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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라 60

막걸리마신 권사님 반성문

by 이숙경(2011canna@hanmail.net) 2017. 8. 3.

지난 화요일(열흘 전) 미국에서 온 친구와 종각 근처에서 만남.

신시내티 오하이오에서 30년 넘게 살고 있는 친구가

파전에 막걸리 타령을 하길래 근처 주점으로 모심.

그러구러 문학과 인간과 신앙과 사랑과 등등 논하면서 막걸리 세병 나누어 마심.

날은 덥고 막걸리는 달착지근하고 시원하여 잘도 넘어감.

파전은 남겼지만 막걸리는 마지막 한방울까지 쪼옥 따라서 잘 마심.

아홉시도 되기 전에 헤어져서 전철을 탔는데, 그때부터 어질어질. 뺨은 왜 그렇게 붉어지는지, 눈은 왜 그렇게 충혈이 되는지, 날은 덥고 사람은 많고, 막걸리 냄새 날까봐 숨도 제대로 못쉬면서 집으로 옴.

그때부터 시작된 두통.

매일 아침에 눈을 뜨면 유쾌상쾌통쾌한 정신은 어디로 가고 지독한 편두통이 내 머릿속을 잠식하기 시작함.

아이고, 로 시작되는 아침이 너무 힘들어서 맨날 하루에 세 차례씩 타이레놀로 다스려보려했으나 역부족.

흑흑, 반성문도 써보고 후회도 해보고 다시는 막걸리를 안마시리, 결심도 했건만 별무소용없었음.

결국 어제 통증학과까지 찾아가서 의사님께 상담. 처방받고 다시 약 먹는 중.

아침에 눈을 뜨고 살펴본 바, 죽을 것 같은 통증은 사라졌는데 여전히 밍그적거리는 두통님.

이걸 어떡하지? 세상에 나의 열흘을 두통으로 힘들게 보내고 나니 완전 무기력증에 빠진듯 요즘 거의 산책도 못하고 새벽 5시 필수 기상은 잊혀진지 오래고 오늘은 세상에나, 12시간을 자고 아침 8시 반에 일어났다는 전설적인 사실!

 

약을 먹기 위하여 서둘러 밥을 먹고 다시 약을 먹었는데 지금 약발이 떨어졌는지 다시 스멀스멀 통증이.... 설마... 막걸리 몇 잔 마셨기로 하나님이 나를 이러케나 야단을 치실리가!

과거의 내 주량으로 말한다면 새발의 피같은 양의 막걸리때문에 설마 내가 지금 이토록 고통받는 것은 아니겠징?

이렇게도 생각해보고 저렇게도 생각해보며 루저같은 삶을 열흘동안 살았음.

그동안 (세상에 그렇게 나쁜짓만 골라하시던)작은 아버지께서 별세하셔서 조문가고 장례식가고 화장장 따라가고 장지에까지 가서 우산속에서 혀를 차다가 오기도 했고

몇 사람이 모여 간략하게 예배(실은 친교)나누면서 놀기도 했고

두 번이나 번개가 있어서 저녁식사를 거하게 하기도 했고

2차까지 거나하게 하여 남편 옆에서 새오줌만큼의 맥주를 얻어마시기도 했으며

밀린 신명기를 세 강이나 연거퍼 듣기도 했고 주일예배, 오후예배 들으며 허걱, 놀라기도 했으며

(듣는 동안 내 가슴은 반성과 회개와 고통이 사금파리처럼 섞여있었음)

지긋지긋한 책 <바흐>를 마지막 여섯 장 남기고 읽는 중임. 빨리 쫑칠꺼얌!!

아참참 그동안 사업차 미팅도 있었음.

그러고보니 꼭 논것도 아닌데 내 마음은 왜 이리도 허전하단 말임?

새벽 시간이 너무 허망하니 하루가 완전 사라진듯한 이 뻥뚫린 마음은 또 뭐임?

하여... 오늘 내일, 아니 이번주까지 마음속으로 <휴가>라고 칭하고 아예 퍼져 누워 실컷 놀을 생각임. 그동안 두통이나 다 나았으면 쓰것는뎅...........

 

(무심결에 쓰다보니 또 이렇게 장황하게 사설이 길어졌음. 이해바람. 다 이 폭염탓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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