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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의 하루

유다의 송구영신 예배

by 이숙경(2011canna@hanmail.net) 2013. 3. 15.

(2013년 1월 1일의 유다 일기)

 

나의 송구영신예배는 서영은의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였다.

12월 30일 오전에 배달된 두 권의 책 중 하나였던 그 책은 온종일 급체와 몸살에 시달리느라 펼쳐보지 못했다. 남편이 겉봉을 뜯고 얌전하게 나의 책상위에 올려놓은 책의 표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노란 화살표 방향... 으로 걸어갔다...

나에게도 <하나님>이라는 정확한 화살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곳을 향해 걸어가기는 했던 것일까. 나름 걷는다고 했지만 얼마나 많은 길을 화살표의 반대방향으로 갔는지 하나님만 아신다.

 

눈물로 맞이했던 2012년은 극심한 몸살과 급체로 심각한 몸의 고통을 경험하면서 마지막 하루를 맞이해야 했다. 그 년(해를 말한다^^)이 그냥 가지는 않는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아주 모진 년(?)이었다. 나의 인생에서 가장 혹독한 년이었고, 나는 죽음과 버금가는 충격적인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 했다. 견디었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그냥 시간이 흘러갔을 뿐이었다. 새로운 날을 맞이할 때마다 나는 괴로웠고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가 두려웠고, 솔직히 말해 정말 살기 싫었다. 나를 위로해 주는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나님은 너무 무심하셔서 나의 고통을 고요히, 너무도 객관적으로, 너무도 차갑게 바라보고만 계시다는 생각이 나를 괴롭게 했다. 가장 괴로웠던 것은 그 모든 고통은 아마도 나의 죄값일 것이라는, 인과응보적인 신앙관이었다. 나는 수많은 죄를 지었으니 당연히 벌을 받는 것이겠지. 그런 생각은 나를 죽음보다 더한 절망으로 이끌고 갔다. 더더욱 힘들었던 것은 내가 생각하는 그 '죄'를 끊을 힘도 없었지만, 끊고 싶지도 않았다는 것.

나는 내 자신을 혐오했고, 내가 속한 -가족을 포함한- 모든 관계를 혐오했고, 내가 처해진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저주했고 그 상황으로 몰고 가버린 나의 무식과 무지와 무모를 혐오했다.

전후좌우에 내 편은 없었고 당시 생각으로는 하나님 역시 결단코 나의 편은 아니었다. 그러면서도 하나님께 부르짖지 않을 수 없었다. 하나님. 살려주세요.

아무리 생각해도, 하나님의 명석하신 그 두뇌로도, 나의 얽키고 설킨 그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실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난수표처럼 해독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나님도.

 

그래도 매일 울면서 이렇게 기도했다. 하나님이 범사에 감사하라고 하셨으니 일단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하고 싶어요. 그래요, 감사해요. 이런 상황도 감사하라고 하시니 감사합니다.

나의 내면을 고백한다면 울분, 분노, 짜증이 거의 전부였고 단 몇 퍼센트 정도의 감사가 드문드문 박혀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하나님이 눈을 뜨고 뻔히 보고 계시잖습니까. 이 상황이 대체 감사할 상황이냐고욧. 나의 마음 속 반항을 하나님은 분명 듣고 계셨겠지...

 

어쨌든 파란만장 2012년을 보내고 가을이 지나서는 어머나, 할 정도로 내 마음은 평안을 누렸고, 그 다음은 진심으로 감사가 흘러나왔다. 물론 상황이 바뀐 것은 절대 아니었으나 하나님이 내려주시는 평안이 스며들어왔던 것이다. 진심으로 감사했다. 감사하고 감사했다.

그러면서도 어쩔 수 없이 느끼게 되는 나의 '온전하지 못함'으로 인한 자책감과 고통은, 예전보다는 훨씬 줄어들었을 지언정 계속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나에게 위로의 손을 내밀고 계셨다. 기쁨과 환희를 경험하는 날들이 늘어났다. 그렇게 2012년의 마지막을 보내는 중, 끝 무렵 나에게 올해 최고의 '육신의 고통'이 찾아온 것이었다.

 

아팠다.

거의 하루를 꼬박 앓았다. 육신의 고통과 정신적 고통을 비교하라면 사람들은 흔히 정신적 고통이 더 우위에 있다고들 말하지만 나의, 겨우 급체와 몸살이 섞인 가벼운 병을 앓고 있는 그 얄팍한 경험으로 말한다 해도, 육신의 고통은 무섭다.

어제 오후, 나는 육신의 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 한 친구를 떠올리며 그에게 사과했다. 미안하다, 친구야. 너의 고통을 이제야 조금이라도 느끼게 되었구나. 좀 더 잘 해 줄 수 있었는데 미안하다...

병원에서 급체와 몸살이라고 진단은 내려주었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그것은 어떤 상실감과 나의 결심에 대한 두려움에서 오는 마음의 병도 포함되어 있었다.

나를 믿지 못하는 두려움이 더욱 컸으리라...

 

그 와중에도 화장실을 들락거리면서 책을 집었다.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책을 보지 않아도 무슨 내용인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한 글자 한 글자 내 눈으로 내 마음으로 읽어내려가고 싶었다. 2012년의 마지막 날 오후 8시 쯤 나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진심으로 작가의 마음을 따라가려고 노력하려고 마음먹었는데 몇 장 읽기도 전에 나는 그 노력을 벗어버렸다. 저절로 작가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버린 내 마음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 환희와 기쁨이라니...

책을 보면서 간간히 TV와 시계를 보았다. 열시, 열한시, 열한시 반...

자정 즈음에는 책을 놓고 보신각 타종 장면을 보려고 했으나 영화에 빠진 남편은 채널을 돌리지 않았다. 나는 하는 수 없이 계속 책을 읽었다. 읽으면서 생각했다. 보신각 타종 장면보다 더욱 귀한 시간, 더욱 새로운 시간이 나의 영혼으로 흘러들어가고 있구나.

2013년은 그렇게 독서로 맞이했다. 좋았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책으로 새해를 맞이하기는.

 

1시가 가까워오자, 나는 5시 알람을 지우고 6시 반 알람도 지우고 편하게 잠을 잤다. 뱃속은 여전히 편치 않았지만 그래도 나는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책 한 권이 나에게 새로운 삶을 약속해 주고 있었다. 마치 하나님이 나에게 주시려는 모든 말씀이 그 안에 있는 것 같았다. 아멘.

7시가 채 못되어 일어나니 밖에는 폭설이 내리고 있었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정말 모든 것이 하얬다. 눈으로 세상은 신비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볼 수록 신비하고 아름다웠다.

내가 즐겨찾는 교회의 송구예배를 클릭하여 경건한 시간을 보내고(영신 예배도 올라와 있었지만 다음에 보려고 아끼는 마음으로 남겨두었다) 아주 짧게 묵상기도를 했다. 빨리 책을 읽고 싶어서였다.

나는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2013년 1월 1일 아침부터 나는 밑줄을 긋고, 감동을 받으면 몇 글자 여백에 쓰기도 했고, 몇 번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그리고 한참 숨을 죽이며 흐느끼기도 했다. 어느 순간 울음이 터져나왔는데, 객관적으로 읽는다면 도무지 흐느낄 상황은 아닌 장면이었다. 그렇게 하나님은 나에게 다가오셔서 말씀하고 계셨다.

납득하기 어렵고, 납득하기 싫은 말씀도 있었다. 그것은 앞으로 내가 풀어내야 할 숙제이리라...

 

거의 마지막 부분에서 나는 거의 통곡 수준으로 울어야 했다.

"손 좀 내밀어주세요."

작가가 두 사람의 지인을 만나 그들에게 소리내어 기도를 드린 순간을 그린 장면에서였다.

나는 그 작가를 알고 있으므로 그녀의 나직하고 조용하고 천천히 읊조리는 듯한 그 음성으로 문장이 살아서 움직였다. 그것은 충격이었다.

그녀는.... 드디어....<내 인생에 허무는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타적인 삶으로 완전히 변화되는 그 장면이었다. 이제부터 네 마음을 사람들이 밟고 다닐 수 있는 바닥에 깔아라... 그 하나님의 소리를 들은 것이고, 그것을 순종할 믿음, 힘이 생긴 것이다....

그렇게 해서 마지막 문장처럼 <참으로 먼 길을 돌아 다시 사랑 앞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리하여 그 책의 마지막 문장이 되어 버린 이토록 경건하고 아름다운 문장은....바로....

기쁘고 행복하다.

나도, 손 좀 내밀어주세요. 하고 말하면서 나의 지인들의 손을 잡고 소리내어 기도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기쁘고 행복하다, 라고 어느 책의 마지막 문장을 쓰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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