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와 이 세계 사이에 얽힌 모든 관계를 혐오한다.
나는 그 관계의 윤리성과 필연성을 불신한다.
나는 맑게 소외된 자리로 가서, 거기서 새로 태어나든지 망하든지 해야 한다.
시급한 당면문제다.
소설가 김훈의 <공무도하가>의 작가의 말이다. 이미 몇 번이나 써먹은 구절이지만 오늘도 새롭게 다가온다.
모처럼 다정하게 실비가 내리는 아침, 우산을 들고 천변을 걸었다.
그리고는 '나와 이 세계 사이이 얽힌 모든 관계'를 찬찬이 돌아보았고
김훈처럼 '혐오'의 단계까지 나아가지는 않았을지라도 '부질없음'이라는 결론이 다시 내려졌다.
늘 부질없음으로 끝나는 관계들.
맑게 소외된 자리로 가서 새로 태어나든 망하든 해야 한다는 김훈의 말을 따라
맑게 소외된 자리로 가서 새로 태어나고 싶은 나는
집 앞 5분 거리에 있는 "대륙의 유일한 황제"에게 가려 했으나
쏟아지는 빗줄기의 어마무시한 굵기에 깜놀하여 11층에 주저앉고 말았다.
하지만
맑게 소외된 시간으로는 갈 수 있을 것 같다.
시월이니까.
보길도를 향하여 이런 빗속을 통과하는 친구가 부럽기 한량없지만
나도 빗속을 뚫고 어딘가 가고 싶지만 꾹 참고
2015년 4/4 분기 첫날의 오전을 얌전하게 맞이하고 있다.
감사
찬양
기도가 내면에 저 비처럼 쏟아지는군
황홀
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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