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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라 60

완전히 잊혀졌으나

by 이숙경(2011canna@hanmail.net) 2017. 8. 15.

지난 토요일 독서회는 가지 않았다. 나같은 범생이!

갑자기 소꿉친구 4인방과의 일박이일 휴가날짜와 겹친 것이다.

해마다 일박이일 여행을 가곤 했으나 한 친구의 사정으로 몇 년 못 갔다.

급조된 만남이었으나 모두 만나기로 했으므로 내가 나서서 팬션도 예약하고 전화 연락도 했다.

(나는 그런 실질적인 것에 무지했지만 이번에는 어떻게 된 셈인지 발벗고 나섰다는...)

나의 본심은 독서회에 가서 '바흐'를 완벽하게 해부하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 고생 몸 고생이 심한 한 친구의 얼굴이 어른거려서 독서회를 포기한 것이다.

내가 가지 않으면 모임이 무산될 것 같았고 무엇보다 그 친구와 함께 있고 싶었다.

말은 안하지만 무언의 위로와 격려와 사랑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결국 마음 한 자락이 살짝 아쉬웠지만 포기하고(나는 포기가 빠른 편이다^^) 모처럼친구들과 일박이일 함께 했다.

와우~~ 그 시간은 이제껏 친구들과 함께 한 수많은 시간보다 가장 좋았다.

새벽 4시까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웬만큼은 마음의 깊은 자리 어귀까지 내려간 듯 했다.

 

주일 교회에 가니 나이드신 독서회원이 독서회 리포트와 다음달 책 교재를 전해주셨다.

디따 무거운데 나에게 전해주려고 합정동에서 먼 교회까지 들고 오신 것이었다. 감사해요, 권사님.

이번 발표자는 110주년 기념 음악회 지휘를 하는 싸랑하는 우리 지휘자(실은 수십년 함께 해온 교회 후배)였는데 프린트물을 정갈하게도 해왔네...

(110주년 기념음악회를 위한 합창연습이 매주 토요일마다 진행되는데 이 폭염에도 불구하고 100명 이상의 단원들이 참석하여 그 시간은 온전히 은혜의 도가니가 되고 있다. 지난 토요일 중간 발표에 의한다면 참석단원이 120여명에 다음 주부터인가 함께 할 오케스트라 40여명. 이 모든 사람들이 '호흡이 있는 자마다 하나님을 찬양할지어다'를 주제로 하는 멘델스존의 교향곡 2번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연습하고 있다. 나도 어제 노트북을 켜고 두 시간 동안 연주 동영상을 보면서 연습했다^^ 예배당에 함께 모여 연습하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다. 가슴이 울컥할 정도로 너무 아름다운 광경이다. 그 자리에 동참하는 것만으로도 은혜였다. 하나님 감사합니닷)

오늘 광복절을 맞이하여(ㅋㅋ) 50쪽에 이르는 리포트를 섭렵하고자 연필을 드는데 이런 구절이 눈에 들어온다.

 

완전히 잊혀졌으나

 

지금 첫페이지여서 어떻다고 말할 계제는 아니겠으나, 한 달 내내 바흐를 다 읽어치우고 시공사의 바흐까지 술렁술렁 넘긴 나로서는 깜짝 놀랄 일이었다.

바흐가 완전히 잊혀졌었다니!

수많은 곡을 만든 경위와 출생에서부터 매해 연보를 꽉 채우고, 눈부신 업적과 악보까지 그려져있을뿐더러, 사소한 에피소드까지 전부 책에 적혀있었는데?

바흐 전기를 읽는 동안 바흐가 펄펄 살아서 내 뇌속에서 장난아니게 역동적으로 나를 움직였는데?

 

그러나

우리 지휘자님의 리포트 첫 장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바흐는 사후 고전주의 음악사의 흐름에 밀려 완전히 잊혀졌으나 1802년 독일의 음악사학자인 포르켈이 바흐에 대한 최초의 연구서인 "바흐의 생애와 예술, 그리고 작품'을 발표함으로써 전 유럽적 바흐 광풍을 몰고 오게 하였으며 또한 사후 바흐에 대한 재평가에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하였다....>

 

바흐같은 대음악가도 완전히 잊혀지는데

(다행히 100년 후에 다시 기억하게는 되었지만)

하물며 나같은 인간이야......

 

나는 잊혀졌으나 다시 재조명되었다는 것에 놀라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잊혀진 시절을 100년 넘게 보냈다는 것이 더 놀랍다.

그러므로 떠오르는 구절 하나.

 

꽃은 시들고 풀은 마르나 주님의 말씀은 영원하도다!

 

 

그러므로 세상에 너무 사로잡히지 말지어다.

나의 이름, 나의 행적, 나의 글, 그밖의 모든 나의, 를

나의,에 대한 욕망을 내려놓을지어다.

 

자랑하려면 예수를 자랑할지어다. 

 

이것은

오늘, 나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이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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