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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

비내리는 아침의 감사

by 이숙경(2011canna@hanmail.net) 2012. 12. 14.

 

엊그제 만난 친구가 말했다.

요즘은 기쁨이 없어. 그 사실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어.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지? 하고.

샤워기의 물줄기처럼 쏟아져내리는 기쁨을 누리고 싶다는 말이겠지, 친구는.

식탁에 쪼그리고 앉아 그래도, 그래도 하면서 내가 지닌, 내가 지녔다고 짐작되는, 내가 지닌 그것이 나에게 편안과 만족과 즐거움을 준다고 믿으면서, 그것들을 잠시 잊었던 것에 대하여 신에게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자기 자신에게는 그렇게 많은 것을 소유하고서도 기쁨이 없다닛, 하면서 자책하는,

그렇게 내면에서 억지로(.....) 뽑아내야 하는 기쁨 말고 말이다.

하지만

만약

신을 알지 못했다면 이런 기쁨 저런 기쁨 모두 깨닫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친구는 말했다.

 

 

너무도 존경하다 못해 신의 바로 옆 자리에 모셔두고 싶은 루이스는

예기치 않은 기쁨(깜짝 놀랄만한 기쁨. Surprised By Joy)이라는 책도 썼고

헤아려 본 슬픔, 이라는 책도 썼다.

둘 다 깊이있는 책이어서 집중하지 않으면 루이스가 말하고 싶어했던 기쁨과 슬픔까지 도달하지 못하므로 긴 시간 공들여 읽어야 하는 책이다. 루이스는 쉽게 말하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

어쨌든

기쁨, 하면 화들짝 놀라면서 입을 크게 벌리고 환희에 찬 표정을 지을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슬픔, 하면 입맛이 없을뿐 아니라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흐느낌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정말 정말 오산이다.

 

 

조금 전, 느지막히 일어난 남편이 거실 버티컬을 젖히더니 이렇게 말했다.

와, 비가 오는구나...

비 오는 경치도 꽤 낭만적이다! 멋져!

올망졸망한 우산들이 마치 그림같네, 정말 이쁘군.

집 바로 앞의 초등학교로 줄지어 등교하는 어린아이들의 우산을 보며 하는 감탄이었다.

 

 

하루를 감탄으로 시작하는 감사를 가진 남편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작은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마음을 남편에게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그 남편의 모습을 바라보며 예기치 않은 기쁨을 누릴 수 있게 해주신 나의 하나님께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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