.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이라면
결국 나의 생을 끈질기게 이어가게 하는 어떤 원동력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
그것이 무엇일까.
새삼 입밖으로 꺼내기에는 두려운...것들...이다...
어제, 문학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이십여년 간 교류해 온 인간들과 만났다.
인간이었고 여성이었고 모두 쉰을 훌쩍 넘어선 나이였고 전부 가정의 테두리안에 있었고
삶의 큰 굴곡없이(일테면 남편이나 자식이 일찍 세상을 떴다던가 하는)그냥저냥 살아온 인간들이었다.
나도 나이를 먹을만큼은 먹었고
작년보다는 조금은 더 자랐으리라 싶은 내적 성장으로 이전보다 더욱 편하게 모임의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나는 그런 나에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다.^^;;
의구심에서 불통의 고통에서 관망에서 묵인에서 이해와 관용까지 가기에는 참 많은 세월이 지났다.
물끄러미 그들을 지켜보면서 나는 잠시 생각했던가?
저들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은 무엇일까.
죽을 때까지 손에 쥐고 싶어하는 것, 놓치고 싶지 않은 것, 그리하여 (영혼이든 몸이든 그 곁에)지니인 것은?
세상에는 영원한 것도 없고, 내가 품고 죽을만한 진리도 눈에 띄지 않는 것 같고
평생 끌고 가야하는 내 머릿속과 내 육신도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절대 아니고
이미 형성되어 있는 내 주변의 모든 인간 관계나 상황들은 심각하게 변화될 조짐은 없고
(또 변한다한들 그것이 무슨 큰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닌 것 같고)
결국 내 심지를 굳게 해야 그럭저럭 살 수 있다는 말인데 내 심지야말로 명주실 한 가닥만하니 이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고.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은, 그러므로
결국 神에게 귀착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영원과 불변이라는,
내가 죽었다 깨나도 도저히 지닐 수 없는 것들을
담고 있는 존재, 게다가 매 순간 나를 매혹시키면서도 절망시키는,
神=사랑이라는 대명제는
오늘도 나를 살아있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