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온 친구가 그의 남친과 내가 사는 동네를 찾아왔다.
그의 남친의 권유로 우리 동네에서 14킬로 떨어진 곳에 계시다는 남친 멘토 선배님을 찾아갔다.
1977년부터 인연을 이어왔다는 멘토(지금은 피자집과 교회를 운영하는 과거 운동권 목사님이시더구만)를 같이 뵈옵고 빠네와 피자와 카스 한 병씩을 나누어 마시고 다시 우리 동네로 왔다.
내가 매주 수요일 나가는 교회 바로 옆 건물 횟집에 자리를 잡고 회에 소맥을 몇 잔 마셨다.
촛불집회 열혈 가담자인 친구와 친구 남친의 열정적인 집회 참석 현황을 보고(?) 받으면서 기분 좋게.
이제 막 흥이 나려는 순간, 시간을 확인한 나는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서서 거의 도망치듯 집으로 뛰어갔다.
원래 딱 3시간만 같이 있자고 했다. 게다가 수요일이었기 때문이다.
수요일... 그리고 수요예배
거울을 보니 술기운은 1도 없어보이기는 하고
남편님은 여전히 안가겠다고 하고
다음주 수요일은 본 교회 수요예배 기도를 맡았다고 하니 여기는 또 못 갈 것 같고
연이어 2주나 수요예배 문을 닫았는데 (한 번은 목사님 부부동반 해외-대만이라고 한다- 연수를 떠나는 바람에, 또 한 번은 이유를 모르겠지만)
이번 주도 못가면 어떡하나 싶어 겨우겨우 갔다.
여전히 찬양인도하시는 부부는 와 계시고
반주하는 목사님 딸래미(감신 2학년인데 기숙사에 있다고 한다)는 왠일인지 보이지 않고
수요예배만 오시는 딴 교회 열심분자 집사님이 계셨다.
나는 술기운인지 모르지만 하여튼 엄청 졸려워서 죽는 줄...
그래도 갔다 왔다.
억지로 간 것은 아니고, 안 가면 더 마음이 복잡해 질 거 같아서...
그런데 하나님.
소맥 석 잔 마시고 교회 간 거랑
아예 안 간거랑
어느 게 덜 죄스러운 건가요?
진짜 몰라서 질문드립니다...
'기쁜 2019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국과 보통 사람들, 그리고 Imagine (0) | 2019.10.15 |
---|---|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0) | 2019.10.14 |
좋은 나라를 기다리는 게 잘못인가. (0) | 2019.09.30 |
미안하다, 나만 행복한 거 같아서.... (0) | 2019.09.24 |
나는 왜 작금의 소란 중에 조국씨와 그 가족을 지지하나./정재호 고대 교수 (0) | 2019.09.24 |