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과 친분을 유지한다는 것에 지극히 회의적이었던 내가
어쩌다 보니
매 주 수요일 저녁마다 목사님과 같이 앉아, 다 합쳐서 너댓분과 함께
이런 얘기, 저런 얘기 할 시간이 생겼다.
한 교회를 거의 50년 가까이 다니면서도 예배 후 목사님과 인사하는 것에
아직도 닭살이 돋는 나의 성향으로는 정말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나는 목사님 같은 부류를 좋아하지도 않을 뿐더러 (또 모르지, 내가 궁금해하는 신앙적인 것들을 물어볼 수 있는 분이라면^^) 다가와 말이라도 걸면 깜짝 놀라 뒷걸음질치는 성향이 있다.
이른바 알레르기... ㅋ
다르게 말한다면 목사님에게 뭘 바라겠니, 같은 인간인데...하는 심정도 없지는 않다.
그러니까...뭐 그렇게 존경하거나 예수님 동생 보듯 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하여튼 그렇게 친정이나 변소처럼 멀리 있을 수록 좋다고 생각했던 목사님과 마주 앉아 별별 이야기 다 하게 되었으니 참 이상하기는 하다.
목사님은 사적인 것을 좋아하시는지 자꾸 어디 놀러가자 이런 말씀 잘하신다.
강릉에 바다낚시 가자고 하시는 걸 거절하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른다.
무슨 농장인지 농원인지 가서 고구마 같은 거 같이 심고 가꾸자고도 하셨는데 깜짝 놀라 손사래치기도 했다.
지난번에는 같이 산에 가서 그 뭔가 (이름을 갑자기 잊어버렸네)시큼한 작은 보라색 열매를 따러가자고도 하셨다. 한 대접 주시기도 하셨지만 갖고 온 즉시 냉동고에 밀어넣고 두번다시 쳐다보지도 않는다.
가지를 따러가지 않겠느냐고도 하신다. 목사님은 친교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다.
오, 내가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바로 그 친교인데!
하도 열심히 강권하시길래 작년 가을에는 100주년기념교회 옆 양화진 묘지와 상암동 하늘공원인가를 같이 갔다. 일단 가게 되었으니 최선을 다하여 재미있고 즐겁고 기쁜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모두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고생각하겠지... 하지만
심중에 내린 결론은 별로였다.
뭐 그렇게 신앙적인 시간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대단히 친교적인 시간도 아니었고.
있으나마나한 시간?
매주 수요일마다 수요예배를 드리러 가는 이유를 곰곰 생각해보니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웬지 켕겨서'가 가장 주된 이유다.
내가 가지 않으면 목사님도 걱정하시고 사모님도 걱정하시고 (전화까지 하신다)
매주 찬양 인도를 하는 (타교회 안수집사) 부부도 걱정하시고
요즘들어 늘 참석하시는 (역시 타교회 열성집사) 나와 비슷한 또래의 여자분도 걱정하신다고 한다.
그러니... 간다.
갔다 오면 무슨 숙제 하나 끝낸 거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이 빠졌다는 것을 나도 알기는 한다.
말씀의 은혜가 없는 것.
피곤에 쩐 음성도 듣기 힘들다. 5시 새벽 예배를 인도하려면 대체 몇 시에 일어나는 걸까?
지난 주일에는 우리 교회에서 대표기도가 있어서(일년에 한 번 정도 순서가 돌아오는 거 같다) 동네 교회를 못갔는데 지난 토요일에는 사모님 문자까지 왔다.
-내일 교회 오실건가요?
좀...망설이다가..네, 했다.
그래서 갔다. 모처럼 남편과 함께 (남편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동네교회를가는 거 같다. 수요예배 안간지는 오래되었다.) 주일예배를 드리러 동네교회에 갔는데...
정말, 너무 힘들었다.
하나님께 예배 드린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진행도 찬양도 말씀도 마음에 젖어들지 않는다.
11시에 시작한 예배가 끝난 시간이 11시 47분.
말씀은... 분명 30분을 넘지 않았겠지, 그 짧은 시간을 나는 잠마귀(ㅠㅠ)와 싸우느라 개고생을 했다.
말씀을 그렇게도 구태의연하게 하시기도 힘들 것 같은... (이건 온전히 내 생각)
사모님이 만드신 국수도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면서 예배끝나고도 한 시간이나 더 앉아있다가 왔는데 남는 게 1도 없는 거 같다.
날마다 은혜가 샘솟을 수는 없겠으나
영혼이 느껴지지 않는 말씀으로 앞으로 목회하시기는 참 힘드시겠다싶다...
정말 순수하고 착하시고 모범적이고 올바르신데
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나도 모르겠다.
수요예배나 주일예배에 가고 싶지 않지만 가야하는 이 상황을 어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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