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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간의 기원

피아노홀릭 따라잡기

by 이숙경(2011canna@hanmail.net) 2015. 10. 15.

 그리그 /  피아노 소나타

 Piano Sonata in E minor, Op.7

Edvard Hagerup Grieg 1843∼1907

 

관악산의 추억이라는 다음카페에서 매일 클래식 한 곡씩 선물한다. 작곡가와 곡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곁들여서.

기분에 따라 클릭하기도 하고 그냥 휴지통에 넣기도 하는데 오늘은 음악을 듣기로 했다.

요즘 클래식이 아주 나를 죽일 듯이 달려든다.

다음달 독서회도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이어서 24곡을 구운 CD와 민음사 판 겨울나그네 시집(뮐러)과 어마무시한 슈베르트 음악 대사전 류의 책까지 내 앞에 턱하니 버티고 있다. 부담부담. 몇 년전 모닝 콘서트에 가서 두 명의 남자와 한 대의 피아노가 무대를 꽉 채우며 한 시간 넘게 나를 기절시켰던 그 '겨울나그네'를 다시 들어야 한다는 의무감과, 이제는 좀 뭐가 들릴라나 하는 일말의 기대감으로 과자처럼 바삭한, 그러므로 한입에 깨물어먹고도 싶은 CD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이다.

게다 요즘 나를 매혹시키는 바람에 하루에 한 번은 꼭 들어가는 <피아노홀릭> 팟빵의 제작자(ㅋㅋ)이신 SBS 김영욱 PD의 책 <피아노홀릭>을 어제 만난 친구가 선물해주었다. 그 친구는 요즘 뒤늦게 피아노학원에 다니면서 예전 좀 치던 피아노 실력의 녹을 서서히 제거하는 중이시다. 그런데 책 뒤에 아마추어이기는 하나 너무도 프로틱한 그의 연주솜씨가 담긴 CD가 옵션으로 붙어있는 것이다. 이미 내 노트북에 들어가 있다. 책을 펼치면 이렇게 써 있다.

건반음악의 구약성서,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이라 명시하고 밑에 주제부 악보를 떡하니 그려넣은 후 ' CD 9~12번 트랙 바흐 평균율 제 1권 1번과 2번을 들으면서 읽어보자'

그러하니.... 보이지 않는 김PD 무서워서 영락없이 하라는대로 CD들으며 책 읽게 생긴 것이다. (하지만 매력만땅 피아니스트 '손열음'도 팟빵에서 피아노홀릭 읽어보세요, 하면서 아양을 떠니 빼고 도망칠 도리가 없는 것이다)

오늘은 눈을 비비고 (기도는 대강 우물거리고)이성복의 시 몇 편을 받아적으며 관악산의 추억에서 보내준 저 위의, 그리그 피아노소나타를 들었다. (뭐, 아직도 듣고 있다. 소나타가 1, 2분에 끝나는 것도 아니니) 20대에 작곡한 것이고 불과 11일만에 쓴 것이라니 이 아침에 그리그조차 나를 기절시키는구나!

커피가 살금살금 식어가고 있다. 어느덧 날이 희부윰하게 밝아오고 있다. 산 위의 구름 색감이 내 필에 딱 맞는다.

소나타 다 듣고 산책나갈 생각인데 그리그의 단 하나 작품이라는 피아노소나타는 끝날 생각을 안하시네?

대강 듣다가 끊고 나가면 작곡가님께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멍때리며 기다리고 있다.

내년 즈음에는 나도 내 친구처럼 피아노 배우고 싶다. 손열음처럼은 아니더라도 김 PD처럼은 아니더라도 삼십년 가까운 세월을 가보 1호로 존재하면서 나를 위로했던 내 피아노에게 미안해서, 조금은 멋진 연주를 할 수 있는 실력까지만이라도...

드디어 그리그님께서 천재적으로 작곡하신 피아노소나타가 끝나셨으니 나는 나가봐야겠다.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를 내 발로 걸으며서 누리다 와야지.

이래저래 굿모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