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이상스레 시작된 2016년이었다. 난생 처음 겪는 일들이 꽤 많았다.
나는 어리둥절하고도 맹한 표정으로 당혹스러운 상황을 지내고 있었다. 얘 고통 쟤 고통 모든 고통을 함께 끌어안으며 그렇게 고통을 공유하다가 어느날 문득 정신차리고 생각하니 그것은(고통의 공유, 고통의 공감, 고통의 분배 비슷한 어떤 조언 등등) 착한 사마리아 사람 흉내도 아닌 것이, 결국, 결코, 별 도움도 못 주는 상태인 것이 나의 영혼만 정신없이 지낸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마터면 영혼이 분실될 뻔 했다)
1월 내내 거의 아침에 눈을 뜨면 왜 사람들은 상처를 주고 받을까, 왜 사람들은 자신을 모를까 왜 사람들은 자기안에 빠져 꼼짝도 못할까, 왜 사람들은, 왜 사람들은 하면서 이상스런 도형을 자꾸만 그려대고 있었다.
나는 정말 사람들이 하는 소리를 알아먹을 수 없었다. 행동이나 말이나 그들의 생각이나. 하지만 그것을 病의 카테고리 안에 넣으면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사람들은 많이 아픈 것을 알겠다. 내가 보기에(솔직하게 말한다면) 거의 모든 사람들은 정신병자이다. 물론 나를 포함해서.
지난 토요일 성경모임에서 나는 <자유>와 <평안>에 대하여 말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결국 자유(해방. 죄에서의 해방, 죄로부터의 자유, 율법으로부터의 자유, 해방)를 주시려고 오셨고, 부활 후 첫 말씀도 "너희에게 평안 있으라"였다.
요즘 유진피터슨의 메시지 성경으로 신약을 읽는 중인데 사도행전 이후 등장하는 바울을 보며 느끼는 게 많다.
바울이야말로 그 비밀을 알아버린 것이다. 그래서 바울은 감옥에서도 자유를 누렸고 사슬에 묶여서도 평안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 고린도 후서를 읽는 중인데 바울의 마음을 이제는 확실히 알 것 같다.
1월과 2월 주변 사람들의 어려움을 목도하면서 그리고 어느 정도 관여하면서 가슴 한 구석에 짙은 멍자국이 생겼지만 참으로 신기하고 신비한 것이, 그래도 팔할은 평안하였다, 는 것이다.
그야말로 "누가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우리를 끊으리요, 적신이나 칼이랴..." 이다!!
(메시지 성경으로 위의 성경 말씀을 다시 정확하게 갖다붙인다)
로마서 8장 후반부
그 무엇이, 우리와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사랑을 갈라놓을 수 있겠습니까?
절대 있을 수 없습니다! 고생도, 난관도, 증오도, 배고픔도, 노숙도, 위협도, 협박도, 심지어 성경에 나오는 최악의 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감동적인 언어로 부르짖는 바울의 말씀이 나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되는 것이 진심으로 감사했다.
나의 하나님께 새해의 다사다난했던 첫 두 달을 지켜주신 것을 감사드린다.
다만 스트레스를 일주일에도 몇 번씩 치맥으로 푼 결과(스트레스를 기도로만 풀었으면 참으로 권사님다웠을 터이지만) 볼딱지 살이 포동포동해지고 말았다.
어쨌든 겨울은 갔다. 가기 아쉬웠는지 다른 해에는 없는 29일까지 붙여서 악착같이 꼬리를 늘어뜨리면서 말이다.
두 달 동안 힘들었던 마음을 잘 다독이면서 오늘 아침에는 모처럼 기도명단에 적힌 (60명이 넘는 인간들을 위하여)기도했다. 누구누구씨, 제발 모두모두 행복하세요.
누구누구씨 서로 사랑하며 살아요. 누구누구씨 미워하지 말고요. 누구누구씨 웃으면서 살아요. 내일 일은 모르잖아요.....
이게 기도일까?
그래도 한 사람 한 사람 떠올리면서 그들에게 사랑을 듬뿍 담아 원격으로 올려드린 것은 진심이다.
그러구러
꼬랑지를 늘어뜨린 2월의 마지막 날, 꽃샘추위를 무릅쓰고 미장원으로 달려가 장장 네 시간이 넘게 앉아 '기분전환용' 펌을 했다.
이제
봄맞이는 끝이다.
하나님.
멋진 봄을 맞이하게 해주실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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