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걷잡을 수 없는 충동으로 미용실로 달려갔다.
집 앞 카페에 앉아 몇 시간 동안 죄없는 머리카락만 마구 쥐어뜯은 후였다.
발에 차인 음악을 골라듣는 중 다시 에릭사티가 걸려들었다.
에릭사티의 그노시엔을 들으며 그노시엔은 그노시스(영지)에서 파생되었을 것이라는
에릭사티가 마음대로 만든 단어 그노시엔의 추측을 떠올렸는데 짐노패디와 마찬가지로 그리스 어딘가에
어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아 에릭사티는 신, 종교, 철학에 많은 관심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멋지고 아름답고 비참하고 고독했던 남자, 에릭사티!
그의 일생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나의 일생을 생각하면?
절대 잘하리라는 보장이 없는 동네 미용실에 들어가서 내 영혼을 맡기는 투로 내 머리카락을 맡겼다.
맘대로 하세요, 하고 말하고 싶었다.
하라는 대로 했다. 미용사들은 고집이 있어서 자신이 원하는대로 고객들을 주무른다.
나는 몇 시간동안 주물렸다.
하라는대로 하다보니 난생 처음 염색이라는 것도 했다. 이게 뭐야, 하면서도 가만히 있었다.
내가 보지 못하는 뒤통수에 새치가 많다니 그렇다면 그렇게 하세요, 하면서.
미용사들이 떠벌렸다.
쉰 여덟에 처음 새치 염색하시면 대단한 거예요.
그렇게 해서
나는 대단한 여자가 되었다.
그렇게라도 대단한 여자가 되었다니 정말 대단하지?
뽀글뽀글한 머리카락이 보자 기분이 나아졌다. 인증사진 몇 장 찍었다.
머리카락이라도 변환시켜야 내가 살 것 같았다.
가끔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미치는 순간이 있는데 월요일 오후가 그러했던 모양이다.
프로필 사진 바꾸고 내친김에 소원도 다시 적었다.
유다의 키스
나는 이 풍진 세상에 키스할 것이다.
이 풍진 세상의 모든 사람에게 키스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유다의 키스다.
크크
배신 때리는 기분이 이런 것이겠지?
...그렇게 오늘도 대륙의 유일한 황제에게 가서 납작 엎드린 채
나의 삶을 고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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