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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현장에서 붙잡힌 여인이 가로되

나 같은 부자

by 이숙경(2011canna@hanmail.net) 2016. 7. 25.

나의 기억에, 지금처럼 냉장고 속이 부자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아침이면, 냉장고 문을 턱하니 열고, 이곳에 있는 무엇으로 무엇을 만들까를 행복하게 고민하고 있는 내가 과연 나란 말인가.

 

만원에 두 근 하는(이전에 세일 할 때는 만원에 세 근도 했던)독일산 돼지고기로 불고기 양념을 해서 상에 올렸다. 하루 실컷 먹고 다음날 다시 남은 것을 볶아서 상에 올렸는데 우리 남편님 맛나게도 드신다. 해서,

"이거 꼭 소고기 같지?"

했더니 남편이 깜짝 놀라면서

"아니, 그럼 이거 소고기 아니었어?"

그렇게 말해서 나를 곱절로 놀래켰다. ㅋㅋ

이 말을 전해들은 친구는 에구구 말을 하지 않았으면 그냥 소고기인줄 알고 드셨을 텐데, 하면서 웃느라 정신없고.

 

서울식 배추김치는 시원하고 맛있게 익어가고(아직 9포기나 남았다) 들기름에 비벼먹곤 하는 깍두기는 한 종지 남았다. 쌈다시마에 오이피클, 꽈리고추멸치볶음도 있군. 야채박스 속에는 각종 재료도 듬뿍 있다. 파, 감자, 양파, 호박, 새송이버섯, 당근...이것들은 기본 재료들...

어제 친구가 사준 감식초 두 병과 알싸한 맛의 토종꿀도 있다. 있는지 모르고 또 산 케첩이 두 병.

냉동실도 공개할까말까 하다가 너무 자랑질하는 것 같아서 이만하련다^^

(친구가 협찬해 준 고춧가루 색깔이 그지없이 곱다는 것만은 꼭 한 마디 덧붙이고 싶다)

 

식탁에는 발사믹식초에 잠긴 서리태가 조금씩 불어가고 있고(이것을 과연 먹을 수 있을런지 의심하면서), 내가 남편을 위하여 사다 놓은 모나카 봉지가 자랑스레 자리잡고 있다. 주전부리를 좋아하지 않는 남편이 그래도 찾는 것은 웨하스와 모나카이다. 그래서 수퍼에서 모나카가 보이기만 하면 어떡하지? 비싼데? 하면서 고민하게 만드는 그 모나카는, 엊그제 오픈한 집앞 하나로 마트에서 오픈세일로 왕창 할인하는 바람에 자그마치 세 봉지나 사다 날라놓았다. 8월까지, 나 미얀마 선교 가면 홀로 앉아 올림픽 보면서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물질의 풍요로움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천만에 만만에 말씀! 나같은 부자는 천국에 못간다고? 설마....?ㅋㅋ

 

지금 맛있게 끓고 있는 저 것은 바로 고추장 찌개.

남편이 신문을 샅샅이 다 훑고 나시면 상을 차릴 준비를 해야지. 울 남편은 신문을 마치 고시공부하듯....

(성경을 그렇게 읽으면 좀 이뻐? 이 말은 속으로만 한다.)

배고픈데 참고 기다리다가, 맥놓고 기다릴 바에는 이곳에다 수다나 떨자, 하면서 들어와서

과연

수다 한 바닥 쓰고 나가넹

 

행복한 아침.

 

 

 

 

 

(지금 우연히 어떤 블로그에서 "나 같은 부자 또 있을까"라는 글 발견!

타종교인도 이렇게 잘 사시는데 우리 모두 정말 부자로 잘 살아야징~~)

 

만나는 사람마다

부처요,

부딪히는 사람마다

보살 같으니,

 

세상에 나 같은 부자가 있을까?

 

눈을 뜨면

광명 가득하고,

눈을 감으면

극락의 안개 자욱...*

 

세상에 나 같은 부자가 있을까?

 

손을 뻗으면

하늘이 닿이고,

마음을 담그면

시원한 물 속에 첨벙...*

 

세상에 나 같은 부자가 있을까?

 

바라는 것이 있냐면

바랄 것이 없고,

원하는 것이 있냐면

원할 것이 없으니...*

 

세상에 나 같은 부자가 있을까?

 

돈 많다는 사람도

부럽지 않고,

화려한 치장도

눈길가지 않으니...*

 

세상에 나 같은 부자가 있을까?

 

가는 곳마다

터전이요,

만나는 사람마다

벗님이니...*

 

세상에 나 같은 부자가 있을까?

 

잠이 오면 자고,

먹고 싶으면 먹고,

배부른 돼지(?)라도

천국에 사니^^...*

 

세상에 나 같은 부자가 있을까?

 

잘날 것도 없고

못날 이유도 없이,

나는 날마다 나(?)이니...*

 

세상에 나 같은 부자가 있을까?

 

첨벙첨벙 물장구를 치며

걸어본다,

아이같은 마음이

우주보다 크다...*

 

물보라 이는 축복의 땅^^...

나무 마하반야바라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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