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남자친구가 암이 재발되었다.
그래서 오늘 병원에 입원하고... 수술인지 시술인지 하여튼 해야하고...
고달프게 생겼다...
나의 남자친구와의 교제(ㅋㅋ)는 어언 삼십 여년을 바라보는데
음주가무에 성실했을 때(아, 그때가 대체 언제적 이야기란 말인가) 정말 무지하게 먹고 마셨다.
내 남자친구는 솔직하게 말한다면 내 소울메이트의 남편인데 그 남자는 몇 년 전만 해도 나에게 전화해서
보고싶으니 어서 나오라, 며 협박하기도 하고, 감기몸살로 누워있으면 불러내어 소주잔을 콸콸 채워주면서
그거 소주 한 병이 해열진통제보다 낫다는 둥 돌팔이 행세를 마다하지 않았으며,
일박 이일 여행이며, 드라이브는 무릇 기하인지 셀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니...그 끈끈한 정이야 말해 무엇하리.
하지만 3년 전 간암 말기 판정을 받은 후부터 남친을 생각하는 나의 마음도 많이 힘들었다.
주초잡기에 목숨걸던 시절이었는데 그 남친의 건강을 위하여 하나님께 매달리면서 기도하고
40일 작정하고 담배를 끊은 적도 있을 정도였으니...
정말 그 때는 무슨 힘으로 40일을 버텼는지 미스테리다...
오늘 오후 병원에 입원한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마음이 우울하던 중.
이른 아침 산책을 나섰다.
실은 걸어서 20분 안쪽에 있는 남친의 집을 불시에 쳐들어가서 커피 한 잔 앞에 놓고 위로의 말이라도 해줄까 하는
내심이 있었다.
부지런히 걸어서 그의 집 앞까지는 갔다. 시계를 보니 아침 8시.
일어났을까, 일어났겠지...문 열으라고 하면 놀랠까? 아니, 뭐 예전에도 그런 적이 있었으니 괜찮겠지...
오늘 마음이 꿀꿀할 텐데 나를 보면 더 힘들어할까...
이런 잡스러운 고민에 빠져서 나는 그 집 버스 정류장 앞에 서서 '갈 바를 알지 못한 채' 십 여분을 흘려보냈다.
그러다가...멀찌감치 보이는 남친 아파트에 키스 마크만 날려보내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버렸다.
어느때는 용기가 너무 충만하여 문제를 일으키는데 오늘은 어쩐지 마음이 쫄아들어서... 화살기도만 날렸넹...
오후쯤 되자 다시 남자친구가 걱정되었다.
그리하여... 동네에 있는 교회에 가기로 마음먹고 자그마치 나흘을 견딘 더러운 머리카락을 다시 잘 손으로 빗어넘기고
(절대 샴푸할 마음이 없으므로^^;; 내가 나흘째 머리를 감지 않은 사실을 대체 누가 안단 말인가, 하면서)그럴듯하게 풀어헤친 채, 역시 노브라(누군가 내 가슴을 실수로라도 건들지 않는 이상 어떻게 내 가슴의 상황을 안단 말인가 하는 심정으루^^;;) 차림인 채, 헐렁헐렁한 웃도리로 가슴 어귀를 캄플라치(!!) 하고 교회에 갔다.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교회...
이곳에 이사한 지 며칠 되지 않았을 때, 남편과 함께 일차 순시를 한 적은 있었다. 그때 주보 한 장을 얻어왔는데 그래서 수요저녁 예배가
7시인 것은 알게 된 것이었다. 예배 장소가 3층이라는 것도 알고 있는 나는 6시 40분에 이미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었다.
하나님! 이 성실함과 부지런함을 알아주시는 거죠?
예배당은 꽤 컸지만 아늑했고 평화로웠다.
중간보다 좀 앞자리에 앉아서 찬양팀이 하라는대로 열심히 박수도 치고, 오른손 번쩍 들고 찬양하라고 하면 옙 하면서 열심히 손도 쳐들고
순종하면서 찬양했다. 내가 원래 말은 잘 듣는 편이다 ㅋㅋ
담임목사님이신 듯한 중후한 남자분이 단상에 오르시는데 느낌이 괜찮았다. 나는 원래 소리지르고 협박하는 거에 알레르기가 있는데 그럴 분같이 보이지는 않았다. 역시...누가복음 10장을 강해하시는데 아주 평안하고, 딴 말씀 없으시고, 오리지널이었다.
(토요 바이블 스터디에서도 누가복음을 공부하는데...신기하다...진도도 비슷하다...지난 번에 우리는 누가복음 9장인가 했다....)
앞으로 시간되면 수요 저녁예배에 가야지 하는 결심.
예배 끝나고 기도 좀 하려고 했는데 너무도 빨리 예배당을 빠져나가는 신도들 때문에 휑하니 빈 (남의)예배당에 혼자 앉아있기 부담스러워서 하는 수 없이 나왔다.
그 교회 옆에 있는 성당에는 기도할 수 있는 분위기가 훨 좋았다. 미사가 끝나도 군데군데 앉아 고개 숙이고 기도하는 분이 계셔서 부담이 없었다... 이 교회는 썰물처럼 잽싸게 빠져나가서 좀 그랬다...
여기저기 행사 사진이며 세례받는 사진 등이 빼곡하게 붙어있어서 구경하면서
계단으로 내려가려는데
곱상하게 보이는 내 또래(나보다는 한 다섯살쯤 어려보였지만 하여튼) 열성 신도 한 분이 나를 꽉 붙잡았다.
그리고는....
앞에서 찬양하는데 나를 보았다고 했다. 하도 열정적이어서 전도사님이시냐고 물었더니 아니라넹?
하여튼 계속 나를 보았다면서... 뭔가 애타하는 눈빛으로 계속 말을 걸고 있었다....
이분이 수요 여성 찬양대였는지, 아니면 예배 전 찬양팀이었는지 나는 모르지만 하여튼.
그런데 강한 필이 확 꽂히더라나.
그게 뭘까...그분의 말을 듣는 내 표정은 약간 멍청했을 것이 분명하다....
무슨 스토커처럼 놓지 않고 계속 말을 붙이는데... 전화번호 알려달라, 처음 왔느냐...
한참 나를 들볶는데, 사랑과 호감이 듬뿍 담긴 제스처여서 나도 열심히 대꾸해 주었다.
뭐...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아마도 그분은 뭔가 소통하고 싶은 것 같다...
내일 오후 부침개 전도하는데 꼭 오라고 해서 일단 그런다고 했지만 별로....
다음 주 수요예배에 가게 되면 또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지만...
1인실 병실에서 내 남자친구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내 남자친구를 보살펴야 하는 내 소울메이트는 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까 교회에서 너무 일찍 나오는 바람에 기도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이제부터...빡세게 기도할까....
하나님.
내가 나의 남자친구를 위하여 무엇을 해야 할지 알려주세요!
빨리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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