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정리하다가 다시 읽고 너무너무 웃겨서 다시 올린다. 이 블로그에는 없는 글인것 같기두 하궁~~~)
호모 루덴스의 아침 리포트
호모 루덴스 시절의 어느 날 아침 리포트.
4시 50분 알람을 꺼버리고 (실은 남친이 실황중계 맡았다는 어느 교회 새벽기도에 인터넷으로 동참하려고 했는데) 아드님이 홀로 일어나 밥 차려 먹은 것도 모른 채 비몽사몽 헤매다 느지막하게 일어나 아드님께 여쭈었슴다.
오늘 아침을 뭘로 드릴깝쇼?
출근 준비하시던 아드님 새삼스럽다는 표정으로, 이미 드셨다넹.
나의 가책 점수 엄마 빵점.
어슬렁거리면서 커피 메이커에 헤이즐넛 모카커피 한 스푼 올리고 쪼록쪼록 물내려가는 소리와 함께 그윽하게 풍겨오는 냄새에 잠시 젖어 있다가 약 먹고, 혈압체크. 114- 83, 성실하게 기록하셨슴다.
담배를 먼저 피울까, 기도 먼저 할까, 망설이다가 그래도, 하면서 일단 기도의자에 착석하셨슴다.
기도인지 묵상인지 망상인지 하소연인지 하여튼 나름대로 QT하고
365일 묵상집 숭고한 기도 오늘 날짜 때리고. 간드러지는 복음성가를 틀 것이냐, 클래식으로 묻어갈 것이냐, 요즘 필 받는 묵직한 가을 팝으로 할 것이냐 또 망설이다가 묵직하게 가기로 맘먹고 볼륨 높이고(새벽 4시 반에 입실하신 남편의 곤한 잠을 방해하지 않기 위하여 살짝 안방 문을 닫고) 성경 필사에 앞서 커피 한 모금, 담배 한 모금, 창 열고 바람 한 모금 교대로 들이마셨슴다.
묵직한 음악 존나 좋았슴다. 나의 갠적인 견해로는 저 방정맞은 가스펠이 오히려 세상 노래 같고, 우수어린 철학적 명제가 빛나는 팝송 나부랭이가 더 신앙적이지 않나, 하는, 그야말로 방정맞은 생각을 잠시 때렸슴다. 그 중에서 오늘은 Beegees 의 Be Who You Are에 필이 겁나게 꽂혔슴다
Be Who You Are - 본래의 모습을 간직하세요...라고라...?
아들은 비지스의 노래를 어머님의 인사로 알고 알아서 문 닫고 출근하셨슴다. 가사에 은혜 받으면서 기필코 저것도 필사하리라 결심하고 일단 예레미야 필사 시작했슴다. 나는 필사클럽에서 최우수 필사자로서 1080등, 기분 좋았슴다.
필사하다가 얻어 걸린 가슴 철렁한 성경 구절 한 대목도 작업노트에 따로 적었슴다. 예레미야 10장 23절 말씀임다.
주님, 사람이 자기 운명의 주인이 아니라는 것을
제가 이제 깨달았습니다.
아무도 자기 생명을 조종하지 못한다는 것도,
제가 이제 알았습니다...
이런 구절 나오면 나는 즉시 엎드러짐다, 백기 들고 하나님께 항복하는 시간임다.
아무리 생각해도 성경만큼 문학적인 책은 없다는 감탄도 함께 올려드렸슴다. 필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부터는 매일 그러하듯 또 다시 고민에 빠지기 시작함다. 오늘은 무엇을 쓸까? 오늘부터는 무엇이든 한 꼭지씩 쓰자고 맘 먹었거든요. 근데 대체 무엇을 써야 할깝쇼?
혹시 오늘 주신 성경말씀인 예레미야에 답이 있는가 해서 꼼꼼히 구절을 살펴보았는데 찾은 말씀은 위의 저 말씀. 그려그려. 내 운명의 주인이 내가 아닌데 감히 어떻게 나의 하루를 내 의지대로 살 수 있는가, 하면서 마음이 이상스레 전개됨다. 그러면서 고민함다. 나의 중심에 하나님이 있을 때와 나 중심에 내가 있을 때가 하루에도 열두 번씩 번차례로 바뀌는데 이를 어쩐다요?
아아, 뒤이어 들려오는 하나님의 음성, 비록 비틀즈의 음성을 빌었지만. 렛잇비.
오늘도 명철하신 하나님의 지도편달에 경배 올려 드림다. 어차피 시간은 흐르므로 나의 의지로 하루를 살든, 내 속에 있는 하나님의 의지로 하루를 살든 저녁이 되어보면 알지 않겠습?
아아, 죽이는 비지스 노래 가사나 찾아 봐야겠슴다, 어찌 보면 성경말씀처럼 은혜로운. 블로그에 거금 600원 주고 배경음악으로 깔아놓았슴다. 한 일주일 열라 들으면 본전은 빠지지 않겠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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