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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간의 기원

아뿔사, 추석과 주일이 겹쳤네

by 이숙경(2011canna@hanmail.net) 2015. 9. 27.

자정이 지났으니 오늘은 추석이고

자정이 지났으니 오늘은 주일이고

 

목회자들은 추석과 주일이 겹치면 무슨 생각을 할까

하나님은 목회자들에게 추석과 주일이 겹칠 때 어떤 생각을 하기를 바라실까

추석이 겹쳐서 교회가 휑 해지겠군, 이렇게?

믿음이 좋은 교인들이 많아서 추석을 팽개치고 모두모두 주일 성수해야 하는데, 요즘은 너무 믿음이 없어, 이렇게?

추석에 친척들이 모였는데 믿음 약한 교인들이 술이나 마시고 유흥이나 즐겨서 하나님 얼굴에 먹칠하면 안되는데, 이렇게?

이번 친척모임에서는 우리 교인들이 좀 성령충만해져서 안믿는 친척들을 잘 교회에 이끌고 오면 좋을텐데, 이렇게?

요즘은 콘도에 가서(콘도에는 예배시설도 구비되어 있다 ㅋㅋ) 예배드린답시고 본교회 주일성수 빼먹는 걸 대단치않게 생각한단 말이야, 점점 그렇게 되가니 클랐네, 이렇게?

 

이전에 우리 교회를 담임하셨던 아주 좋으신(?) 목사님이 계셨다.

믿음도 정말 좋으시고 열정도 과하다싶을만큼 충만하셨고

눈코뜰 새 없이 교인들을 휘몰아치게 하면서 전도에 열을 올리셨고

몸이 몇 개라도 되는 것처럼 거의 혹사 수준으로 교회일에 최선을 다하셨고

설교도 다른 이야기는 거의 없고 오직 예수, 예수님만 부르짖었다.

그런데 그런 좋은 목사님이 5년 정도 계시다가 별로 아름답지 못하게 다른 교회로 가게 되셨다.

복합적이며 미묘한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그러니까 그 목사님의 부족한 점이랄까 아쉬운 점이랄까 하는)

교인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애정이 없었다(없어보였다. 나에게 그렇게 보였다)

어느 순간에 이르러서는 그 목회자의 심중에 교인들은 교회의 어떤 행사를 위한 도구로 밖에 보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 분이 전하는 복음에는 사랑이 없는 것 같았다.

믿음이 없는 교인들을(그 목회자는 교인들을 거의 언제나 그렇게 생각했다) 한심하게 여기는 투가 역력했고

어떡하든 교인들의 정신상태를 깨우쳐주려고 갖은 애를 다 썼지만

아무리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도 꿈쩍도 하지 않는 바윗돌같은 묵은 교인들(교회 오래 다닌 교인들은 5년 내내 엄청 욕을 먹었다. 묵은 닭이라나 뭐라나) 때문에 속 깨나 썩었다.

그분은 진리를 전하는데 도무지 진리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다른 사람까지는 알 수 없고 내 느낌에 그랬다는 말이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생각했다.

복음이 아니라 복음 할아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복음이 아니구나....

그게...고린도 전서 13장 말씀처럼 울리는 꽹과리가 되는구나....

 

하나님이 보시고 참 잘하는구나 하는 추석 겸 주일을 맞이하려면

(내 생각으로는)

즐거운 추석을 맞이하게 해주신 것과 즐거운 주일을 맞이하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친척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사랑하려고 노력하고)

친척들 다 모였는데 우리는 교회가야해요, 하면서 뺀치 놓지 말고 함께 어울려

산책을 가든, 노래방을 가든, 놀러가든 하면서 사랑의 교제를 나누고

예수님의 사랑으로 있는 것 푹푹 다 퍼주고

가시없는 덕담으로 듣는 사람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고

다음에 만날 때까지 그들을 위해 기도해 줄 것을 다짐하고 다짐하는

하나님의 자녀가 된다면....

기특하다고 머리를 쓰담쓰담 하실 거 같다....

 

하나님이 내 머리도 쓰담쓰담 하시도록 내일, 아니 오늘, 추석과 주일을 겸한 겹경사의 날을

잘 보내야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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