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 일요일.
물론 원인 제공은 나의 늦은 귀가였다.
토요일 저녁 출판기념회를 너무 거하게 하는 바람에
2차 노래방 3차 민속주점까지~~~돌고 돌아 밤 1시에.
밤 11시쯤 전화와서 당장 들어오라고 호통을 쳤지만
난 일년에 한 번 있는 행사이니 당장은 못들어가겠노라고
(간이 배밖으로 나온)했다. 그러구러 남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계속 전화를,
나는 주변이 너무 시끄러워 전화가 울리는지 알지도 못하고
(안들 받지도 않았겠지만^^;;)
(세어보니 부재중 전화 8통이 왔다)
그리하여 모든 회원에게 알뜰하게 나누어준 삼단 케이크 한 조각 들고, 누군가 제공해준
절편 한 봉지 들고 알딸딸한 문우와 함께 택시타고 집에 가니
쳐다보지도 않는다.
숨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쭈그려 자고 주일 아침.
여보 교회가자
이쁜 목소리로 말했더니 말도 붙이지 말라고 하시능
밥 먹어라 어째라 말도 하지 말라고 하기에 혼자 밥 뜨고 국 뜨고 하는 모습을
심란하게 지켜 보다가
결국 동네 개척교회라도 가려고 준비하고 집을 나서는데
"어디가!!"(그토록 퉁명스런 목소리라니..... 흑)
"요기, 지난 주일 당신이 갔다고 하는 동네 감리교회."
(지난 주일, 갑자기 문상을 가느라 나는 교회 못가고 아들 차 타고 다녀오고 남편 혼자 동네 교회를 가셨더랬다. 그런데 목사님 가족 다 합쳐서 4명 앉아 있었다고)
꽝꽝 언 길을 조심조심하면서 교회갔다.
갔더니 목사님은 단상 밑에서 기도하시고
목사님 따님은 반주하고 계시고
사모님은 컴퓨터로 자막 띄우고 계시고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대략난감했지만
나 홀로 소박하고 아름답고 깨끗하고 아늑하고 따뜻한 예배당에 앉았다.
목사님은 나 혼자 앞에 두고 예배를 진행하신다.
주보에 보니 8월에 입당예배 드렸다는데 아직까지....
목사님이 일인 다역 하시면서 대중기도까지 하시는데
누가 옆에서 툭, 친다.
기도하다가 깜짝 놀라 눈을 뜨니
남편이다.
식사 중이시더니만 어느새 옷 갈아입고 러시아 털모자까지 쓰고
(분명 세수도 안했었는데) 내 옆에 와 섰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화를 풀고 같이 예배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기도가 절로 나왔다.
미끄러운 길을 어떻게 걸어왔을까 남편이 대견스러웠다 ㅋ
그렇게 단 둘이 앉아서 예배드리고
(말씀 중에 목사님께서 권사님 가정 편안하셨느냐고 안부까지 물으신다.
일대 일 제자 양육 같았다^^;; 지난 주일 목사님과 차를 마시면서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나누었다고 하더니)
김치와 오뎅국에 같이 식사하자고 하시는데 그냥 커피만 같이 마셨다.
목사님은 연세대를 나와서 대기업에 다니다가 뒤늦게 신학을 하셨다고.
8월 입당예배 후 단 한 명도 성도가 없는 채 3개월이 지나자
낙심을 하셨다고
그러다가 마음을 바꾸어 다시 감사하게 되었다고....
우리 부부가 오지 않았으면 목사님 가족만 예배드릴 뻔....
(아니, 그렇다면 우리 남편이 화가 난 것도 다 하나님의 작전 뻑이었단 말인가)
티타임에서 우리 남편님은 자기가 언제 화를 냈느냐는 듯 나를 엄청 치켜 세우면서
때 아닌 마누라 자랑질이렷다? 나는 이게 무슨 시추에이션인가 감을 못 잡고....
하여튼 다정하게 손잡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천국이었어라~~~
과식과 과음으로 오후 내내 누워있는데 마치 지난 일은 기억하지 않겠다는 하나님처럼
다시 이쁜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는 것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 이쁜 하나와 아들과 함께 고스톱 잔치!
나는 요즘 패가 안풀려서 지난번에도 올인하더니 어제밤도 19600원이나 잃었다.
연금 나오는 날이 일주일도 더 남았는데 현찰이 씨가 마르는 바람에
교회에서 주신 속회 공금에 손을 대고 말았다.
(하나님 돈을 슬쩍 하여 노름돈으로 탕진하였으니 이를 어쩔.....)
늦은 저녁은 출판기념회에서 가져온 케이크와 떡으로 때웠는데 맛있다고 잘도 잡수시는 ㅋ
아침에는 마음이 너무 힘들었는데
끝이 좋다!
하나님, 유종의 미를 거두게 하여 주셔서 감사드려요
올해 남은 시간에는 밤드리 노니는 그런 불상사 없도록 하겠습니다^^
헤헤헤헤헤(심히 계면쩍은 웃음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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