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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와 함께 2020년!

딸기를 먹어라

by 이숙경(2011canna@hanmail.net) 2020. 4. 19.



나에게 2020년은 풍요를 알게 해 준 해로 기억될 것 같다.

미안. 대선도 아니고 코로나19도 아니어서.


누구나 놀랄 일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나는 거의 날마다 꺄악~ 비명같은 환호를 지른다.


침대를 들여놓은 후 

아직까지 새벽을 되찾지 못했다. (부활절 전 일주일 특별새벽기도회를 제외하고)

날이 환하게 밝아오도록 침대에서 뒤척거리는 행복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으니 어쩔...


한 달 동안 딸기를 사먹었는데(누가 선물한 게 아니라 내 돈 주고 사먹었다는 사실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그 양으로 친다면 아마 내 생전에 먹은 딸기보다 더 많이 먹었으리라.

남편과 나는 먹을 때마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 딸기가 이렇게나 달콤하고 맛있었단 말이야?"

2019년까지 내 손으로 딸기를 샀던 적은 대심방때나 속회 예배를 할 때 이외는 전혀 없었다.

우리 먹자고 마트에서 딸기팩을 주워든 적이 정말 한 번도 없었던 것이다.

어쩌면 하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는지도.


"이제껏 못먹었던 딸기를 (실컷) 먹어라!"


딸기는 시작이었다.

히비스커스 차를 사서(내가 먹으려고 내 돈주고 내가 사서 ) 하루에 한 잔씩 마시고 있으며

피스타치오를 사서(내가 먹으려고 내 돈주고 내가 사서) 저녁마다 까먹었다.

바나나는 치아가 부실한 남편을 위하여 작년 겨울부터 집안의 상비 간식이 되어 있었다.

델몬트 100% 쥬스 역시 거의 언제나 냉장고에 구비되어 있다.

내가 산책을 나갈 때마다 수제 식혜를 파는 곳에 일부러 가서 사오는 그 맛난(하지만 고급스러운 만큼 비싼) 

식혜, 그리고 그 옆에 있는 떡집을 들러 남편이 좋아하는 인절미와 모찌떡을 두 팩 사 들고 올 때의

기분이라니... 


나의 인생에서 이처럼 호화로운 간식거리로 살아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동안 나의 쇼핑 품록 메모지에는 가장 필요한 생필품만 가득 적혀 있었으니. 

쌀, 없구나, 참기름 떨어졌네 어뜩하지?? 

(아, 수십년 동안 폭탁세일하는 오뚜기 참기름만 줄기차게 샀는데 지난 구정 때부터 시장표 참기름 - 가격이 두 배이상인- 을 

사 나르고 있다. 한번 시장 참기름 맛을 본 후에 고급화된 입맛 탓이다)

고춧가루 다 먹어가네, 감자 떨어졌구나. 달걀 두 알 남았네...

아, 주부의 필수품인 채소, 농산품, 양념거리가 떨어졌을 때의 속상함, 안타까움, 열받음...

피부로 절감하는 빈곤의 서러움이 어찌나 심오하던지.... 


아, 몇 년 전인가, 내가 좋아하는 우유를 몇 달 동안 못 먹었던 슬픈 기억이 떠오르네.

(지금은 먹을 게 너무 많아 뒷전에 밀린 우유가 유효기간이 지난 채 냉장고에 방치되어 있다. 아, 죄송해요)


이렇게 살아도 되는지 늘 의문을 가지고 있지만 의문을 가지면서도 호화판 먹거리 행렬은 지속되고 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땐 그때이고^^


엊그제 모처럼 만난 성경모임에서 침대를 사고 난 후의 경이로움을 얘기해 주었더니 모인 분들이 모두 행복해 했다. 

소소한 나의 즐거움에 동참해 주셔서 감사해요^^ 


어제는 산책하다 들른 이마트에서  (50% 할인하는_ LA 갈비를 샀다 (세상에 명절도 아닌데 갈비를!)

그리고 또 (역시 50% 할인하는) 굴비 새끼 한 두룹도 샀다. 

게다가 남편이 좋아하는 홍어(물론 아르헨티나 산)를 사면서 훈제 삼겹살까지 샀다. 모처럼 남편이 좋아하는

삼합을 멕이고 싶어서리... (남편은 나의 마음이 너무 고맙다고 부실한 치아로 갖은 애를 쓰면서 힘들게 먹어주셨다. 감사해요, 남편님.) 


쓰다보니...모두 먹거리...? 하하하하. 

산책 나갈 때마다 남편을 위하여 로또를 한 장씩 사가지고 온다. 매주 토요일 오후 8시 40분은 그래서 남편이 아주 기다리는 시간이 되었다. 그의 즐거움에 동참하기 위하여 나는 앞으로도 열심히 로또를 사다 줄 결심이다. ㅋ 

로또사는 습관은 벌써 몇 달 째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두 장은 못사게 한다. 

요즘 닭값이 싸서 로또 한 장이면 닭 한 마리인데 그 이상은 과소비라고남편을 설득하고 있다^^

매 주일마다 닭 한 마리를 종이 한장으로 바꾸는 남편이지만 그 즐거움은 오만원은 하는 것 같아 참고 있다 ㅋ

(로또 사는 것이 얼마나 사치인지 아는 사람은 안다. 5000원의 효용성이 얼마나 대단한데!)


이렇게 살고 있다.

이렇게 사는 것이 참 신기하긴 하지만 그리고 또 언제까지 이렇게 신기하게 재벌 부럽지 않게(내가 보기에는 완전 재벌의 삶이다!) 살지 모르지만

미래는 내 것이 아니니까 모르겠다 ㅋ


이것은 하나님께서 (인심 팍팍 쓰셔서) 펼쳐주신 푸른 초장이다. 


하나님. 잘한 거 1도 없는데 계속 이렇게 쏟아부어주시니 감사드립니다...

(나중에,  그거 3년치 미리 땡겨 준것이니라...이렇게 말씀하시진 않겠죵? ㅋ)




노트북앞에 앉아있기만 하면 공부하는 줄 알고 예쁘게 손질해서 갖다바치는 남편님께 감사드려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