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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착한척 하기

똑같다!!

by 이숙경(2011canna@hanmail.net) 2012. 2. 27.

지난 주에는 주중에 교회를 두 번 갔다.

수요일은 여선교회 기도회로, 금요일은 연합속회로.

강의다 뭐다 해서 최근 몇 년동안은 착실하게 참석하지는 못하다가 방학기간이어서 그리고 대망의 2012년을 맞이한 새로운 각오로 참석했다.

주일은 여러 예배가 있어서 잘 마주치지 못했던 분들을 오랜만에 뵙게 되니 정말 반가웠다. 

손도 잡고, 안부도 묻고, 아주 간만에 만난 분과는 허그도 하면서 즐거운 친교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나에게는 태어난 곳이 바로 교회 전방 일 킬로였고, 결혼할 때까지 그 반경을 벗어난 적이 없었기에 교회는 곧 고향과 다름아니고 어쩌면 친정같은 곳이기도 하다.

전철을 타고 제기역 1번 출구로 나오면 계단을 오를 때부터 마음이 벅차오르는 것은 남다른 감회가 많이 서린 곳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저만큼 앞서 걸어가시는 분에게 뛰어가서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수십 년 눈에 익은 길과 집들을 바라보면서 정겨운 눈길을 보내는 것은 비단 나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일찍 교회에 도착해서 커피 한 잔 빼들고 지하 기도실에 들어가면 그 아늑함과 고요함에 묻어있는 예수님의 포근함이 전신을 파고들면서 나도 모르게 주님, 하면서 속삭이게 되는 것도 나만의 비밀은 아닐 것이다.

 

이번에 참석한 두 번의 모임은 여러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여선교회 기도회도 전원 여자분들이었고, 연합속회도 전원 여자분들이었다. 여선교회는 여선교회이니 남선교회 분들이 참석하실 리가 없는것이고, 연합속회도 남자분들은 참석할 수 없는 시간대였기 때문에 당연했다.

여인들의 천국이었다.^^

젊은 성도들은 거의 눈에 뜨이지 않고 삼십대 후반 약간 명과 사오십대, 그리고 대부분은 육십대 이후의 어르신들이셨다. 가만히 보니 거동이 불편하신데도 불구하고 수오일, 금요일 오시는 어르신들은 거의 같은 분들이었다. 그 놀라운 믿음에 고개가 저절로 수그러들었다.

 

그런데.

수요일과 금요일, 하나는 기도회요 또 하나는 연합속회인데 제목이 다른 만큼 변별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진행이 똑같았던 것이다.

여선교회 기도회에는 8, 90 분 정도가 본당에 모였는데 예배 전의 찬양, 순서에 입각한 찬양, 특송, 기도, 목사님 말씀, 헌금, 헌금기도, 짧은 기도 세 번 정도, 그리고 광고. 끝.

연합속회는 교구별로 나뉘어서 3구역인 나는 지하기도실로 갔다.

인원이 분산되어서 아늑한 분위기였다. 그곳에서도 찬양, 특송, 기도, 목사님 말씀, 헌금, 헌금기도, 짧은 기도 세 번 정도, 그리고 광고, 끝이었다.

내용은 쌍동이처럼 똑같은데 모임의 명목만 다른 것이다.

왜 그럴까, 왜 그래야만 할까, 왜 그럴수 밖에는 없는 것일까....

 

여선교회 기도회란 무엇일까.

여선교 회원들이 모여서 기도회를 하면 어떤 기도를 중점적으로 하는 것일까.

하다못해 예전에는 목사님이 말씀을 하시면, 교회에서의 여성의 역할이나, 집에서의 역할 등을 성경말씀에 입각하여 말씀해주셨는데 이번 기도회에서는 여선교회 회원들만 집중해서 들어야할 말씀은 아니었다.

그냥, 설교말씀이었다.

여선교 회원들에게는 여선교 회원들만의 특장점이 있을 것이다.

여선교 회원들에게 특별히 강조되어야 할 말씀도 있을 것이고, 여선교 회원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교회 생활에 대하여 바로잡아 줄 수 있는 교육의 기회로 말씀을 전할 수도 있을 것이고, 여선교 회원들이 교회나 가정이나 사회에 대하여 생각하거나 실천할 무엇인가도 가르침을 줄 수 있을 것이고, 교회 내의 소소한 일들에 대하여 성경 말씀에 입각하여 정리해 줄 수도 있을 것이고, 가정을 이끌어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여성의 지위에 대하여 강조하실 수도 있을 것이다.

뿐인가. 100년이 훨씬 넘는 우리 교회에 믿음의 산증인이신 여성 어르신들을 모시고, 그분들의 신앙 여정을 들으며 은혜받을 수도 있고, 전임 여선교회 회장님을 초빙하여 여선교회원으로서의 역할을 다짐하고 주문하고 반성하는 시간도 될 수 있을 것이고, 사사로운 작은 시빗거리에 대해서 같이 문제 제시도 하고, 의견도 듣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여선교회 기도회의 프로그램 변화는 여선교회에서 담당하는 것인지 교회 집행부에서 담당하는 것인지 잘은 모르지만 한 달에 한 번 있는 귀중한 시간을 좀 더 효율성 있게 활용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기도회, 라는 기가막힌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기도를 할 수 있는 시간은 십여분에 불과했다는 것도 참 안타까운 일이었다. 기도회, 라는 것은 기도를 하는 모임이다.

기도회에 걸맞는 형식을 갖추려면 주어진 시간의 대부분을 간절한 기도로 채워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목사님 설교가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다면 구태여 기도회라는 명칭이 왜 필요한가?

설령 목사님 말씀을 넣는다 하더라도 여선교회에 맞는 적절한 설교가 있어야 한다는 게 나의 생각이었다.

여선교회 기도회에 참석하면서 내가 기도회에 참석을 하고 있는 것인지 주일 예배에 참석하고 있는 것인지 헛갈였다. 형식과 시간 배분이 주일 예배와 너무도 똑같았기 때문이었다.

 

연합속회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 교회는 속회의 오래된 전통이 귀하게 이어져왔다. 속회라는 지역 모임을 통해 많은 분들이 예수님을 알아가고 교회를 알아가고 아울러 성도의 교제를 나누면서 신앙의 발전을 해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연합속회는 그렇게 소그룹이 모여서 예배를 드리다가 한 달에 한 번 교회에 모두 모여 다른 속에 계신 어른들도 뵙고, 우리 속회와 다른 속회의 장단점도 비교하면서 발전을 모색하기도 하는 좋은 시간이다.

연합속회에서 구역별로 모일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구역을 인도하시는 목사님과 전도사님이 계시고, 그분들이 구역을 이끌어 가는데 어려움과 바라는 점을 피력할 수도 있겠고, 속장이나 구역장들의 의견을 들을 수도 있겠고, 부흥되는 속회와 모이기 힘든 속회를 돌아보면서 분석도 하고, 위로도 받고 또 다시 힘을 얻는 좋은 시간을 만들 수도 있을 터인데 주일 예배처럼 똑같은 형식으로, 그저 목사님 설교를 듣는 것을 중심으로 연합속회의 구역별 모임을 한다면 구태여 구역으로 나누어서 연합속회를 드리는 것에 별 의의를 찾기 힘들지 않을까?

다른 속회의 소식도 전하고, 속회에서 환우들의 명단을 모아서 연합하여 기도를 열심히 할 수도 있을 것이고, 좋은 소식은 나누면서 기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연합속회에서 우리 교회 장로님이 간증을 하신 적도 있고, 외부에서 강사를 모셔서 영양가있는 말씀을 들은 적도 있고, 여성 명사를 초청하여 문화강연을 들은 적도 있다. 우리 교회에는 많은 인적 자원이 많다. 법률가도 계시고, 다방면의 전문가도 계시고, 신앙의 어르신도 계시다. 그런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우리 교회의 신앙 전통을 이어가는데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연합속회는 소통의 장이다. 속회에 참석하는 속도들이 모처럼 교회에서 모였는데 그냥 앉아서 주일 예배와 똑같은 형식으로 말씀만 듣는다면 연합속회로 모이는 의의가 있는 것인가?

말씀을 전하시는 목사님도 설교 내용을 (어차피 여성분들만 모이는 연합속회이므로) 셀모임의 필요성이나, 개별 심방할 때의 마음가짐이나 속회에서 서로를 돌아보는 마음가짐 같은 것을 말씀을 인용하여 실제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여선교회 기도회와 연합속회가 이름에 맞는 내용의 기도회와 속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