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 부활절부터 어제까지 간략하게 하나님께 보고드립니다.
4월 1일 만우절, 주일, 그리고 부활절.
부활절 헌금 봉투를 오랜만에 내가 아들꺼, 남편꺼 내꺼 이렇게 세개를 채웠어요.
아주 오래 전부터 헌금 담당은 서방님이어서 그동안 도통 하나님께 직접적인 금전거래가 없었지만 요즘 주머니가 예전 같지 않게 풍성하여졌으므로 턱을 냈습니다. ㅋ
부활계란 받아서 집으로 돌아오는 차에서 나누어 먹고, 집에 와서 나머지 달걀 깨서 먹으면서 오래전 교회일에 열심이고 특심일때 자비로 달걀을 몇 판이나 사서, 정성드려 삶아서
글씨도 쓰고 셀로판지로 싸기도 하고 이쁜 끈으로 리본도 만들어 묶고 하면서 부활전야를
행복하게 보냈던 기억이...
그런데 지금은 아예 교회에서 트럭으로 찜질방 달걀을 공수해오는 것 같았어요.
추억을 떠올리며 마치 할머니처럼(실은 할머니 맞아요 ㅋ)'옛날에는 이러저러했는데....그때가 훨 좋았느니라...'이런 푸념을 늘어놓았습니다. 굳이 기억을 왜곡시키지 않아도 그때가 좋긴 좋았어요.
저녁에는 우리 하나가 놀러와서 넷이서 부활절 감사 고스톱 한 판.
4월 2일은 아들이랑 남편이랑 손잡고 암센터 검진.
뼈스캔은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주사 맞고 버거킹에 가서 한입에 절대 들어가지 않는 크기의 와퍼를 정말 몽땅 먹어치우고(피 검사한다고 굶었던 탓에 마치 걸신 들린 것처럼)
콜라 쪽쪽 다 들이마시고 너무 배가 불러 감자튀김은 남겼는데...내가 싸가지고 갈까봐 우리 남편이 납작 들어서 쓰레기통에 쏟어부어버렸다능...
먹는 거 버리면 벌 받는다는데 흑
4월 3일은 제주 4.3 사건을 기념하기로 결심하고
오전에 4.3 추념식을 아주 경건하게, 꼼꼼이, 성실하게, 매의 눈과 뜨거운 가슴으로 함께 하였고, 이어 제주 4.3 사건 설민석 특강을 눈알이 빠지도록 집중하여 시청하고, 진짜 마음이 너무 슬퍼졌고, 저녁에는 다시 특집 다큐를 보았다. 아, 오로지 4.3 사건을 기념하면서 보냈던 하루
4월 4일
나의 소울 메이트(내가 엄마라고 부른다. 하도 옆에서 잘 챙겨주어서)와 만나 잘 정비된 아름다운 산책길을 걸으면서 부흥회. 은혜 충만한 말씀집회를 둘이서 나누고(ㅋ) 이번 제주도 여행 등에서 생성된 기분 좋은 느낌의 사진을 몇 장 현상하고, 근처 영등포우동집에서 세상에 그렇게도 육수가 깔끔하고 시원한, 맛난 잔치국수와 비빔국수를 먹고, 저녁에는 둘이 손잡고 근처 개척교회 수요예배를 갔다. 물론 아무도 없었다. 우리 부부만 앉아서 목사님은 설교하시고 사모님은 화면 띄우시고 딸래미는 반주하고 그렇게 아담하게 예배드리고 커피 타임까지 갖고 집으로 돌아옴.
4월 5일
오전 내내 경기문화재단의 창작 수혜금을 이체하기 위한 작업을 하였던 바, 그 어렵다고 소문난 e나라도움에서 안내의 안내의 안내의 안내를 받아가면서 드디어 나의 통장까지 수혜금이 입금됨.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한푼도 안 건들이고 아들 아파트 입주할 때 모자라는 금액 충당하려고 아주 잘 모셔놓았다. 참 돈이라는 것이, 어차피 쓰지도 못하는 돈이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돈인데 어찌 그리 마음이 두둑해지는지... 확실히 돈은 하나님도 이겨먹을만큼 위대한 것을 인정함.
저녁에 알바 자알 하고.
4월 6일
목사님 전기 목차를 일단 만들어 봄.
마음에 들지 않으나 단락은 지어야겠기에 시도해 보았다. 할일이 어마무시하게 많이 생길 것 같다. 아마도 5월 6월 7월 빡세게 돌아갈 것 같은 예감이...
모처럼 외출하지 않고 집에서 뒹굴거리면서 책과 노트와 노트북을 끌어안고 하루를 보냄.
4월 7일
새벽부터 꽃단장하고 우리집에서 멀고도 먼 상수역(홍대 근처이다)에 있는 성경모임을 감.
가는 길은 장난아니게 벚꽃이 만발하였더라. 성경모임 하는 곳의 창밖으로 보면 바로 앞에 한강, 그리고 건너편 여의도가 보이는데 거참 너무 멋진 뷰를 자랑하는 꿈의 장소.
은혜 충만의 시간을 보내고 인사동으로 진출하여 친구 딸래미 전시회에 감.
가서, 앙증맞은 소품 하나 구매하고(윽, 나의 생애의 첫 구매였던 바, 나는 매우 감격스러웠어라) 참으로 대견한 친구 딸래미와 사진도 찍고 전시장에 나와있는 나의 오랜 친구와도 안부를 나누고 또다시 택시를 잡아타고 달려가서, 즐거운 시간.
4월 8일
바람이 너무 많이 분다고 우리 남편이 동네교회에 가자고 해서 못이기는 척, 아들과 함께 셋이서 정답게 걸어가서 예배드림. 그날은 아주머니 두 분이 오심. 목사님보다 내가 더 반가움!
오후에 내가 예약해 놓은 집근처 갈비집에서 동생들과 동생가족들과 즐거운 시간.
이녀석들이 그냥 오지 않고 누나 좋아한다고 빵도 한 아름씩, 봉투까지.
때아니게 함박눈이 펑펑 두 시간이나 내렸는데 우리는 고기 구워먹으며 통창으로 벚꽃 만발한 나무가지에 눈이 내려앉는 영화같은 장면을 실시간으로 시청하셨다는...^^
(아이고 쓰다보니 너무 힘드는 군. 역시 일기는 몰아서 쓸 게 아니군)
4월 9일
듀근듀근 검진 결과 나오는 날.
아들이 일산까지 태워주고, 오후 진료시간에 앞서, 소설 알바를 무려 4시간이나 하고
(내눈에 보이는 게 그양반 눈에는 안보이는 것이 정말 신기방기. 열심히 공부해와서 열심히 퇴고해주었다. 알바비는 내 앞에서 즉시 송금. 내가 다음부터는 현찰로 달라고 했다. 내마음을 아는지라 꼭 봉투에 넣어 즉시 주었는데, 그날은 깜빡 했다고 미안하다고 다음부터는 꼭 현찰로 주겠다고 약속했다. 한달에 한번씩 정기 알바를 하기로 함. 아이 씬나~)
내 주치의는 너무 유명하셔서 그만 암센터장이 되어버리는 바람에 주치의가 본의아니게 바뀜. 아무 이상없다고, 맹숭하니 누워서 초음파를 받는데 너무 세심하게 아주 열심히 보아주셨다. 역시 이상없다고 하시는 말씀. 아, 하나님. 감사합니당~~
4월 10일
나의 소울메이트와 만나 커피 마시면서 또 부흥회, 아름다운 산책길을 걸으면서 또 말씀 부흥회, 다시 동네의 영등포우동에 들러 국수 가락 먹고, 배는 만땅 부른데 얼른 집으로 뛰어가 남편에게 약속한 짜장면을 만들어 줌. 남편의 말인즉슨 중국집 짜장면보다 훨 낫다는. 나는 국수 안 먹은 척 하고 또 다시 짜장면을 먹어치우느라 배불러 돌아가실 뻔...
저녁에 하나랑 아들도 와서 내가 만든 짜장면 자알 드시고 (진짜 맛있다는 하나의 소감)
봄맞이 고스톱 열전이 벌어졌던 바, 주일 저녁에 내가 동생식구들과 저녁을 먹느라고 그날 땡쳤더니 그새를 못참고 ㅋ 나는 무려 2000원이나 땄다! 원래 더 많이 땄는데 막판에 욕심을 부렸다가 바가지를 쓰는 바람에....
4월 11일
아이고...말하기 싫은 날.
수요예배 오전 기도를 맡아 새벽부터 난리를 치며 준비하고 기도문 프린트해서 이른 시간에 버스를 탄 것까지는 좋았으나, 따스한 봄볕 마귀에게 넘어가서 깜빡 조는 바람에 결국 교회에 못갔다. 아이고 이런 경험은 또 처음이었어라.
어떡하든 가려고 중간에 아들도 부르고 아들 차로 이리저리 모색해보았지만 이미 예배시간에 맞춰 도달하기는 글렀고.... 흑흑....
저녁에 창원늘푸른교회 수요예배 듣는데 나에게 딱 맞춤한 말씀이 들려오는.........
낮에 전시회 때 구매한 작품을 택배로 배달해주려고 친구와 친구 딸래미, 그리고 그집의 어여쁜 강아지 강실이까지 총출동하여 우리집쪽으로 왕림하셨던 바,
우리집 근처에 있는 송산사지 근린공원의 너른 잔디밭에 자리를 깔고 롯데리아 햄버거 세트를 먹으면서 오후의 서너 시간 봄을 만끽하였다. 앞으로는 야외에 가서 누워 책이라도 보아야겠다고 결심! 전시회를 한 친구의 딸은 취미도 참으로 독특하여 가오리 연을 날리며 놀고(1990년 생이니 연식이 좀 되는데), 구관절인형 옷입히고 사진 찍느라 정신 없었는데 옆에서 보기에 정말 놀라운 광경이었다. 나는 구관절 인형을 난생처음 보았던 것.
참 독특하고 재미있고 흥미롭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리고 다시 남편이랑 손잡고 동네 교회에 수요예배.
아들은 차 고치느라 안양까지 가는 바람에 또 둘이서만 갔다.
그런데 예베 후에 갑자기 케이크가 등장 짜잔~~~
주일에 얼핏 내가 환갑이라는 말을 들으시고 깜짝 이벤트를 준비하셨던 것.
세상에. 집에서도 하지 않은(티라미슈 케이크를 선물받았는데 촛불도 안키고, 노래도 안부르고 잘라서 고스톱 치면서 먹었다.) 촛불켜고, 노래불러주고 (아주 불까지 끄고) 촛불 끄기도 하고 사진도 찍어주고...목사님께서 케이크 선물해주신 것 처음 봤넹
4월 12일
그리고...갑작스런 부음으로 을지병원.
나보다 서너 살 어린 남자 권사님이 급작스레 소천하여 입관예배 참석하느라.
정말 꿈 같았다. 착하고 순수하고 머리도 좋고 노래도 잘하고 교회일은 일뜽으로 뛰어가는 권사님이었다. 성가대 지휘자가 일이 있어 못나오게 되면 지휘봉을 잡고 성가대 지휘까지 능수능란하게 할 정도의 실력도 있는, 정말 모든 교인들에게 사랑받는 권사님이었는데
심장마비로 소천하셨다. 그의 선한 웃음이 정말 눈에 아른거렸다.
입관예베를 지켜보면서 생각했다. 나도 언제인가는 저 모습으로 누워있겠지.
그때까지 정말 잘 살아야할텐데......
돌아간 권사의 어머니를 내가 속장으로 있을 때 한 속에 계셔서 무려 4년 동안이나 매주 금요일 속회에서 함께 예배드리고 은혜의 시간을 가졌던 분이었다. 더할 나위없이 착하고 생각이 깊고 말이 없고 순수하신 분. 나에게도 정말 많은 사랑을 베푸신 분이다. 어머니는 관에 누워있는 아들의 얼굴을 계속 쓰다듬으며 울고 계셨다. 모든 사람들이 다 울었다.
하나님. 저 착한 가족들을 너무 슬프게 하지 말아주세요..흑흑
그리고 오늘.
마음을 다잡고 다시 전기발간을 위한 작업을 시작하려는 순간,
내가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밀린 일기나 써놓자 하면서 이곳으로 들어왔다.
이것이 잘한 일인지 확신이 가지는 않지만...
하나님, 오늘도 감사한 마음으로 잘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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